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북유럽 핀란드(Finland)여행/ 헬싱키(Helsinki)(2)

ilman 2023. 2. 6. 09:59

핀란드(Finland) 기행 

 *.유럽 인이 제1로 선호하는 관광지/ 헬싱키 
  러시아에서 입출국이 그렇게 까다롭더니만 핀란드 입국 수속은 물 흐르듯 너무 쉬웠다. 한 마디로 입국 수석으로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우열을 말하여 주는 듯했다.

 러시아에서는 입국도 그랬지만 출국할 때도 3시간 이상을 속절없이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수도 헬싱키를 향해 달리는 푸른 초원은 국경을 넘으면서 1시간이나 뒤로 시계를 막 돌려놓은 밤 10시가 훨씬 넘었건만 서녘 하늘에 노을이 한창이다. 백야(白夜)인 것이다.

  백야(白夜)라는 것은 고위도(高緯度) 지방에서 해뜨기 전 또는 해진 뒤에 볼 수 있는 박명(薄明) 현상이다. 박명이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 주위가 훤한 정도로 밝은 현상이다.

하지(夏至)를 중심으로 한 기간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 18도 이하로 지지 않기 때문에 밤에 박명(薄明)이 계속되는 것이다.

밤 12시가 넘어도 책을 읽을 정도로 밝았고 새벽 3시부터 또 그러하였다. 지금까지 알아 왔던 밤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겠다
 

낮 같은 밤 있다는 낮 같은 밤 때문

낮과 밤도 몰랐던 두려웠던 하루하루

밤낮을

다시 써야 하는

내 사전의 옹아리.

                                     -백야(白夜)  

국경을 넘으니 흰색 바탕에 파란 십자가의 핀란드 깃발이 나부낀다. 백색은 흰 눈을 파란색은 삼림(森林)과 호수(湖水)를 상징한다. 이 북구 나라들의 국기들은 좌측 상단에 십자가가 있는 것이 거의 꼭 같다. 바탕의 색깔이나 십자가의 색깔이 각기 다를 뿐이다.

 

핀란드는 민족 중 93.5%가 핀 족(Finn)이다. 그래서 핀(Finn)족의 나라(Land)란 뜻으로 핀란드(Finland)라 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핀란드어로 ‘수오미공화국(Suomen Tasavalta)으로 '늪과 호수(Suomen )의 땅'이라는 뜻이다.

한반도의 1.5배의 크기(33만 8145㎢)에 전 국토의 10%가 6만 개의 호수(湖水)와 강()이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겨우 500만 명으로 남북한 인구의 1/15 밖에 안된다. 스칸디나비아(Scandia) 반도의 남쪽 발틱해에 접하고, 동서 쪽이 구소련과 스웨덴(Sweden)의 두 강대국 사이라는 불리한 지정학적 요건 때문에 우리나라보다도 더 긴 750년간이나 양국(兩國)의 지배를 받아야 했다.
스웨덴에게 650년, 19C초에는 핀란드 인들이 송충이보다 더 싫어하는 러시아(Rusia)에게 다시 100여 년이나 탄압을 받으며 적개심으로 민족의식을 키웠다.

 

러시아 혁명으로 1917년에 드디어 독립이 되자 전 국민이 똘똘 뭉쳐 국민소득 31.244\$로 11,041\$의 러시아는 물론 세계가 부러워하는 세계 13위의 복지 국가를 이룩하여 그 한을 풀었다. 1인당 GDP로 본 국민소득 순위가 19위(29.898\$)인 스웨덴, 62위(11.42\$)인 러시아보다 높은 13위(31.208\$)의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가 일본에게 36년간 나라를 빼앗겼을 때 민족의 마음에 싹튼 것이 애국심이었다. 그 애국심을 키우고 지켜 준 것이 핀란드어였다.  

 

핀란드 국민들의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이가 핀란드 최고의 작곡가 시벨리우스(Sibeliuksen )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금은 헬싱키 최고의 관광지가 된 '시벨리우스 공원(Sibeliuksen Puisto)'을 만들어 놓고 평생을 조국 핀란드(Finland)에 대한 사랑으로 살면서, 그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 업적을 기리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시벨리우스 두상(頭狀)을 만났다.

   그 옆에 있는 24톤의 은빛 강철관으로 된 파이프 오르간 모양의 '시벨리우스 기념비'(여류 조각가 Hiltunen의 1967년도 작품) 앞에 서니 우렁차게 시벨리우스의 대표작인 교향시' 핀란디아'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오늘(2001년 6월 28일) 자자 신문을 보니, 핀란드는 작년에 이어 세계 국가적 부패 지수(腐敗指數)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1위에 선정되었다. 우리나라는 창피하게도 91개국 중 42위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4위, 홍콩이 14위, 일본이 21, 타이완이 27위, 말레이시아도 36위나 된다는데 우리나라는 42위라니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나라로 체면이 서는 이야기냐?

