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157

귀한 선물/ 박해 서예가가 남긴 한시

귀한 선물 금년 들어 가장 추웠던 초겨울 저녁 누가 벨을 누른다. 누구일까? 등산가며, 시인이신 하정우 님이셨다. 백운대를 금년 들어 3,700번 이상 등반 기록을 세우신 분, 고시 4회 출신, 국회전문위원을 지내신 분, 산시(山詩) '애산송(愛山頌)'의 저자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나보다 5년 연배이신 분이다. 나처럼 생맥주를 유난히 즐겨하시어 종종 우린 술자리를 함께 하였다. 우리는 다 산(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둘이 만나 나누는 대화 화제는 언제나 산(山)이었다. 우리 아파트 관리실 앞에서 전화를 하셨는데 어디 계신지 영 안 보이더니 키가 넘는 액자를 들고 어둠을 뚫고 나타나신다. 확인 전화를 하신 후에 몸소 가지러 갔다 오신 것이었다. 일전에 서예 작품을 주신다는 말을 그냥 무심히 들었는..

내용증명서/ 버스 정거장에서 승객의 피해

내용증명서/ 버스 정거장에서 승객의 피해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x구 xxx로 284 xxx동 xxxx호 피해자: xxx(86세) 연락처: 010 xxxx 6xx6 사유 발생일 : 2023년 11월 16일(목) 오후 5시~7시 10분 사이 장소: 서울특별시 영등포 역 전 소방서 앞 버스 1500번, 1082 정거장 사건 사유: 피해자 성은 인천 고향 향우회 회원으로인천시청에서 시정보고회를 마치고 고양시 일산으로 귀가하기 위해 위 소방소 앞 '교하~영등포' '1500번' 버스 정거장 회차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 정류소가 아닌 그 4m쯤 아래에서 본인이 기다리고 있는 정거장을 제치고 손짓해도 외면하고 2대나 치나쳐 버리고 있었음 할 수 없이 그리로 가서 다음 버스를 타고 왜 승강장을 무시하고 엉뚱..

성공한 여행을 하려면

여행 가서는 잘 구경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제일이다. 여행이 성공적이게 하려면, 아프지 말고, 함께 간 사람과 다투지 말고, 물건을 잃지 말고 돌아올 것이다. 아프면 본인은 물론 함께 간 사람까지 괴롭히게 되니 말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함께한 사람에 대하여 그동안 몰랐던 결점을 구체적으로 접하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 크게 실망하거나 나아가 절교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대게 돈과 관계되는 일에 많았다. 여행을 가장 망치는 대개의 경우는 소중한 물건을 잃게 되는 경우다. 나는 가족과 3박 5일의 일정으로 베트남의 유명 휴양지 나트랑(Nha Trang)에 해외여행 갔다가 상하의 나라라서 너무 덥길래 귀국하는 날 비행장으로 떠나기 전에 샤워를 하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그것은 최근에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러브 레터(Love Ltter)

신도시 일산 아파트에 살다 보면 이사(移徙) 가는 이가 많다. 이분들은 가족 형성기(形成期)와 확대기(擴大期)를 거쳐, 자식들이 결혼하여 떠나가는 가족 축소기(縮小期)를 사는 주민들이 많아서 큰 평 버리고, 작은 아파트로 줄여 가는 사람들이다. 며칠 전만 해도 한 번도 보지 않고 버린 듯한 호화장정의 '세계문학전집' 28권과 그 외 몇 권을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아내의 잔소리를 외면하고 날름 집어다가 서재를 꾸미다 보니, 그중 사형수가 쓴 50여 년 전의 이야기가 있기에 침실에 놓고 지내다가 어느 날 자세히 보니 '최영오(崔永吾, 1938년 ~ 1963년 3월 18일) 일병의 옥중수기(獄中手記)'가 아닌가. 그 표지마저 검푸르러 우중충한데 붉은 핏방울까지 있어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최 일병은 나와 한 ..

