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162

귀한 선물 / 서예 작품

귀한 선물/ 서예작품 금년 들어 가장 추웠던 초겨울 저녁 벨을 누르는 사람이 있다. 누구일까? 등산가며, 시인이신 하정우 님이셨다. 기록상으로 백운대를 금년 들어 2,300번 등반 기록을 세우신 이, 고시 4회 출신, 국회전문위원을 지내신 분, 산시 '애산송(愛山頌)'의 저자로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나보다 5년 연배이신 분이다. 나처럼 생맥주를 유난히 즐겨하시어 종종 우린 술자리를 함께 하였다. 둘이가 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언제나 화제는 산이었다. 내려가보니까, 우리 아파트 관리실 앞에서 전화를 하셨다는데 어디 계신지 영 안 보이더니 키가 넘는 액자를 들고 어둠을 뚫고 나타나신다. 확인 전화를 하신 후에 집에까지 몸소 가지러 갔다 오신 것이었다. 몇 년 전에도 그림 한 폭을 얻고 흥분했던 기억이 ..

손녀 이름 짓기

손녀 이름 짓기 큰 딸이 딸을 낳고, 작은 딸도 딸딸이더니 우리 며느리가 시집 와서 떠억 형네도 못낳은 아들을 낳아 주었다. 우리 아버지의 하나밖에 없는 증선자(曾孫子)였다. 내 국문학으로 평생을 산 몸이라, 이름 짓기도 한 가닥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인데 돌림자를 고집하겠는가?' 하고 한글로 지으라고 '고운이름 한글이름'(배우리 저) 책을 주었더니 아들이 부탁한다. '"아버지, 성씨 가문에 귀한 아들이 나왔는데 돌림자를 쓰고 싶습니다. 국문학자, 시인 할아버지께서 이름을 지어 주셨으면 해요." 그래서 어느 점쟁이가 폐업을 하면서 그분에게 전수를 받았다는 아내와 정성껏 이름을 지어준 것이 '성진모(成陳模)'였다. 친손자를 낳았으니, 친손녀가 보고 싶었는데 오늘 8월 17일 오후 3시에 ..

스크랩

나는 신문을 별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신문이 쌓여 버릴 만큼 될 즈음에는 면도칼을 들고 정독도 하고 스크랩 거리를 자르기도 하면서 서너 시간을 지낸다. 종량제 날 아침에는 늘 그렇게 보낸다. 간헐적이지만 이런 습관이 1960년 대부터였다. '잘 읽지도 않으면서 무에 그리 열심이냐'고 잔소리 대학, 잔소리 학과를 수석 졸업한 아내의 걸러지지 않은 잔소리가 시작된다. 잔소리는 늙지도 않는가. 정치 기사를 별로 읽지 않지만 요즈음의 화두(話頭)인 노대통령에 대한 걱정 기사를 읽다보면 답답한 이 마음의 가려운 데를 긁어 주는 것 같아 시원하기까지 하다. "죽은 박정희와의 싸움/ 박정희 리더십을 그리워하게 해놓고, 그 딸을 겨냥 공격하다니/ 박근혜에게 정권 초기에는 장관으로 영입하려 해 놓고/ 역사바로잡기 아닌..

설의 어원

설 이야 기 정조에 세배함은 돈후한 풍속이라 새 의복 떨쳐 입고 친척 인리 서로 찾아 노소 남녀 아동까지 삼삼 오오 다닐 적에 와삭버석 울긋불긋 물색이 번화하다 사내아이 연 띄우고 계집아이 뛰기요 윷 놀아 내기 하기 소년들 놀이로다 -농가월령가 정월 송 설의 어원(語源) 몇 가지 오는 2월 17일부터 19까지는 즐거운 ‘설’ 연휴다. 어찌 우리나라뿐이랴 설을 쇠는 나라는 중국, 대만, 베트남, 버마, 라오스 등도 우리와 같이 설을 쇤다. 이들이 다 농업국가들이라서 농업과 관계가 깊은 음력을 쓰는 나라여서 설을 쇠는 것 같다. 일본은 농업국가가 아니어서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을 쇠고 있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양력 1월 1일은 한 해가 시작하는 날이라 하여 하루를 공휴일로 쉬며, 각종 기념 축사나 공연을 갖..

전통 제례 순서

전통 제례 순서 예서(禮書)에서 말하기를 "제왕은 하늘에게 제사 지내고, 제후는 산천을, 사대부는 조상을 제사 지낸다." 하였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이는 조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조상에 제사지내는 의식절차를 제례라 한다. 이것은 보본지례(報本之禮)로써 자기를 존재하게 한 근본에 보답하는 예로 사후에도 효를 행하는 것을 우리의 조상들은 인생의 도리로 삼았다. 즉 사사여사생(事死 如死生)으로 돌아가신 후에도 살아계신 때와 같이 효도를 계속하는 것이 제의례인 것이다. 예부터 전하는 말에, 제사는 흉년이라 거르지 말고, 풍년이라 지나치지 말라 하였으니 무엇보다 정성을 우선으로 할 것이다. 제례에는 기제(忌祭)와 절사(節祀)가 있다. 기제는 기일(忌祭)에 지내는 것이요, 절사(節祀)는 명절 아침에 지내는 차..

