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오카(福岡)에서
일본에서 8번째로 큰 도시 후쿠오카가 속한 규슈(九州)는 섬나라인 일본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4 대섬 중 3번째로 큰 섬으로 1,5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산다.
그 규슈의 수도라고 불리는 후쿠오카(福岡)에 부산에서 대한해협과 그 유명한 현해탄(玄海灘)을 건너 밤새 8시간을 달려 새벽 2시경에 하카타항에 도착하여 이국의 아침을 맞았다.
귀에 설지 않는 이름 현해탄은 일어로는 겐카이(玄海)라고도 하는데 글자 뜻 그대로 검을 '玄'(현) 바다 '海'(해), 검은 바다라는 뜻이다.
해방 전에 부산~시모노세키[下關]까지 가는 연락선이 대마도와 규슈 사이의 이 현해탄을 건넜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애환이 어린 바다다.
수심 50m 내외되는 바다로 겨울철 파도가 거세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134만 명이 사는 후쿠오카(福岡)는 규슈(九州)에서 가장 큰 대도시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에서 제일 가까운 위치라서 일찍부터 세계인들이 드나드는 관문(關門)이었다.
후쿠오카에는 시내의 한복판을 남북으로 흐르는 강 나카가와(那珂川)가 있다.
그 강을 중심으로 하여 동쪽을 일반 백성과 상인들이 사는 하카타(博多)라 하고, 그 서쪽은 에도 시대 구로다(黑田) 성주가 사는 무사의 도시' 후쿠오카(福岡)로 부르다가 메이지(明治) 때에 둘을 후쿠오카란 이름으로 합병하였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서 하카타(博多) 역, 후쿠오카(福岡) 공항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들은 시내를 가로질러 후쿠오카 서쪽에 있는 카라츠(唐津)를 향한다.
*. 나고야 성(名護屋城) 터와 박물관
카라츠(唐津)란 이름은 일본인이 한국과 중국을 호칭하는 '唐'(당)과 나루터 '津'이란 뜻에서 생긴 말이다.
우리나라 충남 '당진'(唐津)이 중국을 왕래하는 나루터였다는 것과 뜻을 같이 하는 지명이다.
카라츠(唐津)는 카라츠 야키(도자기)로 유명하다.
임진왜란 때 강제로 끌려온 조선 도공들이 구슈(九州) 일대와 이곳 카라츠에서 도자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카라츠(唐津)를 찾아가는 것은 그보다 임진왜란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나고야 성(名護屋城) 성터 및 진영(鎭營) 터를 보기 위함이다.
우리가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본 3대 성 중의 하나인 나고야성이 아니라 카라츠(唐津)에 있는 나고야성지(名護屋城祉)다.
이 특별 사적의 중심이 되는 나고야 성터는 총면적 17 km²로 당시에 일본 제1이라는 오사카성에 다음가는 규모였다.
이 성은 다이묘(大名)들의 분담에 의해 3개월도 안되어서 주요부가 완성되었다.
성문은 다섯 군데인데 북쪽에는 해자(垓字)까지 있었다.
거기서 일본 당국이 작성하여 준 팸플릿을 통하여 이 성의 소개를 알아본다.
-임진, 정유재란(文祿, 慶長의 역)은 16세기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과 중국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 일으킨 침략전쟁입니다.
전쟁은 약 7년간에 걸쳤으며, 그 피해는 조선국 전국토에 미쳤습니다.
이 전쟁에는 전국의 거의 모든 다이묘(大名)들이 참가하여 30만 군이 주둔하던 진영 터와 그 성벽이 나고야성 주변 약 3km 안에 160여 곳의 진영 터가 유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특별사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당시 이 나고야(名護屋)는 극히 단시간에 대단위의 도시로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2년 동안 훈련을 마치고 대륙침략에 들어간 것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전국을 통일하고 그 여력으로 조선을 침범하기 위해서 성을 구축하니 이 성이 곧 하젠나고야성(肥前名護屋城)이었다.
성터에 올라서 보니 마을 건너 나고야(名護屋) 대교(大橋) 너머 바다가 깊숙이 육지로 들어와 있다.
여기서 출범한 배가 침략의 야욕에 불타는 왜놈들을 싣고 부산을 향하였던 것이다. 조금 전 박물관 안에서 보고 온 일본의 전함 아타케 부네(安宅船)와 우리 거북선 모형이 생각난다.
나고야성박물관은 임란과 관계된 대규모 유적 보존 정비와 과거의 역사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일본열도와 한반도 교류의 역사를 조사 연구, 전시, 소개하면서 무엇보다 양국의 우호 교류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설립하고 운영한다고 한다.
*. 후나야마(船上) 고분
일본의 역사문화 탐방은 4가지로 요약된다.
