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懺悔錄)
누워서 대장검사를 하면서 모니터에 나타난 나의 창자 대장을 물끄러미 보면서 50년 이상 마셔온 술이 할퀴고 간 그 통로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었다. 얼마나 많은 술이 저 길을 통과하였을까?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는가.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실수와 추태를 부렸을까. 솔직히 말해서 나의 내장에 술이 흘러가지 않은 날은 어렸을 때나, 아니면 이렇게 몸을 아파하는 때 밖에 없었다. 그러고도 술을 마시다가 부끄럽게도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운전면허증을 다시 따던 날 울면서 나는 이런 시를 썼다. 낯선 이 태워 주며 우리 되거나 초면(初面)과 흠뻑 취해 허허롭던 낭만(浪漫)이 일순의 만용(蠻勇)에 차(車)도, 면허(免許)도, 돈도 술 마시던 명분(名分)과 그 알량한 체면(體面)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