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발로 쓰는 글 지금까지 나는 자동차 운전은 손으로 하는 줄로만 알았더니, 발로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운전은 발로하는 것이었구나 했더니 그보다 운전은 마음 즉 성격으로 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글은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발로 쓰는 것이다. 기행문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옛날에 다녀온 곳을 회상하며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직접 다녀와서야 비로소 쓰여지는 것이 여행기다. 그래야 펄펄 뛰는 활어(活魚) 같이 생생히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옛날 다녀온 국내 명승지라 해도 남들을 따라가서 건성보고 온 우리의 산하는 다시 한 번 다녀와서야 비로소 팬을 잡을 수 있게 된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떠나면 기록하며 물으면서 다니게 된다. 이러한 노력이 남들이 보고 듣고 온 이상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한다. 그러다 보니 등산회 따라 가다 보면 나는 항상 뒤쳐져서 함께 간 사람들에게 누가 되고, 인솔자에게는 걱정이 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아무런 제약 없이 다닐 수 있는 단독 여행이 글쓰는 데는 더 없이 좋다. 일방적으로 정해진 일정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과 장소를 넓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행문은 만남의 기록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꿈꾸던 자연을 만나고, 그곳에 어린 전설과 만나게 된다.
이때마다 나를 크게 도와주는 것이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녹음기(보이스펜)였다. 산사(山寺)의 연역, 배치, 소장 유물의 모습이나 설명 등을 일일이 기록하며 다닌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를 셔터 하나로 간단히 해결하게 해주는 것이 디지털카메라다. 해외여행에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귀한 자료이지만 관광하면서 그걸 일일이 기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때에 디지털녹음기(보이스 펜)는 나를 크게 도와주었다. 디지털 녹음기는 종래 릴 테이프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서 필요한 녹음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CD와 같이 보단 하나로 필요한 곳의 녹음을 직접 찾을 수 있고 또 삭제와 편집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록이 필요한 때 녹음하고 돌아와서 그 목록만 작성하면 되는 것이 디지털녹음기다. 테이프는 반도체로 내장되어 있고, 그 녹음 시간도 8시간에서 16시간까지 있다. 내 보이스팬은 8시간 짜리 것으로도 10일 이상의 해외 모든 여행을 녹음할 수가 있다. 물론 칠판처럼 짓고 다시 쓸 수가 있어서다. 기행문을 쓸 때에 도움이 되는 것 중에 또 하나는 현지에서 파는 비디오테이프나 CD다. 이것들은 영상과 함께 중요한 것들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한 것들이어서 여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캠코더로도 찍었기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개 우리들의 투어여행은 가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주어진 촬영 시간에 제약이 있는데 비해서, 현지에서 팔고 있는 비디오테이프나 DVD는 전문가가 좋은 장비로 여러 곳을 다니면서, 오랜 시간을 두고 다양한 각도로 찍어서 봏은 편집 기구를 가지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낯선 고장을 갈 때마다 여행 그림책(스탬프북)을 사서 부지런히 모았지만, 지금은 지도가 있는 등산스카프 등을 열심히 사 모으고 있다. 수건으로 쓸 수 있음은 물론 찾아가는 곳의 거리, 위치 등이 비교적 상세히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구할 수 없는 값진 기념품이요,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모은 자료에다가 인터넷을 뒤져 자료를 보충하면서 어느 누구보다 많은 자료를 가지고 고희(古稀)가 가까운 나이를 잊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산행기를 써서 발표하면서부터 요즈음은 조회 수를 체크하는 재미로 살고 있다. 사람이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열중한다는 것은 보람있고 즐거운 일이다.