우리 다 함께 부끄러워하자. 부끄럼을 모르는 이를 철면피(鐵面皮)라 하지 않던가.

  *. 발트해의 소녀/ 헬싱키  

‘발트해의 아가씨’ 또는 ‘북유럽의 흰 수도’로 불리는 인구는 58 민 9천 명(2011년) 내외의 아름다운 도시 헬싱키는 시베리아 철도와 서유럽 철도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헬싱키 하면 우리는 헬싱키 올림픽과 핀란드 사우나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동메달 2개로 만족할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그곳 상인들에게 코리아에서 왔다 고하니 88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말한다. 스포츠의 힘이 얼마나 크고 그 위력이 어떠한가를 외국에 나와 보니 비로소 알 것 같다.

  사우나(sauna)의 원조(元祖)가 '핀란드 사우나'라 한다.
그 사우나는 약 2,000년 전 칼렌루야 지방에서 시작되었다.

사우나(sauna)란 말은 사우나(sauna)에서 감탄사 '와!'를 의미하는 ‘sow’에다가 땀을 뺀다는 의미의  ‘nar’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라 한다. 핀란드어로 ‘로일리’란 단어가 있는데 뜨거운 돌에 물을 뿌려 증기를 만드는 뜻이어서 사우나(sauna)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핀란드 사우나에 잔뜩 기대하였던 나는 새벽에 일어나 호텔의 사우나를 둘러보고 실망하였다. 한국의 웬만한 목욕탕 수준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핀란드 사우나 안에는 돌과 나무통이 있다. 충분히 달궈진 돌에 통 속의 물을 쇠로 된 구기로 물을 떠서 뿌린다. 그러면 '솨 악- '하는 소리와 함께 더운 스팀으로 실내 온도가 80°~ 90° 정도가 되면 몸이 뜨거워진다.
그러면 차가운 물속에 텀벙 뛰어들라고 풀장이 준비되어 있다.

원래는 통나무집에서 돌에 물을 부어 수증기로 몸이 뜨거워지면 자작나무의 작은 가지에 물을 묻혀 온몸을 두들긴 다음, 겨울 차디찬 호수에 몸을 던지는 것을 반복한다. 이것이 핀란드 사우나다.

  전 국민 554만 명밖에 안 되는 나라에 약 150만 채의 사우나 시설이 있다는 것은 핀란드에서는 사우나가 생활의 일부인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대형 욕탕에 익숙한 우리의 눈에는 그 시설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것은 캐나다 벤프 공원의 세계적인 온천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외치고 싶다. 사우나 시설을 보고 배우려거든 한국으로 오라, 한국으로!  

  헬싱키의 현관에 해당하는 남쪽 항구에 마켓 광장이 있다. (사진 출처: 롯데관광 자료 "마켓광장")
여기서 아침 일찍부터 발트해에서 잡은 신선한 어패류를 비롯하여, 야채 등을 파는데, 시장이 오후 2시까지 열린다. 한국의 시골 장터와 어시장을 합쳐 놓은 것 같다.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40불이나 환전하여 가지고 한 잔 걸치려고 부리나케 달려갔으나 그만 환전한 돈을 몽땅 잃어버리고 말았다. 혹시나 해서 환전소를 찾아 오가다가 속절없이 기다리는 일행과 합류하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머니 깊숙이 모셔 두고 잃어버리지 않은 것을 열심히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이와 건망증은 친구인가 보다.  

 

(사진 출처: 롯데관광)
이 일대는 헬싱키 관광의 요지라, 우리는 40만 개의 정사각형 화강석 돌길을 따라 대성당으로 향하였다.

대성당은 헬싱키의 상징이 되는 교회로 핀란드 루터 파의 총본산이다.

옛날 서울의 중앙청 같은 밝은 녹색의 돔과 흰 주랑(柱廊) 위 지붕 요소요소마다 동상(銅像)이 원로원 광장 너머 헬싱키 중심이라는 남항(南港)을 바라보며 서 있다.   광장 중앙에는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이 있다. 러시아 지배의 흔적이었다.

최근 영국의 옵서버(Observer)지가 핀란드와 헬싱키를 유럽 여행지 1위로 선정했다니 유럽 인들이 비로소 핀란드의 미()를 이제야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처럼 핀란드를 대충 보고 지나쳐와서인가.