사찰(寺刹) 문화, 신사(神社) 문화, 성(城) 문화, 묘지(墓地) 문화다.
이 구슈에서는 성(城) 문화로써 나가야 성터를 보았고 묘지(墓地) 문화를 보기 위해서 후쿠오카에서 구마모토(熊本)로 가다가 만나는 다마나(玉名)시에서 여러 개의 고분 중에 하나인 후나야마(船上) 고분을 보게 된다.
그 고분은 비후민가촌(肥後民家村)에 있는 고분 중에 하나였다.
그 고분은 앞이 네모 지고 뒤가 둥근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이다.
이 '전방후원분'은 우리나라 영산강 유역에서 보이는 것으로 이런 형식이 남해안을 통하여 대마도를 거쳐서 일본에 전파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분묘 형식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873년 1월 4일에 이 땅의 주인이 '후나야마 꼭대기를 파보라.'라는 계시의 꿈을 꾸었다.
그래서 파 보았더니 집 모양의 석관이 나왔다.
석관 안은 단청이 되어 있고 내부의 길이는 2.2m, 폭 1.1m, 천장 높이가 1.4m였는데 관 뚜껑을 좌우로 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 무덤에서 유물이 모두 92개가 출토되었는데 그중 말 그림과 함께 글자까지 새겨져 있는 은상감(銀象嵌)의 철제 칼이 발굴되었다.
집 모양의 지붕 형의 석관도 백제의 석관 형식이었다.
그뿐인가. 이 칼에 쓰인 글씨는 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릴 정도로 일본에서는 가장 오래된 금석문(金石文)으로, 만든 사람의 이름과 연대까지 분명 하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 X로 판독이 어렵다는 점에 의혹이 갔다.
이 출토 유물을 두고 한일 학자 간에 의견이 분분하였다.
그중 청동거울은 우리나라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것과 비슷하였고, 금귀고리는 우리나라 삼국 초기 가야지역에서 출토된 것들과 꼭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들 유물들은 일본 국보(國寶)로 지정되어 그 실물이 도교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입을 모아 열도(列島)로 이주해 온 한국 개척자들이 만든 유물이라고 말하지만 나와 같은 문외한이 그 진실을 어찌 알랴.
그래서 그 사진을 비교해 보았다. 왼쪽 신이 전북 익산시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이요, 오른쪽이 후나야마 출토 금동제 신발이다.
금귀고리는 왼쪽이 후나야마 고분 것, 오른쪽이 가야지역에서 출토된 금귀고리다.
*. 온천의 도시 벳부(別府)
지하수가 지표에 자연으로 용출되거나 인공으로 시추되어 나올 때에 그 물의 온도가 그 지역의 연평균 기온보다 높으면 이를 온천(溫泉)이라고 한다.
그 이하면 냉천(冷泉)이요, 수온과 관계없이 무기물질 등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으면 광천(鑛泉)이라고 한다.
온천수의 온도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유럽에서는 20℃ 이상, 미국에서는 21.1℃ 이상 우리나라나 일본, 남아프리카에서는 25℃ 이상을 온천수라 한다.
내가 가본 해외 온천으로는 옷을 걸치고 남녀가 함께 하는 캐나다 캐나다 록키 국립공원의 온천과 뉴질랜드 북섬 로투리아 폴리네시안 풀 온천을 보고, 오늘 처음 일본의 벳부온천에 왔다.
벳부온천은 2가지로 양분된다.
구경하는 온천과 직접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온센온천이다.
우리들의 온센온천은 벳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스기노 호텔'에서 한다.
일류 호텔답게 두 침대에다 다다미방이 따로 있는 고급 룸이었다.
일본의 호텔에는 일회용 샴푸, 린즈, 칫솔, 빗, 드라이, 휴지 등이 완벽하게 갖추어 있었으나 전기는 100 볼트라서 그 플러그가 한국의 220 볼트용과 달랐다.
호텔의 온천의 욕실은 지하에도 있지만 5층에도 있는데 목욕하러 갈 때는 유가다를 입고 종종걸음으로 가야 했다. 유가다를 입고 기념사진 하나 찍어 둘까 하였으나 그동안 마음속에 박힌 일본에 대한 얽힌 나쁜 마음이 이를 막았다.
벳부에서는 온천을 3번 해야 좋다 한다. 저녁 식사 전후 한 번씩과 아침에 한 번이다.
첫 번째에는 몸을 씻고 두 번째는 뼈를 씻고, 세 번째는 마음을 씻게 된다 한다.
다음날 아침에 동이 트기 전에 벳부 시내를 바라보며 하던 야외 온천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시설은 한국보다 더 좋은 편은 아니었다.
호텔이 좋으면 음식도 좋은 법이다.
600명 전원을 다 수용하고도 남는 널찍한 호텔의 저녁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환상적인 회(膾)가 주종이어서 여행 중 식도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맞추어 생맥주(780엔)를 팔아서 회(膾)의 맛을 더욱 돋워 주었다.