檀君遺蹟 古壇留(단군유적고단유) 分明日月臨玄圃(분명일월임현보) 浩蕩風煙沒白鷗(호탕풍연몰백구) 天地有窮人易老(천지유궁인이노) 此至能得畿回遊(차지능득기회유) -목은 이색
참성단은 단군 자취 仙景 온 게 분명하다 天地가 끝 있으랴 사람만 늙는 거지 참성단 언제 다시 찾아 갈매기와 노닐꼬. -일만 시조 역 산에 가면 알 것 같다. 왜 내가 산에 오르는가. 정상에 서면 알 것 같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산에게 배우고 싶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산에 가면 등산이 근교 산에서 먼 고장의 산으로 발전하면 여행으로 확대가 된다. 이렇게 본업 이외에 즐기는 일과, 즐기고 사랑하며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면서 사소한 이해 관계에서 떠나 자기를 실현하며 자기 세계를 확대하여 가는 것이 곧 레저 문화다. 일찍이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도 말했다. '국민에게 오락을 주는 것은 좋은 정치'라고. 가을이 오니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이란 노래도 있지만 나의 발길을 미지의 곳으로 돌리고 싶다. 그 곳이 즐거운 곳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명승지를 찾아다니다가 작년부터 한국의 산하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고 싶어서 새로운 눈을 가지고 홍도, 흑산도, 거문도, 백도, 매물도, 울릉도 등을 둘러보았다.
三無 三高 三豊 五多 7 번째 큰 오각형 섬 호박엿 오징어로 뭍과 바다 맛보다가 오히려 외로운 섬이 되어 우리로 돌아갑니다 -외로운 섬/ 울릉도 전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이야기에다가 이것저것 여럿인 경우도 있어 우리네 같은 글 하는 사람들이 와서 합리적으로 가다듬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갖게 한다. 이런 기행문을 쓰는 데에 40여 년 동안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준비한 나의 적지 않은 각가지 책들과 사전은 커다란 도움이 되어 주었다. 그것보다 15년 전부터 정년을 준비한 컴퓨터에 바친 나의 시간은,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풍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하여 주었다. 종래의 수필문학이 미적인 추구와 독자를 작가의 공감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라면, 현대 수필은 여기에다 독자가 은연중에 원하고 있는 어떤 메시지를 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산이 좋아서 항상 찾아가면서도 무심코 지나치던 사람들에게 '낯설기 수법'을 통하여 그 산 이름이나, 지명의 유래나 전설의 제시는, 독자들이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는 큰 즐거움을 주게 된다. 이 느낌을 시조(時調)를 이용하여 제시한다는 것은 시조 세계를 이해시키고 보급시키는 데에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외국을 가보면 우리는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고 있는 비교적 잘사는 나라였다. 아시아에서는 작은 나라 빼고는 일본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가 우리 나라다. 전 세계에 국민소득이 1 만불 이상의 나라는 24개국밖에 없다 하지 않던가. 국민 소득이 증가되고, 늘어나는 토요일 휴무로 주 2회의 여가에다, 여성의 가사 부담의 경감 등으로 그 동안 특수층의 전유물이었던 레저(leisure) 생활이 대중에게도 확대되었다. 레저(leisure)란 여가(餘暇)란 말이다. 생업인 직업의 세계를 떠나서 스스로의 만족을 얻기 위한 자유로운 활동으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 자체가 목적이 되는 행위다. 사람들의 하루의 생활 시간은 생리적 필수 시간, 노동시간. 자유시간 셋으로 나눌 수가 있다. 식사와 수면 같은 생리적인 구속 시간과, 직업 같은 사회적 구속 시간을 빼고 난 시간이 자유시간이다. 자유시간이란 여가(餘暇)로서 선택시간. 자유재량 시간, 수의 시간(隨意時間)으로도 불리는 시간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도중에 겪어야 하는 각종 노동 쟁의와 파업은 한 마디로 말하여 이 자유시간대를 위한 투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유로운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그 활동의 질이 어떠하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레저에는 TV나 영화나 프로야구, 축구 등과 같이 보고 듣는 레저도 있으나, 골프, 스키, 테니스, 수영과 같이 직접 참여하는 행동 레저도 있는데 등산이 그 중에 하나다. 고가의 장비나 경비가 드는 특수층의 전유물인 고급 레저가 아니라 그런 장비 없이도 대중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소위 근교 레저(近郊leisure)에 속하는 것 중에 등산 이다. <시조문학>2003년 겨울호 연재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