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泰山) / 중천문서 오대부송(1)
한 달 전에 여행사에 태산 산행을 예약하고 내내 걱정이 태산이었다.
함께 가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한 사람은 백운대를 4,600여 번을 오르내린 사람이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분과 함께 하는 사람이거나 암벽을 탄다는 나보다 훨씬 젊은 사람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 같이 여행은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해야 즐거운 여행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함께 하게 된 것은 별러오기만 하던 태산행을 이번 기회에 하자는 것인데 태산의 거점 도시인 태안(泰安)에 와서는 다른 이유에서 이 트레킹 여행사를 따라온 것을 크게 후회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태산(泰山) 산행은 역대 72명의 중국 황제들이 오르내린 소위 정 코스라는 '홍문(紅門) 코스'로 오르는 것이었다. 태산 초입에서부터 층계를 하나하나 올라가면서 주변에 얽힌 중국 문화 역사탐방을 하고 싶어 온 것이다.
그러나 내가 따라온 'UP트레킹 여행사'는 소위 한국인들이 개척한 길이라는 태산 뒤 '칼바위 코스'로 해서 옥황정까지 오르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해약하려 했더니 나에게 권한 분이 자기와 함께 한 3명도 같은 생각이니 여행사의 말대로 가이드 한 분을 더 써서 네 명이 1/n로 그 비용을 부담하자고 하였는데 막상 여기 와서 그 한 분마저 외면하고 여행사 일정 따라 그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억지 춘향 격으로 가이드 비용을 혼자 부담하며 태산을 나 홀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위안화(元貨)를 얼마 가져오지 않은 이국(異國)에서 당한 일이라서 그 섭섭함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 같이 나와 함께 한 미스 최(崔蓮花) 가이드는 청도대학에서 일어(日語)를 전공한 엘리트 조선족 처녀로 보기 드문 미모에다가 마음이 고향 같은 편안함을 주는 여인이라서 관광지 곳곳마다 들려 400 여 컷이나 되는 자료를 수집할 때도 묵묵히 나를 기다려 주었다. 생각해 보라 뜻밖에도 젊은 이국 미녀와 천하의 제1의 명산 산행을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낭만적인 일인가.
그렇다면 일행이 간 칼바위 능선길이란 어떤 코스인가.
한국 '산악투어' 양걸석 대표가 태산의 뒤쪽 코스를 수십 차례 탐사하고 중국 정부와 협의하여 이 코스를 승인받아2013년 10월에 오픈한 코스다.
태산 칼바위 능선은 한국 설악산 공룡능선과 같은 바위능선으로 거기서는 일천문(壹天門)이나 중천문(中天門) 같이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지타산을 위해서 트레킹 여행을 하는 한국 여행사의 각광받고 있는 모양이다. 태산 입장료는 127위안(약 25,400원)이기에 하는 말이다.
*. 태산(泰山)에 오르는 코스 몇 가지
태산의 대표적인 등반은 "대묘(해발 150m) -중천문(해발 840m) - 남천문(해발 1,420m) - 옥황정(해발 1,545m)"까지 9 km의 거리/6,366개의 층계를 7~8시간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코스다.
그런데 팔순을 14 개월 앞둔 고령의 내가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여 그 가능성을 내 몸에 묻기 위해서 정형외과에 가서 관절 정밀검사를 하고 만약을 위해서 약도 33일 치를 지어 가지고 왔다. 아플 때를 고려하여서다.
젊어서는 마음이 몸을 부리지만 늙어서는 몸이 마음을 부리는 법이다. 이 나이에 태산의 그 많은 층계로 오르는 것이 무리가 되는 일이 아닌가 해서였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보니 태산 전체를 층계로 오른다는 것이 시간상으로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산 아래 태안(泰安)에서 자야 하는데, 우리 팀은 태산 산행 후 다음 날 청도의 노산(노山) 산행을 위해서 4시간 30분 거리의 청도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일행이 태산 뒤의 칼바위 능선을 타는 동안 버스를 타고 중천문(中天門, 해발 840m)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5km/ 3,967 계단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태산 뒤의 칼바위 코스로 올라오는 우리 일행과는 옥황정에서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케이블 카를 타고 하산하기로 약속하고-.-.
