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야 기
정조에 세배함은 돈후한 풍속이라
새 의복 떨쳐 입고 친척 인리 서로 찾아
노소 남녀 아동까지 삼삼 오오 다닐 적에
와삭버석 울긋불긋 물색이 번화하다
사내아이 연 띄우고 계집아이 뛰기요
윷 놀아 내기 하기 소년들 놀이로다
-농가월령가 정월 송
설의 어원(語源) 몇 가지
오는 2월 17일부터 19까지는 즐거운 ‘설’ 연휴다.
어찌 우리나라뿐이랴 설을 쇠는 나라는 중국, 대만, 베트남, 버마, 라오스 등도 우리와 같이 설을 쇤다. 이들이 다 농업국가들이라서 농업과 관계가 깊은 음력을 쓰는 나라여서 설을 쇠는 것 같다. 일본은 농업국가가 아니어서 메이지유신 이후 양력을 쇠고 있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양력 1월 1일은 한 해가 시작하는 날이라 하여 하루를 공휴일로 쉬며, 각종 기념 축사나 공연을 갖는다.
그러나 음력 1월 1일은 중국인의 최고의 명절인 춘절(春節)이라 하여 3일 연휴를 성대히 기념한다..
우리 민족에게 설날은 묵은해를 떨쳐 버리고 맞는 새해로 이 날은 삼가고 조심해야 할 낯선 날이다.
그래서 '낯설다'에서 '설'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근신한다는 뜻인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되었다는 말도 있다.
설을 맞으면 떡국을 먹으며 한 살을 먹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설과 나이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언어학에 모음 교체(母音交替, ablaut)란 말이 있다. 모음 교체란 상반된 두 모음이 서로 바뀌어 의미 분화를 주는 낱말을 만드는 것이다.
'갓'이 '겉', '맛'이 '멋'으로 모음 'ㅏ'가 'ㅓ'로 바뀌어 뜻을 분화하는 것처럼, 한 살 더 먹는 '살'에서 '설'이 유래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영덕 지방 사람들은 나이가 한 살 더 먹는 것이 서러웠던가 '섧다'에서 '설'이 나왔다고 하는 옛 기록도 보인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까치의 설날을 왜 어저께라고 했을까?
옛사람들은 까치는 식물에 해로운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益鳥)라 하였고,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 하여 길조(吉鳥)로 대접받아왔다. 견우직녀에게 7월 7석 오작교를 지어주는 착한 새가 아니었던가.
농부들은 까치들이 높은 가지에다 집을 지으면 좋아하였고, 얕고 튼튼한 아랫 나뭇가지에 집을 지으면 태풍이 온다고 걱정하였다. 까치는 이렇게 예지가 있고, 머리가 좋은가 하면 날카로운 코가 있어 냄새 등으로 동네 사람을 알아본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오면 짖어대는데, 설날 전에 고향 찾아오는 자식들은 낯선 사람이기에 요란히 짖어 대어서 까치의 설날은 설날 전이라 한 것이다. 그 2절은 더 재미있다.
"까치까치 설날은 고향가고요.♩~♫♪우리우리 설날은 처갓집가요.♩~♫♪"
나는 객지에서 태어나서 객지에서 살았으니 찾아갈 고향이 없고, 둘째로 제사를 물려받았으니 큰집이 있어도 찾아갈 수 없고, 재작년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으니 찾아가도 반겨줄 처가도 없는 나는 고향을 잃은 나무 한 그루가 되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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