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100리 섬 섬 길'은 다도해 여수시 앞바다의 섬 11개를 연도교로 연결하려는 여수 시민의 숙원 사업인 꿈의 길이다.
이 100리 섬섬 길은 크게 2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제1길'은 여수반도의 회양면 동쪽과 여수 영남면 사이에 있는 4개의 섬을 이어 주는 5개의 연도교로 2020년 2월에 완공된 길이다.
'제2 길'은 여수시 고흥군 화양면 서쪽과 여수시 돌산읍 바다 위의 5개의 섬을 잇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길이다. 이 다리 6개 중 돌산읍과 화태도를 잇는 화태 연육교와 여수시 화양면을 있는 백양 연육교는 완공되고 나머지 4개의 연도교(連島轎)는 공사 중으로 2028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두 군데 다리가 완공 되면 그 길이가 39.1km로 100리 길이라서 '여수 100리 섬 섬 길'이 완공된다는데 그 완공은 앞으로 8년 뒤인 내 나이 93세의 일이라니 그때까지 요행히 내가 살았다 해도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게 여행이라 이번이 마지막 여행길 같다.
그 완성에 앞서 여수시가 전라도 도민에게 그 이름을 공모하여 당선된 도로명이 '여수 백리 섬 섬길'인데 내 생각에는 백리를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 '100'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참고로 연육교(連陸橋)란 육지와 섬을 연결한 다리요, 연도교(連島橋)는 섬과 섬을 연결한 교량으로 한국 최초의 연육교는 부산의 영도다리고, 최초의 연도교는 제주 추자도의 연도교다.
그동안 우리 사진작가 4인은 코로나19 역병(疫病)으로 꼭꼭 묶여 방콕 하며 살아오다가 작년 봄에 이어 금년 봄도 그냥 속절없이 건너뛸 수 없다는 것을 위험을 무릅쓰게 한 여정(旅情)의 유혹으로 3박 4일 일정으로 다도해를 향하여 용감히 나섰다. 따라서 우리들의 첫날의 목적지가 여수다.
물이 얼마나 고왔으면 고장 이름을 '麗水'(여수)라 하였을까?
아름다울 '麗'(여) 자를 파자(破字)해 보았더니 '두 눈으로 사슴[鹿)을 보니 곱다'(麗)'는 뜻이라서 '여수(麗水)'라 한 것 같은데 차는 서쪽으로 순천만과 동으로 광양만, 여수만을 접하고 있는 게의 집게발 같이 생겼다는 여수반도(麗水반도)를 달리고 있다.
드디어 우아한 사장교(斜張橋)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화양면에서 고흥까지 네 섬을 연결하였다는 연도교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새벽부터 서울에서 천리 길을 달려온 보람이었다.
*. 여수-고흥 100리 섬,섬 길(1)
여수 일원에 사는 사람들이 고흥 여수를 오가려면 배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던데 이 연도교가 개통되면서 50km가 단축된 30분으로 줄어들었다니 이 얼마나 경축할 일인가.
이 네 섬의 주민들의 입장으로 본다면 큰 맘먹어야만 어렵사리 가던 뭍 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오갈 수 있게 되었다니 천지개벽할 일이라서 무릎을 치며 '오래 살 일이라고' 자축하는 모습이 눈에 보는 듯 선하다. 그뿐인가. 앞으로 전국이나 외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제는 섬사람들을 뭍사람들이 오히려 부러워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드디어 조화대교(早化大橋)-둔병대교(屯兵大橋)- 낭도대교(狼島大橋)- 적금대교(積金大橋)- 팔영 대교(八影大橋)가 시작되고 있다. 벼르고 별러오던 곳이라서 우리는 그냥 달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쉬워서 차를 다리 입구에 대고 카메라의 눈을 열었다.
인도( 人道)가 따로 없는 왕복 두 차선만의 다리인 데다 과속 단속 카메라나 과속 경고판이 없어서인가, 120Km 이상 속도로 차가 무섭게 달려오 간다. 우리는 지금 목숨을 걸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조발도(早發島)/ 조화대교
조발도는 0.72㎢ 넓이에 해안선 길이가 7.8km의 조그만 섬에 주민 60여 명(2010년)이 살고 있다.