그것이 힘든 사람들은 중천문(해발 840m)서 케이블카(索道)를 타고 남천문(해발 1,420m)까지 올라가서 0.8km/671계단만 오르면 편안하게 태산 정상인 옥황정(玉皇頂, 해발 1545km)을 밟을 수가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어서 층계를 오르면서 볼 수 있는 곳곳의 중국문화 유적을 편히 오른 대신 포기해야만 한다.
나는 매일 고양시 체육관 2층2 헬스장에 만 3년째 다니고 있지만, 거기 층계 아닌 엘리 베터를 이용하고 있다. 전철에서도 가급적이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왔을 정도로 계단을 멀리해 왔는데 오늘은 3시간 30분에 3,967 계단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 옥황정 정상까지 3,967 계단의 중천문 코스
중천문(中天門)까지 가는 버스 정류소는 태산 등반의 가장 큰 들머리라서 그 시설도 어마어마했고, 거기에는 태산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여기에 거의 다가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았다.
셔틀버스 정류장도 한국의 고속버스 터미널 같이 사람들이 붐볐고 중천문까지 오르는 버스는 케이블카 같이 번갈아 승객을 중천문까지 나르고 있는데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셔틀버스 편도 요금이 30위안(한화 6,000)이었다. 70세 이상이나 군인, 학생 등은 그 반액을 면제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가는 날이 장날이라 심술궂은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 주위가 뿌연 운무의 세계다.
*. 중천문(中天門), 해발 840m)
드디어 중청문(中天門)에서 옥황정을 향한 3,9673,967 계단의 첫발이 시작되는 입구에 왔다.
입구에는 '有朋自遠方來 不亦說乎'(유붕자원방래 불역열호;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바야흐로 왔으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논어 모두(冒頭)에 있는 글귀가 나를 반긴다.
6.25 때(彼我)가 오늘날에 친구로 대접을 받는 다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거기 이정표가 '옥황정 3.30km/천 외촌 11.00km/ 중천문 0.20km' 거리를 알리고 있다.
'천 외촌'이란 서쪽에 있는 옥황정까지 가는 '도화곡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곳이다.
그런데 태산의 계단은 내가 백두산 서파(西坡) 종주 때 다녀온 천지(天池) 오르는 1,300 여개가 넘던 조각까지 한 운치 있는 층계와는 전혀 다른 계단으로 등산화를 다디기에도 폭이 좁은 층계다. 왜 그럴까?
이 길은 진시황(秦始皇, BC 259~210)이 봉선(封禪)을 위해 처음 갈 때 조성한 길일 테니 지금으로부터 2,250여 년 전에 만든 길일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체구가 지금보다 아주 적었던 시절이어서 그런 것이로구나 생각해 본다.
계단은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일일이 끌로써 수작업을 한 것이어서 미끄럼 방지에 크게 도움이 되는 계단이었다.
시작점에서 207개 계단/ 216m을 올라 하늘도 환영한다는 천영문(天迎門)을 지나니 상가가 있고 참운검(斬雲劍)과 같은 명승지가 이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층계를 계속 오르는 길이 어렵지만은 않았다. 참운검(斬雲劍)은 바위가 커가란 칼(劍) 같아서 생긴 말 같다.
오르는 길가에 암벽이 있으면 역대 명필들의 서예가 우리의 눈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참운검에서 다시 263 계단을 오르니 구름도 거닌다는 운보교(雲步橋)가 나타난다. 운보교에서 바위를 흘러내리는 폭포를 보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190m를 더 오르니 아득한 옛날 세 그루의 소나무에 얽힌 오대부송(五大夫松)이었다.
기원전 219년 지시황이 봉선을 위해 태산을 오르던 때였다. 때마침 폭우를 만나 이 소나무 아래서 비를 그은 진시황은 고마운 마음으로 소나무에 오대부(五大夫松)라는 벼슬을 내렸다. 그 후 소나무는 또 다른 폭우에 떠내려가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청 나라 시절에 심은 소나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속리산에 가서 볼 수 있는 세조와 얽힌 '정 2품 소나무의 유래'는 이 나무의 유래와 연관어 생긴 말 같다. 오부대송에 도교사원 동악묘가 있어 동악 태산신(東嶽泰山神) 등 각종 도교 신을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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