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일산 아파트에 살다 보면 이사 가는 이가 많다. 이분들은 가족 형성기(形成期)와 확대기(擴大期)를 거쳐, 자식들이 결혼하여 떠나가는 가족 축소기(縮小期)를 사는 주민들이 많아서 작은 아파트로 집을 줄여 나가는 사람들이다. 넓은 집에서 살 필요가 없어, 관리비도 저렴하고 청소하기 편한 소형 중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이 버리고 가는 것이 많아 가끔 횡재를 할 때가 있다. 그중에도 귀한 서적들이 많았다. 며칠 전만 해도 한 번도 보지 않고 버린 듯한 호화장정의 '세계문학전집' 28권과 그 외 몇 권을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날름 집어다가 서재를 꾸미다 보니, 그중 사형수가 쓴 낡은 이야기가 있기에 침실에 놓고 지내다가 어느 날 자세히 보니 '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