시묘살이

소석 김영덕 시인의 생신 잔치가 있어 단양에 갔다가 그 시묘 살이 여막(廬幕)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얻었다. 시신이 묻혀 있는 곳에 죽은 사람의 혼이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우리의 조상들은 상을 당하면 성분(成墳)한 다음 그 서쪽 묘 아래에 여막(廬幕)을 짓고 상주가 3년 동안 시묘(侍墓) 살이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여막(廬幕)은 반 칸 정도의 크기로 여막 속에는 짚으로 3면을 가리고 거적을 펴놓고 짚 베개를 만들어 놓는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훼손하지 않은 것이(不敢毁損) 효도의 시작이라 하여 시묘 살이 하는 동안 머리와 수염을 일체 깎지 않고 아침 점심 저녁에 때를 맞추어 부모님 묘에 공양을 올리고 절하면서 지극 정성으로 무덤을 관리하였다. 선비들은 남..

(^-^)면서 헌 年 보내고 새 年 맞이 합시다

(^-^)면서 헌 年 보내고 새 年 맞이 합시다 (^-^)면서 헌 年 보내고 새 年 맞이 합시다 친애하는 교우 자매 여러분. 오늘 망년회(忘年會)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제 이 밤이 지나면 이 년(年)이 가고 저 년(年)이 옵니다. 오는 년(年)을 맞이함에 있어 새 년(年)과 함께 보낼 몸과 마음에 준비가 필요하듯이 가는 년(年)年을 과감히 정리야 할 마음가짐이 또한 중요합니다. 지난 년(年)들을 돌이켜 보면 꿈과 기대에 미친년(年)도 있고, 어떤 년(年)은 실망하고 어떤 年은 이럭저럭 지나고 또 어떤 년(年)은 참 재미있었던 연도 있었습니다. 사실 새 년(年)이라고 무조건 좋기만 하겠습니까? 또 지난 년(年)이라고 무조건 나쁘기만 하겠습니까? 다만, 새 년(年)은 어떤 年일까 하는 호기심도 있고 기대도 ..

태풍 매미

태풍(颱風) 매미 매미 소리가 사라지더니 무서운 매미 태풍(颱風)이란 이름으로 다시 찾아왔다. 여름을 여름답게 시원한 소리로 알려 주는 곤충 매미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곤충이 아니다. 유충(幼蟲)으로 2∼5년 땅 속에 있을 때는 나무뿌리에서 수액(樹液)을 빨아먹으며 자라다가, 굼벵이로 나무에 올라가서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된다. 성악가인 수놈은 요란한 소리로 '맴맴- '하며, 음악 감상자인 벙어리 암 매미를 불러 대며 한 달 정도 산다. 암놈은 수놈을 만나 알을 배서 햇가지 속에 알을 까고 죽는다. 매미는 이렇게 나무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이다. 금년 태풍(颱風)은 왜 '매미'란 이름으로 찾아왔을까? '사라' 태풍과 같이 여성 이름을 붙였던 것은 여성처럼 부드럽게 지나가라는 소원을 담은 것..

백중(百中)

백중(百中) 8월 12일(화)/ 오늘을 알고 사는 기쁨 七月 보름에 아으 百種 排하야 두고' 님을 한 데 녀가져 願을 비옵노이다. 아으 動動다리 고려 가요 동동(動動)에서 노래하던 음력 7월 15일(양력 8월 12일화)은 백중 날(百中日)이다. 이 날을 백종일(百種日), 중원일(中元),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부른다. 백중(百中)날 무렵에는 오곡백과와 채소가 많아 백가지 곡식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 하여 일백 '백(百)' 씨앗 '종(種)' '백종(百種)'이라 하였다. 백중을 중원(中元)이라고도 하는 것은 도교(道敎) 사상에서 온 말이다. 도교(道敎)의 신선 사상에 의하면 옥황상제는 선관(仙官)을 시켜 일 년에 세 번씩 인간 세계의 선악을 살핀다고 한다. 이를 '원(元)'이라 하는데, 1월 15일 대보름이 ..

포도/ 오늘을 알고 사는 기쁨

포도/ 오늘을 알고 사는 기쁨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이 육사의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라는 음력 7월 가을이 왔다. 까만 알맹이에 하얀 분을 바른 듯한 은은한 윤기가 흐르는 포도송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을이 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언제부터 가을이라 하는 것일까. 천문학적(天文學的)으로는 추분(9월 23일)부터 동지(12월 22일)를 말하고, 기온 변화(氣溫變化로 보면 최고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는 것이 초가을이다. 24절기상으로는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8월 8일)가 요즈음이다. 포도나무 1년 생 가지에 마디마디 눈이 생기면 다음해에 그 눈마다 가지가 자라면서 열매가 맺히는 것이 포도다. 항상 넝쿨손으로 나무를 감아 올라가서 아무리 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