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감악산(紺岳山, 675m) 출렁다리

ilman 2022. 10. 31. 12:37

 가을이 덧없이 흘러간다. 이 90세가 가까운 고령의 나이에 다시 올 가을을 기약할 수 없어 감악산 출렁다리'를 보러 가자고 아내를 꼬셔서 함께 감악산(紺岳山)을 향하였다.

출렁다리가 생기기 전후해서 '감악산'에는 서너 번, '출렁다리'에는 두 번째 가는 길이다.

내 불로그에서 감악산(紺岳山)을 찾아보니 시()만 남고 산행기로 쓴 글은 벌써 없어진 지 오래다.

기억에 남는 나의 사이트만 해도 '문학도서관', '조선일보 불로그', 'Daum 블로그'가 있는데 불로그가 없어질 때마다 이미지 일부가 없어져서 안타까워하다가 오늘 보니 작품 자체가 통째로 없어져 버린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없어지는 사이트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보니 나의 소중한 글이 1/3 정도도 더 넘게 없어진 것 같다.

아까워라! 공짜로 사이트를 써왔으니 무어라 할 수도 없고-. 그래도 남아 있는 것이 2,500여 편이나 되니 다행이라 할 수밖에-.

그래서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감악산을 다시 쓰고 있다.

  내가 사는 집이 고양시 일산(一山)이라서 우리는 전철로 문산(汶山)을 향한다.

가던 날이 문산 장날이라서 오일장에 들려 술담글 칡과 감주 그리고 점심 요기로 김밥을 사 들고 주인에게 문산 시내버스 터미널을 물으니, 문산역 전에 30분 간격으로 감악산 출렁다리를 직행하는 2층 고급버스(차비 2,800원)가 있다 한다. 
2층 버스라 자리가 널널하여 편히 앉아 감악산 가는 길의 가을 단풍을 굽어보며 파주 적성을 지난다.
 

적성에서 얼마 더 가니 '영국군참전기념비'를 지난다.

6.25 동란 때 영국군 실마리 전투를 기념하는 추모 공원이다.

문산역에서 1시간가량 됐을까.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다.

출렁다리 개통 당시에는 넓은 광장에 위 아래로 출렁다리 입구 2개가 있더니 지금은 그 공터는 빽빽이 2층 상가가 들어차 있다. 토요일에다가 서울 근교여서인지 사람도 제법 많은 편이었다.

감악산(紺岳山, 675m)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운악산 남쪽에 있는 산으로, 화악산(華嶽山, 1450m), 운악산(雲岳山, 945m), 관악산(冠岳山, 632m), 송악산(松嶽山)과 함께 경기 오악(京畿五嶽)의 하나인 명산이다.

이름을 감악산 (紺岳山)이라 한 것은 감악산의 바위가  '검은 빛을 띤 푸른빛'을 뜻하는 '紺(감)' 자 한자의 '훈(訓)'에서 유래되었다.

감악산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던 것은 정상에 있는 '빗돌 대왕비'라고도 하고 '설인귀비(薛仁貴碑 ) ,' 또는 신라 '진흥왕 순수비'라고도 하는 비신 170cm, 두께 15~19cm의 신비로운  비()로, 오랜 세월에 글자가 다 마모된 몰자 비(沒字碑) 때문이다.

이 생소한 사람인 설인귀 비라고도 하여 그가 누구인가 하고 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설인귀는 무속에나 등장하는 나당(羅唐) 연합군으로 활약하던 시절 고구려 멸망과 관계있는 당나라의 장군으로 고구려 유민의 반란 진압에도 참여하였다는 장수다. 한 편으로는 전체가 마모된 무명비에서 '興'자와 비슷한 탁본으로 진흥왕 순수비라고 하는 학자도 있다.
* 감악산 출렁다리

2020년 한국에 있는 출렁다리는 160여 개가 넘는다. 지자체가 너도 나도 없이 자기 고장 발전을 위해서 호객하거나 경쟁하듯이 다투어 세운 탓이다. 그러다 보니 이젠 그 길이를 앞다투어 내세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 강진군에 설치한 강진 망호선착장과 가우도를 잇는 '망호 출렁다리'는 716m의 길이를 자랑하고 있다. 외국인이 보면 한국은 출렁다리의 나라가 아닌가 할 정도로 출렁다리가 많다.