'음주 인생(飮酒人生)

'여인보다 시랑 하던 술이여!' '섹스보다 좋아하던 술이여!' 노래하던 ilman이 금주(禁酒) 한 지가 한 달이 멀어져 갑니다. 절주(節酒)를 자랑하며, 반주(飯酒)를 즐기던 술꾼이, 치매(癡呆)의 영약(靈藥)이 술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80세의 3/4'이 '85세의 1/2'이 치매 환자되어 죽었다는 과학(科學)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후 내장이 편안해졌고 화장실이 황금빛이 되었고, 주머니가 넉넉해졌고, 아내의 잔소리가 적어졌으나 ilman의 낭만(浪漫)이 살아져 버린 게 아쉽네요! 신기하게도 금단 현상(禁斷現像)이 없는 것이 축복입니다. 전국을 떠돌며 천하를 회(膾)하던 ilman에서 깨어나, 절연(絶煙)하고 살아온 세상처럼 그렇게 살렵니다. 사는 동안은 치매(癡呆)가 두려워서입니다. 술..

ilman의 하루/ 2023, 2, 7(화) 흐림

요즈음은 온종일 밤늦도록 내 홈피 'ilman의 국내외 여행기'를 가필 정정(加筆 訂正)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매일 내 홈피를 찾아오는 독자들이 지금까지 30만이 가까워지다 보니 독자들에게 내 마지막 정성으로 보답하고 싶어서다. 60대에 만든 홈페이지 '문학도서관'이 없어져서 '야후'로, 야후도 없어져서, '조선 블로그'로, '다움'으로 옮겨 왔더니, 그 다음도 생소한 '디스토리(Distory)'로 옮기게 되면서 내가 수십 년 공들여 써놓은 작품이 크게 수난을 받고 있다. 그중에 가장 뼈 아픈 것이 공들여 작품 속에 실어 놓은 나의 수많은 귀한 사진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X자'로 배꼽만 남은 것을 바라볼 때다. 그보다 더 아까운 것은 작품이 통째로 없어져 버린 마음의 아픔이다. 지금까지 내가 써서 발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연애편지

신도시 일산 아파트에 살다 보면 이사 가는 이가 많다. 이분들은 가족 형성기(形成期)와 확대기(擴大期)를 거쳐, 자식들이 결혼하여 떠나가는 가족 축소기(縮小期)를 사는 주민들이 많아서 작은 아파트로 집을 줄여 나가는 사람들이다. 넓은 집에서 살 필요가 없어, 관리비도 저렴하고 청소하기 편한 소형 중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이 버리고 가는 것이 많아 가끔 횡재를 할 때가 있다. 그중에도 귀한 서적들이 많았다. 며칠 전만 해도 한 번도 보지 않고 버린 듯한 호화장정의 '세계문학전집' 28권과 그 외 몇 권을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날름 집어다가 서재를 꾸미다 보니, 그중 사형수가 쓴 낡은 이야기가 있기에 침실에 놓고 지내다가 어느 날 자세히 보니 '최영..

아내의 선물/ 나의 젊은 시절 이야기

아내의 선물 약혼할 때 나는 아내로부터 결혼선물로 카메라를 받았다. 1960년대에는 시계가 귀한 때였지만 카메라는 더 귀하였던 시절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하여 오늘날까지 그 영역은 캠코더와 컴퓨터로 이어져서 문우(文友)들이 부러워 할만큼 문학에 영상을 접목시키면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기 중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는 아날로그 카메라 2대, 디지털 2대, 캠코더 1대에 필터의 종류만으로도 20여 종 이상에 완벽한 촬영 장비를 갖추고 있다. 옛날에 사진작가 홍순태 교수가 농으로 하던 말이 생각난다. "성선생은 커랙션을 더 좋아하시는구먼요." 아내의 두 번째 선물은 교직에서 마지막 정년을 할 때 받은 우체국 종신연금카드였다. 내가 이 세상과 인연을 다할 때까지 매달 10만 원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