   *. 호화 유람선에 사랑을 싣고/ 실야라인(silja line) 

  여행이란 기쁨으로 만났다가 아쉬움으로 헤어져야 하는 사랑 같은 것인가. 그 먼 곳을 찾아와서 단 하루 낮 시간만 핀란드에서 머물다가 헬싱키를 떠난다. 다시 또 올 수 없는 곳을-.

  오후 5시경 핀란드를 떠나 내일 아침 9시 30분까지 타고 갈 호화 유람선이 실자라인(Silja line)이다.

이 배는 58,400t  차량 400대와 승객 2,980명이나 실을 수 있는 대형 호화 유람선이다.

선실(船室)만도 985개(4인 1실)로 침대 수가 2,980개나 된다. 길이는 무려 203m에다 갑판까지가 7층이나 된다. 우리 부부에게 배정된 선실은 접이식 침대를 다 쓰면 4명이 탈 수 있는 룸으로 선창이 있고 그 선창(船窓)마다 브러시가 있어 수시로 창을 밖에서 닦아 주기 때문 차창 밖 풍경을 아내와 함께 침대에 누워서도 볼 수 있는 고급 선실이다.

 

  선내(船內)에는 오늘 저녁에 식사와 각종 술을 마음대로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스칸디나비아 뷔페식당을 위시해서, 카지노, 사우나, 디스코텍, 면세점, 회의실, 무료 나이트클럽, 가라오케 등 부대시설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그 찬란한 대학시절을 고학으로 어렵게 보낸 내가 이런 초호화 유람선(遊覽船)을 타고 유람하는 것을 꿈이나 꾸었으랴. 그것도 아내와 함께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북유럽 여행을 이렇게 즐길 수 있다니-.  산다는 것이 새삼 재미있고 신기하기만 하다.

 

선내(船內) 면세점에 들러 양주를 13병이나 샀다. 헬싱키에서 환전하여 가지고 주머니 깊숙이 모셔 두고, 잃었다 해서 찾고 찾다가 시간 없어 못쓰고 온 핀란드 돈이기에 아낌없이 썼다. 여기 아니면 어디서 쓸 수 있으랴 해서다. 등산화 모양, 전구 모양, 만돌린 모양, 기타 모양, 삼각형 술병 등등 참 재미있게도 생겼다.

외화를 펑펑 쓰고 다닌다고 오해들 마시라. 내가 산 양주는 10cm 미만 크기의 장식용이니까.

  이 미니 술병들을 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더 늙어 임종이 임박하다는 낌새를 알게 된다면 이 병들을 하나하나 뜯어 마시며 오늘의 즐거운 이 여행을 생각하리라.'

선창(船窓)을 통하여 지나가는 풍경이 너무 아쉽고, 다가오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그것들을 촬영하다가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토(土) 바라기'가 손꼽아 그렇게도 기다려 오던 토요일이 아닌가?


(性)을 잃은 아내에게

성을 내고 달려들면

삼십육계 줄행랑

이순(耳順)의 주책이란다

급습하기도 하고

공갈과 협박에다 애걸을 더해도

언제나 불발탄(不發彈).

하여, 가엾은 몸을 이끌고

해우소(解憂所)에 서면

거울 속에 내가 나에게 욕을 한다.

예끼 놈!

                 -예끼 놈(1995년 작)

 

  그러나 우리 아내가 아내란 이름 때문에 할 수 없이 아내를 열어 주는 날이 있다. 토요일이다. 그래서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고 사는 것처럼 나는 토요일을 바라고 사는 '토바라기'다.

토요일이 가까워지면 아내에게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무슨 핑계를 잡아서라도 앵- 돌아서기 쉽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토요일이면 가끔씩 두 딸네가 들이닥치거나, 병약한 아내가 아프거나 하여 낭패를 당할 때의 서운하고 허전함이란. 허나 이 망망대해 이국 하늘 아래 그것도 바다 가운데 둥둥 떠 있는 우리 둘만을 위한 이 선실에 무슨 장애가 있고 어느 누구의 방해가 있으리오. 아내와 함께 여행 다니는 재미가 이것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을까-.

갈매기만 기웃거리며 지나갈 뿐이었다.

토바라기의 소원이 풀렸구나 하였을 때 요란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일까?

기겁을 해서 부리나케 바지만 꿰고 문을 열어보니 함께 온 홀로 된 대학 동창 친구의 뒷모습이 멀리 사라진다. 함께 술 한잔하자고 찾아온 모양이다.

'주책도 없지-. 예끼! 사랑을 방해하면 지옥도 못 간다는 말 못 들었어?' 애꿎은 욕이 나온다. 큰 일 날 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