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젊어서 어느 분야에서 일하셨습니까?

ilman 2022. 10. 28. 13:30

 나이를 먹고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보니 그동안 모르던 나와 비슷한 노인을 만나 어울리게 되고, 그러면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제일 궁금한 것이 나이지만,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전직이 어느 분야에서 일하였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경우 상업 또는 무역회사,  은행원, 한전, 공무원 등등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그런 물음에 나와 같이 교직에서 근무했다고 답하면 물음은 계속되기 마련이다.  초등학교냐, 중고등학교 선생이냐 물어오다가. 중 고등학교라고 하면 이번엔 무슨 과목 선생인가를 묻다가,  더 비약하여 교장으로 정년 했느냐 지위까지  꼬치꼬치 물어온다. 대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묻는 것이 마치 심문을 당하는 것 같아 불쾌할 때가 많다.

나 같이 사립에서 전출하여 교장 되기를 포기한 은퇴한 교포 교사(敎抛敎師)에게는 곤혹스러운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 

학교는 누구나가 평생에 다니던 곳이라서 구체적으로  물어볼 말이 어느 직장보다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 되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교수(敎授) 중에도 이름 없는 지방의 대학에서 정년 하여 은퇴한 교수도 있을 것이고, 4년제 아닌 서울이나 지방의 전문대학 교수도 많은데 이런 교수에게 어느 대학 교수인가를 묻는 것은 커다란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오는 분을 만나면 대답하는 말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공무원(公務員)'이나 '교육공무원(敎育公務員)'이라 대답하다가 더 묻거든 "비밀이 없는 사람은 재산도 없다는 말도 있으니 그 이상 대답은 사양합니다." 하는 것이다.

                                                                                                        - 2022.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