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오늘을 알고 사는 기쁨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이 육사의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라는 음력 7월 가을이 왔다.
까만 알맹이에 하얀 분을 바른 듯한 은은한 윤기가 흐르는 포도송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을이 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언제부터 가을이라 하는 것일까.
천문학적(天文學的)으로는 추분(9월 23일)부터 동지(12월 22일)를 말하고, 기온 변화(氣溫變化로 보면 최고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는 것이 초가을이다. 24절기상으로는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8월 8일)가 요즈음이다.
포도나무 1년 생 가지에 마디마디 눈이 생기면 다음해에 그 눈마다 가지가 자라면서 열매가 맺히는 것이 포도다.
항상 넝쿨손으로 나무를 감아 올라가서 아무리 좁은 마당이라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세상 과일 중에 수확량이 가장 많은 것이 포도라고 한다.
이 포도의 고향은 아시아 서부의 흑해 연안과 카프카 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이 서역을 통해 128년 경에 중국에서 고려 때 들어온 것 같다. 포도라는 이름도 유럽 종의 원산지인 중앙아시아 지방의 원어 Budou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주로 먹고 있는 포도는 캠벨(campbell))이다. 미국인 캠벨이 개량한 것을 수입하여다가 1906년 뚝섬 원예 모범장에서 재배한 것이 그 효시(嚆矢)가 된다.
이 캠벨 포도나무는 건강하고 추위와 병충해에 강한데다가 색깔이 좋고 당도가 높아서,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캠벨포도는 국내 포도 생산의 81.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거봉이 그 다음으로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포도(葡萄)는 그림에도 자주 등장한다. <패관잡기>에서 어숙권은 신사임당의 그림을 평하여, "사임당의 포도와 산수는 절묘하여 평하는 이들이 '안견(安堅)의 다음에 간다'라고 한다." 하였다.
백자(白瓷)에도 청자 상감(靑瓷象嵌)에도 있는 포도 문양을 보고 있노라면 시인 묵객이나 사대부들이 즐겨 먹던 과일임이 분명하다.
포도같이 먹는 방법이 다양한 과일이 있을까?
보통 과일은 깨끗이 씻거나 깎아 먹는데 포도만은 그렇지 않다.
포도 알을 따서 입에 대고 쪽쪽 빨아 속 알맹이를 먹고 껍질의 국물을 빨아먹고 씨를 뱉어낸다.
그 씨까지 어적어적 씹어 먹기도 하고, 껍질도 아작아작 씹어 건더기를 뱉어 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포도를 통째로 입에 넣고 푸푸 하고 씨만을 뱉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알맹이는 버리고 껍질만 먹는 특이한 사람을 본 적도 있다.
포도가 포도당(葡萄糖)의 원료로서 유명한 것은 물론 포도 다이어트로 이용되는 것을 보면 포도는 의약으로서도 아주 효용이 있는 모양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포도 알은 포도당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배고픔을 달래 주고, 기운이 나게 하며, 추위를 타지 않게 하고, 이뇨 작용이 있어 오줌을 잘 나오게 하며, 포도씨앗은 각종 암 예방에도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백로(8월 12일) 무렵이 되면 우리네 선조들은 포도잼, 포도 식혜, 포도 송편을 만들어 먹고, 포도주를 담가 마시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란 말 같이 제철 과일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건강을 위한 최상의 신의 선물이다. 우리 모두 계절이 주는 이 천혜의 과일을 열심히 먹으며 오는 가을을 즐겁게 맞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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