☎ ** 시(詩) ** ☎ 145

장봉도(長峯島) 국사봉(國師峰)에서

나는 점심을 장봉도에서 사 먹기로 하고 왔는데 산속에 식당이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까지 점심을 못하였다. 식사 준비는 안 해 왔지만 대신 가방에 꽁꽁 얼린 물과 그 옆에 1ℓ의 시원한 생맥주를 함께 신문지에 꽁꽁 싸왔다. 나는 흥겨워 간단한 안주와 함께 전후좌우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굽어보며 이 국사봉에서 술자리를 벌이기로 하였다. 나와 내 아내의 남편과 여기까지 나를 도와준 스틱과 휴대용 내비게이션 그리고 배낭과 함께. 그러다 보니 취흥에 겨워 도도한 시흥이 감돈다. 지고 온 내 인생이 꾸려온 유하주(流霞酒)에 오늘을 안주하여 술자리를 벌이노라. 국사봉(國師峰) 우러르고 있는 저 산하(山河) 굽어보며 -장봉도 국사봉에서

귀국길/ '후지마루' 선상에서

귀국길/ '후지마루' 선상에서 -중국과학원 연구팀이 발표한 '중국 현대화 보고 2005'에는 중국이 일본과 2001년을 기준으로 50년의 차이가 난다. 그걸 조소장은 재일 작가 김소운(金素雲)을 통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일본에 대한 민족감정 하나를 언제까지나 버리지 못하는 그런 옹졸한 백성은 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알고도 너그러이 잊어버리는 것과, 흐지부지 소가지 없는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치 뜻이 다르다. 그동안 우리가 우리의 조상 신라, 백제의 얼이, 일본에 속에 있다고 이번 우리들의 여행 같이 여러 곳을 다니며 흥분해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보면 하나의 컴풀렉스였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자랑해온 새마을 운동, 향토예비군, 유신 등 우리 생활에서 일본의 영향은 수없이 많다..

주유소(酒有所)에서

주유소(酒有所)에서 유난히도 별이 빛나던 지난밤 무수히 떨어져 내리던 별똥들이 여기 주유소(酒有所)에서 별꽃으로 만나 우리가 된다. 하나가 된다. 하늘이 내려와 술잔에 잠기면 우리는 별을 노래하며 구름을 마시는 어항 속의 행복한 물고기. 한 줄기 바람으로 물 갈래를 일구다가 비껴가는 그리움이 된다. 다시 또 별을 꿈꾸는 나그네가 된다.

추자도(楸子島)

추자도(楸子島) 설레며 벼르다 벼르다 찾아온 추자도(楸子島)는 제주 우도(牛島)보다 더 아름다운데도. 도립공원(道立公園)도 군립공원(郡立公園)도 아니더라. 돈대산(墩臺山) 향하는 푹신한 오솔길은 우러러 보고 있는 섬들 때문일까 민박집 아낙네의 든든한 참굴비 조반 탓이었을까 나이를 벗은 듯 몸도 마음도 가벼워 무지도 행복했어라. 그 길엔 서울서 잃고 온 여름이 매미소리로 남아 있었고 하늘을 닮은 정상 8각정에서 굽어보는 코팔트빛보다 더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아아, 저 섬 섬 섬들의 나라. 4개의 유인도(有人島)와 38개의 유어도(有魚島)가 낚시꾼들의 천국(天國)이라지만 풍광(風光)을 낚으러 온 이 나그네에겐 관광의 극락(極樂)이더라. 심심할 새 없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올래길 하나하나는 섬 냄새 가득한 후..