'조발(早發)'의 사전적인 뜻이 꽃이나 차(車)나 배가 다른 곳보다 먼저 피거나, 먼저 떠난다는 말이니, 조발도라는 지명은 해가 다른 섬들에 비해서 빨리 떠서 밝게 비추어 주는 섬이라는 뜻도 된다. 따라서 조발도는 '일출의 명소'라고 할 수 있겠다. 조발도에는 말 등과 같이 평지가 없이 모두 경사지로 되어 있어 차를 대거나 둘러볼 곳도 거의 없을 정도로 작은 섬이다. 이 섬이 '조화 대교'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여수시 '조'발도와 '화'양면의 첫 글자를 각각 따서 '조화 대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조화 대교는 콘크리트 사장교로 주탑 높이가 170m다.
사장교(斜張橋)란 교각 없이 양쪽에 높이 세운 버팀 기둥(柱塔)으로 그 위로부터 비스듬히 드리운 쇠줄에 매달아 놓은 다리로 물 흐름이 빠르거나 수심이 깊은 곳에 놓는 다리다.
*. 둔병도(屯兵島)/ 둔병 대교
둔병도는 0.62㎢의 면적에 해안선 길이가 7.13㎞인 섬에 주민 56명(2009)이 농사와 어업을 겸하며 사는 작은 섬이다.
'둔병도(屯兵島)'란 지명은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 산하의 수군이 고흥 방면으로 가면서 병사들이 일시 주둔(駐屯)하였던 섬이라 하여 진 칠 ‘둔(屯),’ 병사 ‘병(兵)’ ‘둔병도(屯兵島)’라 부르게 되었다. 일설로는 마을 앞에 큰 웅덩이(웅덩이)가 있어서 '둔병도'라고 하였다는 말도 전하여 온다.
'둔병 대교(屯兵大橋)'는 여수 화정면 조발도와 둔병도를 잇는 교량으로 교각 기둥이 일주 탑(一柱塔)으로 멀리서 보면 교각의 아름다운 곡선미가 수려하다. 다리 길이는 990m, 폭 12.05m의 세로 서 있는 비대칭 사장교다.
*. 낭도(狼島)/ 낭도대교
두병 대교를 지나니 낭도다. 낭도(狼島)는 섬의 면적이 5.303㎢요, 해안선이 19.5㎞나 된다니 서울의 여의도(7㎢)보다 조금 작은 섬이지만 연도교로 이어진 이곳 네 개의 섬 중에서는 제일 큰 섬이다.
그래서 캠핑장도 있고 해수욕장은 물론 식당을 포함하여 모든 편의 시설이 거의 갖추어진 섬이 낭도다.
낭도에 들어서니 시장기가 돌아서 우리는 낭도에서 처음 만난 식당에 들려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란 말처럼 우리는 여수의 향토적인 먹거리라는 서대회무침, 도토리묵, 해초비빔밥에 낭도 젖샘 막걸리를 시켰다. 그 막걸리를 한잔 마시다 보니 그 이름에 묻힌 전설이 있울 것 같다.
낭도는 화산섬(火山島)이라 물이 귀한 섬이었다. 섬에 7개의 우물이 있었는데, 그중 낭도 앞바다 '사도' 섬의 산 중턱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이 영험하다 하였다. 마을에 한 산모(産母)가 출산 후 마른 젖으로 아이에게 먹일 일 젖이 부족하여 애를 먹다가 그 샘에 가서 그 물을 마시면서 지극 정성 빌었더니 지성이면 감천이라서인가 젖이 이곳 샘물처럼 풍성히 나와서 건강하게 자식을 키울 수 있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이 샘을 '젖샘 약수'로 부르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막걸리는 물맛이라'는 생각에서 이 젖샘 물로 막걸리를 빚었더니 '생젖샘 막걸리'로 널리 주당들에게 알려져 지금깢; 3대째 있어 가는 이 고장 향토 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서대회무침
서대는 일명 서대기라고도 한다. 그 모양이 혀 모양처럼 생겨서 한자어로는 설어(舌魚)라 쓴다. 가자미처럼 납작한 바닷물고기로 광어처럼 왼쪽으로 작은 두 눈이 몰려 있다.
이 서대의 포를 떠서 얇게 저미고 소금에 절인 무를 초고추장, 식초, 고춧가루, 미나리 마늘 등을 넣고 막걸리에 버물여 무친 것이 여수의 명물이며 대표음식인 향토음식 '서대회 무침'이다.
그 서대회 무침을 안주하여 생젖샘 막걸리를 마시고 마을 포구에 나섰더니 마을 유래비가 둥근 비석으로 서 있는데 그 비의 내용이 상식에 어긋난다.
낭도란 섬의 형상이 여우를 닮았다 하여 이리 낭(狼)' 자를 써서 낭도(狼島)라 한다. 이후 행정구역 개편 시 이 고장 모든 산이 수려하다 하여 고율 '여(麗)', 뫼 ’ 산(山) 자를 써서 ‘여산(麗山) 마을’이라 하였다.