다음 날 우리는 보는 벳부의 온천 순례를 한다.
벳부에서 제일 유명한 명소가 '지코쿠(地獄) 온천'이다.
지코쿠(地獄) 온천은 250~300m에 깊이에서 100℃ 전후의 열탕(熱湯)과 분탕(紛湯)이 분출하는 모습이 마치 지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지옥'이라고 불리는 온천이다.
다음은 이 온천에 써 붙인 한글 소개 내용이다.
-바다지옥(海地獄: 우미지고꾸): 바다지옥은 1,200년 전 쯔루미오까산(鶴見山) 폭발에 의해 생긴 커다란 연못이 푸른 바다처럼 보이기 때문에 바다 지옥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수질은 산성으로 라듐, 유산철을 포함하고 있고 5만 평 부지에는 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휴식소 및 대욕탕, 일본 최고의 바나나 온실 등과 삼천 수백 구루의 열대 식물원, 그리고 대연잎과 성무련이라 일컬어지는 희귀 종, 열대성 수련 등 남국 정서와 보기 드문 경관이 펼쳐집니다.
이곳에서는 화씨 200도의 열탕을 하루에 약 3,600kl나 뿜어내고 있으며 이 온천 열을 이용하여 열대식물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 온천 열을 이용하여 열대식물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피 연못 지옥(血의池地獄: 지노위 깨지고꾸): 점토를 분출하고 김마저 붉은색을 띤 곳으로 만엽집(萬葉集: 망요슈)에 '붉은 연못'이라고 적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지옥입니다.
전면적 1.300 m² , 용출량 1,800kl이며 붉은색의 점토는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 하여 연고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 여기서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대연꽃(대오니 하수)다.
남미 아마존의 기아나지방 원산인 수련과의 다년생 수초인 이 대연꽃은 직경 2m, 둘레가 5~10m에 그 둘레가 위로 대야처럼 구부러져 있어서 어린이는 물론 성인까지 그 위를 배처럼 탈 수 있는데 그 진홍색 연꽃의 직경이 30~40m나 되었다.
인구 약 12만 5천 명이 사는 벳부는 동경 근처에 있는 熱海(아타미)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으로 벳부만(別府灣)을 끼고 있는 온천 및 관광도시다.
벳부에는 3천8백여 개의 온천이 있는데 이 온천 열을 이용해서 야채, 화훼 재배가 성하다.
*. 우스키 불상
벳부에서 오이타를 지나 해안선을 끼고 조금만 더 가면 마애석불로 유명한 臼杵(우스키) 시가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돌은 마애석불을 만들기에 적당한 돌이 드물어서 마애석불이 귀한데 일본의 2/3에 해당하는 마애석불이 이 우스키에 있어, 일본은 이 지역을 전국에서 최초로 국보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에 걸쳐 조각되었다고 전해지며 그 규모, 수량, 수준 높은 조각은 일본 국내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석불군은 4개 군으로 나뉘며, 지면에 따라 호키 석불 제1군(도우가사코), 후기 석불 제2군, 산노우산(山王山) 석불, 코엔(古園) 석불이라 불리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화산재가 굳어진 암석인 응회암으로 산 표면에 만들어져 있어 목조 불상에도 필적하는 걸작이며 표정 풍부한 우수한 불상 모습은 우리들로 하여금 마음의 편안함을 줍니다.
여행 가서는 많이 보고 빠짐없이 보고 다니는 것이 제일이라서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화살표 따라 산을 오르다 보니 오륜탑 가는 길이 있다.
많은 시간을 들여 등산하며 찾아간 곳은 볼품없는 '오륜탑'이었다.
1시간 정도면 위 안내도 따라 모든 곳을 다 둘러볼 수 있었는데, 단체라서 그 안내도를 나중에 받는 바람에 엉뚱한 곳을 찾아다닌 것이다.
그래서 그림으로나마 이렇게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고려 중엽에 해당하는 일본 헤안시대인 1,100년부터 1200년 사이에 조성된 이 마애석불은 한국에서 내가 보고 다니던 마애석불과 다른 점이 많았다.
마애석불이 한둘이 아니라 무리로 있는 것. 돌 위에 양각(陽刻)으로 새긴 조각도 있었지만 머리 등이 입체적으로 튀어나오게 한 점, 우리 불상은 천의(天衣)에 아름다운 몸을 가리고 있는데 일본의 마애석불은 가슴부위까지 노출시킨 것 등.
이러한 불교를 백제가 일본에 전해 준 것이 552년 경이었다는데 우리가 우스키에서 본 불상의 모습은 일본화하여 조각되었다는 그런 점들이다.
-다음 "나라(奈良)의 동대사와 법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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