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 이야기/ 9월 23일(월)
추석날 새벽 일산호수공원(一山湖水公園)을 자전거로 돌아보았더니 점잖게 생긴 노인들이 어정어정 나무 밑에서 도토리를 줍고 있다. 다람쥐 등 동물이 먹어야 할 도토리를 약탈(掠奪)해 가는 현장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몇 년 전에 북한산에 내린 ‘도토리 비’가 생각난다.
불법으로 채취해서 가져가려는 도토리를 현장에서 압수해서 동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헬기로 북한산에 공중 살포했다는 뉴스였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과일 밤(栗)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동물의 먹이라 하여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퀸스타운 공원에 갔더니 갈매기들이 공원에서 둘러 앉아 회식하는 가족 가에 앉아 던져 주는 먹이를 나누어 먹고 있던 부러운 모습도 생각난다. 우리 민족도 언제나 이런 수준에 도달하게 될까.
달력을 보니 며칠 후인 9월 23일(월)이 추분(秋分)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하얀 이슬이 내리는 '백로(白露, 9월 7일경)'가 지나 추분(秋分, 9월23일)을 거쳐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한로(寒露, 10월8일 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24 절기 중에 밤과 낮이 길이가 꼭 같은 날이 춘분(春分,3. 20 )과 추분(秋分, 9. 23)이다.
이 날들은 계절의 분기점(分岐點)이 되는 절기인데 꼭 같은 밤낮 길이라도 여름의 늦더위가 남아 있는 추분이 춘분보다 약 10 ⁰C 정도 더 높다. 그래 그런가. 추석이 막 지났는데도 밤 온도가 28~9⁰C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침과 낮의 기온 차가 큰 것을 보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추분부터 밤이 점점 길어지기 때문이다.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도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는 속담은 추분(秋分)이 지나면 천둥소리도 없어지고 벌레들도 월동할 곳으로 숨는다는 뜻이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 라는 속담 같이 매미 소리는 벌써 그쳤고, 잠자리도 혹 가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옷차림도 어느새 반바지, 반팔이 긴 바지, 긴팔 옷으로 바뀌었다.
금년에는 머지않아 대풍(大豊) 소식이 들려 올 것 같다.
긴 장마로 고생도 했지만 농사에 필요한 비가 충분히 내렸고, 유례없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 벼와 채소를 무럭무럭 자라게 했고, 농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태풍 소식도 들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추분은 가을걷이로 농촌 일손이 가장 바쁜 때다.
도시를 사는 우리들도 좀처럼 맞기 어려운 황금연휴를 보냈으니 가을을 맞아 우리 주변을 살피고 돌보아 아름다운 겨울맞이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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