감악산 출렁다리도 따져보면 명칭만 해도 어패가 있는 이름이다.

'출렁다리'라 할 때 '출렁'이란 '물이 큰 물결을 이루며 거세게 흔들리다.'(우리말 큰사전)라는 뜻이다. 그런데 감악산 출렁다리는 물 없는 산중의 두 골짜기를 잇는 산악 현수교(山岳懸垂橋) 이므로  '출렁다리' 보다는 '흔들 다리'라 하여야 할 이름이다.

 그런 한국의 출렁다리의 최초는 어느 다리일까?
1972년 설치되었다가 13년만인1985년 철거되었다는 춘천 강촌교(일명 登仙橋)다. 건설 당시는 주변이 대학생들이 모이던 MT의 명소라서 인기가 폭등하였지만, 지금처럼 현수교를 놓을 수 있는 기술 이전의 시대여서  당시에는 바위에 쇠심을 박아 다리를 지탱하다가 쇠를 박은 바위에 금이 가자 안전을 위해서 부득이 철거해 버리고 30년 만인 2015년에 그보다는 작게 부활하여 놓은 출렁다리다.

 출렁다리 입구에 이르니 옛날과 달리 일대가 유원지 상가로 빽빽하게 건물이 꽉 차 있다.

주차장에서 1km 정도를 오르니 만나게 되는 감악산 출렁다리로 가는 길에는, 실물 크기의 노루, 귀여운 토끼나 다람쥐 같은 조형물이 있어 전에 왔을 때처럼 지루하지 않았다.

2016년 개통된 당시만 해도 폭 1.5 m, 높이 45m에 다리 길이 150m로 당시로는 전국  최장의 다리였다. 

45m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며 걸으면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스릴과 함께 술에 취한 듯 흔들거리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다리는 도로로 인하여 잘려나간 설마리 골짜기를 연결해 주는 다리로서 감악산 둘레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옛날 우리들의 선인(先人)들은 산보다 절이나 폭포를 주로 찾았던 것 같다.

옛날에는 지금의 법륜사 자리에 운계사(雲溪寺)란 절이 있었고 그 아래에 운계폭포(雲溪瀑布)가 있어 생긴 절 이름인데 그게 없어진 자리에 새로 지은 절이 법륜사이지만 창건자는 의상대사라고 하나 창건 연대와 함께 불분명하다..

전에 왔을 때 나는 창녕성씨인 우계 성혼(成渾) 할아버지의 '與友人遊雲溪寺'(여우인 운계사) 5언 율시의 한시(漢詩)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현대 시조(時調)로 번역해 보았다. 이 사람도 시조시인 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野外同淸賞。來尋鶴洞幽。야외동청상 내심학동유

雙崖開遠峽。一水瀉中流。쌍애개원협 쌍애개원협
石磴雲生屐。松廊露濕裘。석등운생X 송낭로습구

更期蓮社會。高興又宜秋。갱기연사회 고흥우의추


벗과 찾은 그윽한 청학동 운계사(雲溪寺)

두 골짜기 열어 시냇물로 흐르는데

솔길에

바지 적시며

가을이 흥을 돋우네

감악산에는 법륜사, 운계사, 운림사, 감악사 4개의 절이 있었으나 다 소실되고, 지금 남은 법륜사는 1970년 운계산 터에  세운 절이다.
이 법륜사에서 가장 볼거리로는 동양 최대라는 동양 최초의  '백옥석 11면 관음상'이다.

이 관음상은 1995년 한중 친선교류로 중국 하북성 아미산에서 백옥으로 제작하여 중국 천진항에서 출발하여 인천항을 거쳐서 군관민 불자의 권력으로 감악산 법륜사에 봉안한 동양 최초의 대형 11면 관세음보살 상으로  7m 신장에, 좌대 4m의 부처다. 기도자들은 이 영험한 관음상에 참배하시어 소원 성취하고 불조의 해명을 받으시어 제도 하시를 바라는 뜻으로 세운 불상이다. 

이외에 12 지상과 각종 조형 석상과 감악산 전망대와 운계 폭포를 둘러볼만하다.

                                                                          -2022.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