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詩) ** ☎

여보 나 막걸리 한잔 했수

ilman 2017. 6. 30. 00:40

 

여보 나 막걸리 한잔 했수
             -죽남 신 계식 시인과 그 부인 제수 사러 갔다가

내일이 당신 사갑(死甲) 날이라
영등포시장에 제수(祭需) 사러 갔다가
여보, 나 막걸리 한잔 했수.
당신 영-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만 살 때
'걷기만 걸어라.
살기만 살아라.
당신 가면 내 누구와 더불어 하루를 이야기할꼬?'

 하던 때가 오늘 더욱 그리우이.
가장 하늘이 맑고
유난히 단풍(丹楓)이 아름답던 날.
낙엽(落葉)에 담요 깔고 누워
가을 구경 마지막으로 하던 그날,
그렇게 맛있게 먹던 냉면을
다시 또 제사상에 놓아야 하는 이 아픔,
자식들 가슴엔 피멍이었나 봐.
욱- 하는 마음이
꾹꾹 찔러대던 후회(後悔)가 이제사 무엇하겠소만
그대 간병(看病)을 방해하던 직장(職場)을 떠날 무렵 되니
당신 자리 너무나 크길래
제수(祭需) 사러 왔다가
여보, 나 친구하고 막걸리 한잔하고 왔수.
                      - '1998년 어느 날 i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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