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아내와의 대화/ 2022년 제야(除夜)

ilman 2022. 12. 31. 19:42

86세 제야(除夜)를 맞으니 제일 자신 없는 것이 내년 제야까지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지금 내가 병 중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병인 년에도 아파 본 날이 하나도 없는 건강한 내가 아니던가.
그래도 86세의 제야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서 아내와 함께 이 동네에서는 고급 회와 초밥으로 유명한 '향촌'에 갔다.
 우리는 그동안 아쉬웠던 이 예기 저 예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그동안 가장 잘한 일이 젊어서 함께 다녀온 해외여행(海外旅行)이다.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과 미국 서부여행, 미국, 캐나다 동부여행, 캐나다 러키산 종주,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과 아프리카 선상 일주 2회에다가, 중국의 북경, 대련, 백두산, 신강성(新疆)의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의 실크로드(Silk road)와 황산(黃山), 계림(鷄林), 서안(西安)의 진시황릉(秦始皇陵) 그리고 동남아의 싱가포르(Singapore), 베트남(Viet Nam), 라오스(Raos), 캄보디아 , 인도네시아 등등에 겁 없이 그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내가 해외여행을 나보다 더 많이 다닌 것 같다. 퇴직하고 공무원 연금 전액을 아내에게 준 것이 아내의 여행을 도와준 것 같았지만 그것도 아주 잘한 일 같다.
 아내 안 가본  곳을 나 혼자 다녀온 곳으로는 정년 후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중고등 교사 연수 따라 일주일 간의 '한민족의 역사가 얽힌 일본 내의 각 곳 크루즈 여행'과 태산(泰山) 정도인 것 같았다.
 그리고 해외여행 중 후회가 되는 것은' 남 아메리카 이구아수 폭포와 베스프치, 알래스카를 안 가본 것이다. 이구아수 폭포는 이구아수 강을 따라 2.7km에 걸쳐 270여 개의 폭포들로 이루어져 있는 폭포로 최대 낙폭이 82m라는,  나이아가라와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 중에 하나라는데 -. 경비가 엄청나서 망설여 오다가 보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90 가까운 늙다리가 되고말았다. 이를 비교적 젊었던 그 시절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젊어서 교육공무원을 하면서도 정년 무렵까지 투 잡(Two jap)을 갖고 살아서 결혼 이후에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남보다 더 돈을 모으지는 못하였다. 지금도 나는 빚 한 푼 없이 살고 있다. 카드도 체크카드를 쓰며 살고 있듯이 옛날 집을 사거나 늘리거나 할 때도 항상 전액이 있어야 사는 줄만 알고 살아왔다.
여유가 있어 투자할 수 있을 때는 이상하게도 생각과 달리 빗나가고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서 부동산은 항상 나를 외면하여 부동산 복이 없는 사람이거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왔다.

 큰맘 먹고 일산에서는 고급이라는 횟집에서도 절약하여 음식을 시켰으나 고가의 음식값을 부담스러워하는 아내 탓에 즐거운 회식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귀가하다 보니 아내의 옛날 말이 생각난다.

"당신과 함께 외식한 것은 장위동 춘천집 같은 싸구려 막걸리 집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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