그런데 그 전설에 어페가 있다. 섬의 모양이 여우를 닮았으면 여우 ‘호(狐)’ 자 ‘호도(狐島)’라 쓸 것이지 이리 '狼(낭)' 자를 써서 왜 ‘낭도(狼島)’라 했는가.
여우를 바꾸던지 이리 狼(낭)' 자를 바꿔야 말이 된다. 이리 와 비슷한 짐승은 늑대이지 여우가 아니다.
작명(作名)에서는 사람의 이름은 물론 섬 이름에도 사나운 맹수의 이름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잘못하면 남들에게 '이리나 늑대 같은 사람이 사는 마을'로 매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유래서 말한 것처럼 산(山)과 물이 아름다워서 고울 ‘여(麗) 뫼 ’ 산(山)‘ ’ 여산(麗山) 마을‘이라 하는 것이 좋겠다. 섬 이름도 '여산도(麗山島)'라 하던지 ’ 여산 섬‘으로 하면 더욱 좋겠다.
옛날부터 내려온 지명이 '낭도'였다면 이 섬이 무인도(無人島)였을 때는 선조들이 짐승 이름으로 섬 이름을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람이 하나라도 살고 있는 섬이라면 사랑하는 자식이나 후손을 위해서라도 어찌 맹수의 이름으로 불렀을까. 하물며 낭도는 현재 307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유인도(有人島)가 아닌가. 잘못된 점을 알게 되면 즉시 시정하여야 하는 법이니 서둘러 잘못된 마을 유래비부터 우선 철거하고 새로운 마을 유래비를 세워야 할 것이다.
*. 적금도(積金島)/ 적금대교
화정면 낭도를 지나면 길이 470m 폭 12.5m의 아치형 적금대교(積金대교)에 들어서게 된다. 아치교란 아치형 구조물로 다리에 상판을 지지한 다리다.
다리의 아치형은 그 모양이 수려하여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교량 형식이어서 로마 시대부터 돌로 즐겨 건설되어 왔던 전통적인 양식이다.
적금도 명칭을 조선 초에는 일명 '적도(赤島)' 또는 '작 기미 섬'이라고 하였다 한다. '작'은 작약 돌이요, '기미'는 구석진 곳이라는데 보갈도 세연정이나 청산도 등에서도 이 말을 쓰는 것을 보면 이 고장 사투리 같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설치해 놓은 곳이 ‘적금 전망공원(積金展望公園)’이다.
적금 전망공원에는 마을의 안녕과 무병장수를 기원을 위해 제를 올리던 당산(堂山) 집과, 초승달형 의자, 쌍둥이 하트형 둥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는 다도해의 전망이 좋은 곳이다. 우리가 저물녘에 왔다면 다도해로 지는 낙조와 그 구조물들이 갖가지 색으로 꾸밀 터인데 우리는 서둘러 떠나야 하는 나그네 신세이니 여행이 생략의 예술이라 함이 오늘도 또다시 실감하게 된다.
*. 팔영 대교(八影大橋)
팔영 대교(八影大橋)는 고흥에서 진입할 때는 첫 번째 다리로 고흥(高興)의 관문(關門)과 같은 다리여서 특히 아름답게 꾸민 단경 간 타정식 현수교'로 만들어졌다는데 전문용어라서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현수교의 기둥 사이를 짧게 하였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12년의 공사 끝에 완공한 이 다리의 경간장의 길이는 850m요, 교량의 길이는 850m로 설계된 다리라 한다.
그런데 왜 다리 이름을 다리 지명과 관계가 먼 팔영 대교(八影大橋)라 하였을까? 다음 나의 저서 '한국 도립공원 산행기'에서의 팔영산(八影山) 이야기로 설명을 대신한다.
세수하던 중국 위왕(魏王) 대야에 비친 8봉,
황명(皇命) 따라 고흥(高興)서 8봉산을 찾았대서
여덟 팔(八)
그림자 영(影), 뫼 산(山)
팔영산(八影山) 했다지.
-팔영산/ ilman
팔영산(八影山)은 월출산, 해남의 달마산과 함께 암봉으로 인하여 호남의 3대 명산의 하나로 손꼽히는 널리 알려진 산이다. 고흥 영남면과 적금도(積金島)를 처음 연결하는 관문 같은 다리를 영남 대교라 하지 않은 것은 영남면은 생소한 이름이라서 고흥 10경 중에 하나요, 한국 도립공원의 하나인 이 부근의 팔영산(八影山)을 내세워 팔영 대교(八影大橋)라 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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