월아천(月牙泉)/ 실크로드 가는 길에

월아천(月牙泉)/ 실크로드 가는 길에 어디선가 손을 흔드는 소리가 들린다. 나를 부르는 소리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기념사진을 찍어 달라고 모처럼만에 부르는 소리다. '형님! 형님!' 하며 자기를 여행 내내 친언니처럼 부르며 따르던 상냥한 우리 일산(一山)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서로 모르고 지내다가 여행 중에 우연히 처음 만난 권 여사(사진 우)와 함께 부르는 소리다. 권 여사는 여행 중 내내 띠 동갑인 나를 친 오라비처럼 보살펴 주던 누이 같은 상냥한 분이다. 상냥한 여인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까. 그런 분과 사는 남정네는 축복받은 사람일 것이다. 식사 때는 음식을 챙겨 주고, 술이 떨어지니 술을 챙겨주던 권여사였다. 다음은 그 마음이 하도 고마와서 사진 속에 시(詩) 한 수를 넣..

여보 나 막걸리 한잔 했수

여보 나 막걸리 한잔 했수 -죽남 신 계식 시인과 그 부인 제수 사러 갔다가 내일이 당신 사갑(死甲) 날이라 영등포시장에 제수(祭需) 사러 갔다가 여보, 나 막걸리 한잔 했수. 당신 영-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만 살 때 '걷기만 걸어라. 살기만 살아라. 당신 가면 내 누구와 더불어 하루를 이야기할꼬?' 하던 때가 오늘 더욱 그리우이. 가장 하늘이 맑고 유난히 단풍(丹楓)이 아름답던 날. 낙엽(落葉)에 담요 깔고 누워 가을 구경 마지막으로 하던 그날, 그렇게 맛있게 먹던 냉면을 다시 또 제사상에 놓아야 하는 이 아픔, 자식들 가슴엔 피멍이었나 봐. 욱- 하는 마음이 꾹꾹 찔러대던 후회(後悔)가 이제사 무엇하겠소만 그대 간병(看病)을 방해하던 직장(職場)을 떠날 무렵 되니 당신 자리 너무나 크길래 제수(祭需)..

우리의 소원

우리의 소원 백두대간(白頭大幹) 허리 끊겨 제 각각 한(恨) 세월(歲月) 흘깃흘깃 혈육(血肉)으로 따로따로 반 백년반(半百年) 저 산하(山河) 이 산하(山河) 되어 우리 함께 살아보자 그리움이 북향(北向)하다 천지(天池)에 고이었고 서러움이 남향(南向)하다 백록담(白鹿潭)에 담기었다 언제나 천지(天池), 백록담(白鹿潭)에 기쁜 눈물 더해 볼까

백두산(白頭山)

오늘은 2005년 7월 1일 11시, 맑은 하늘 아래 천지(天池)를 굽어보면서 우선 나는 큰절을 올렸다. 천지(天池)를 처음 뵙는다는 인사요, 맑은 하늘 아래서 천지(天池)를 굽어볼 수 있는 날씨를 허하여 주시었다는 것에 감사요, 우리 국토에 대한 사랑의 절이었지만, 그보다 분단의 통한을 엎드려 눈물로 하소연하고도 싶은 마음이기도 하였다. 그런 울부짖는 이 마음을 한 편의 시(詩)에 담는다. 백두산(白頭山) 산(山)은 백두산(白頭山)은 열여섯 봉우리로 하늘 아래 병풍처럼 천상의 호수 천지(天地)를 지켜 서서 풍사(風師)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북으로 만주 벌판을 열고 남으로는 백두대간 뻗어 내리며 좌우로 압록강(鴨綠江) 두만강(頭滿江)으로 우리 국토를 이루었거니-. 어찌하여 백두(白頭), 장..

주문진 대게 부페에서

대게 뷔페에서 뷔페에 들어 대게를 보니 갑자기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그립다. '주문진 대게 뷔페'에 드니 먼 옛날 고학생으로 살던 내가 보인다. 그 넘기 어려운 가난의 고개를 넘어서 좋은 세월을 살며 리필 대게를 먹다 보니 생각 나는 사람들 아내, 93세의 치매 장모님, 절약을 사는 자식들, 아직도 가난의 고개를 넘고 있는 친구들이 걸린다. 오늘은 내가 가난했던 옛 나에게 대게를 산다. 술을 쏜다. -2012. 6. 11 일산 주문진 대게 뷔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