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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은하수교(銀河水橋) 이야기

ilman 2020. 11. 3. 14:39

한탄강 은하수교(한탄강 은하수교(銀河水僑) 이야기

 여행의 계절 가을을 맞아 두 딸과 함께 우리 부부는 가족여행을 떠난다.

아내가 친구들과 같이 해외여행 간다고 모아 놓은 자금을 코로나19의 극성으로 못 가게 되었다고 현금으로 나누어 주는 바람에 자식들에게 한턱 쏜다하여 따라나선 것이다.
대신 기름값은 내가 내기로 하였더니, 큰딸은 재능기부로 운전을, 작은 딸은 기타 잡비를- 하며 나선다. 모두가 가정에 묶여사는 주부들이라서 요번은 당일치기 국내 여행이었다. 목적지는 금년 10월 8일에 개통했다는 철원의 은하수교(銀河水橋) 일원인 모양이다.  나는 여행에서 늘 하는 버릇대로 인터넷에서 목적지인 철원지방의 '철원 8경'을 찾아보니 옛날 몇 차례 다녀왔던 곳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임꺽정의 전설 어린 철원 제1경 고석정부터 찾았다.
고석정(孤石亭)은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지방기념물 제8호로, 한탄강 중류 중앙에 위치한 임꺽정 전설이 살아있는 멋진 현무암 화강암 바위로 한탄강이 흐르는 계곡 중에 홀로 외롭게 우뚝 서 있는 일대의 정자들과 함께 이름을 '고석정'이라 한다. 한자로는 외로울 '孤(고)' 고석정(孤石亭)이라 쓴다.

고석정은 1억년 전 중성대 백악기(白堊紀) 시기에 용암(鎔巖)에 의해 형성된 바위다. 그 후 약 54만 년 전 무렵, 분출한 2차 용암류에 의해 고석정 일대는 용암으로 완전히 파묻혀 버렸다. 이후 한탄강의 침식으로 다시 옛 자태가 드러난 게 오늘의 모습이다. 지질학자들은 이 고석정을 통하여 용암지대의 옛 원형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주요한 지형 지질의 유산으로 학문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라 한다.

입구에 우람한 임꺽정의 석상을 보니 석상이 마스크(mask)를 쓰고 있다. 석상도 우리네처럼 코로나19가 두려웠나 보다.

그 고석정으로 내려가기 직전에 있는 '철원관광 정보센터'에 들려서 그동안 별러오던 각종 철원 자료를 카메라에 가득 담은 후 한탄강 저 아래 한탄강으로 내려간다. 54년 전에 낳은 큰딸도 벌써 늙었는가. 무릎이 아파 하산길의 층계가 두렵다고 정자에 남아 있다.

*. 한탄강(漢灘江) 이야기

한탄강은 지금은 가 볼 수 없는 북한의 평강군(平康郡) 추가령곡(楸哥嶺谷)의 동쪽 산지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김화(金化), 철원(鐵原), 포천(抱川), 연천(漣川)과 전곡(全谷)을 지나 임진강으로 유입되는 연장 136m의 강이다. 한탄강이 특히 유명한 것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한탄강 절리 지대(節理地帶) 때문이다.

멀고 먼 옛날 평강군지방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철원 지역으로 흘러 된 현무암의 용암지대를 한탄강이 관통하여 흐르면서 수억 년 세월을 두고 깎아 만든 것이 유명한 수직 협곡의 주상절리(柱狀節理)다.

우리는 그중 고석정 절벽을 내려가서 유람선(遊覽船)을 타고 20분 정도의 선상 유람을 한다.
멀지 않아 완전 개통될 그 맑은 한탄강 위에 설치 중인 부교(浮橋) 위를 거닐어 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5km 인근에 있다는 은하수교를 향한다.


*. 은하수교(銀河水橋)

최근에 한국 거의 모든 지방자치 단체들은 우리네 같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유행처럼 다투어 명승지에 출렁다리를 놓고 있다. 이런 출렁다리가 전국 곳곳에 너무 많아서 자칫하면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출렁다리의 나라란 오명을 Korea가 쓰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출렁거리다'란 말은 물이 큰 물결을 이루며 출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세게 흔들린다는 말이다.
그런 출렁다리란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건너야 할 강이나 물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봉우리와 봉우리나 산악대를 건너지르는 아슬아슬한 다리를 출렁다리라 하는 것이 그렇다. 그보다는 '흔들 다리'나 '구름다리(雲梯)'라 해야 맞다.

드디어 목적지 은하수교에 이르니 널찍한 주차장이 공사 중인데 고맙게도 무료 주차인 모양이다.
그런데 다리 이름을 왜 은하수교다 하였을까?
나는 한탄강의 한자가 6.25 때 격전지라서 한(恨)과 탄식(歎息)의 강(江)이라 하여 恨歎江(한탄강)으로 쓰는 줄 알았더니 큰 여울이라는 뜻의 漢灘江(한탄강)이었다.
한자는 하나의 글자가 여러 가지 뜻(訓)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漢'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 크다, 넓다, 맑다. 은하수 등으로 쓰인다. 그래서 한탄강(漢灘江)의 '漢'은 한강의 '漢'처럼 '크다'는 뜻이다. '은하수교(銀河水橋)'에서 '은하수'란 이름도 이조년(李兆年)의 시조에서 나오는 '梨花에 月白하고, 銀漢이 三更인 제'처럼 ' 은한(銀漢)''에서 따온 이름이다.

은하수교(銀河水橋)는 철원 동숭읍 장흥리와 길말읍 상사리를 연결하는 길이 180m, 폭 3m으로 강수면까지 50m의 높이의 다리다. 이 다리의 디자인은 철원의 시조(市鳥) 두루미를 형상화한 것으로 54m의 꼭대기는 두루미 머리 모양이요, 기웃둥한 현수교(懸垂橋)의 모습도 두루미의 몸 모양을 형상화 간 것이다.
다리는 몸체 전체가 철물인데 그 바닥 중간쯤에 투명한 강화유리로 하여 걷게 하였는데 이를 통하여 저 아래의 파란 한탄강물과 그 주변 경치가 보이지만 보는 이가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아찔한 그 수면까지가 50m나 되는데 강화유리를 건널 때에는 신발을 벗고 건너가게 하였다.

그 강화유리를 통하여 보니 S자형의 1km 이상의 부교(浮橋)가 상류를 향하고 있어 우리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강으로 향하게 한다.

은하수교 중간에서 굽어보는 Unesco가 지정해준 세계문화유산인 철원 8 경인 송대소(松臺沼節理)는 한탄강 절리 중에서도 백미(白眉)라는데 이를 은하교 다리 위에서 위에 굽어 보게 하였지만, 저 아래 한탄강 위에 떠있는 물 윗다리(浮橋)까지 가는 관광객에게는 우러러 송대 절리를 감상하는 호강도 하게 한 것이다. 그 절리 주위에는 맞추어 가을 단풍이 한창이어서 그 경치가 더욱 환상적인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세계였다.

아름다움도 아름다움끼리 어울려 모여 사는가. 아까 본 고석정 쪽으로 보이는 붉은 철교는 번지 점푸로 유명한 태봉교(泰封橋) 요, 물 윗길이 끝나는 곳에서 한탄강 상류 쪽으로 1,3km 거리에 가로 8m, 높이 3m의 한국의 미니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철원 5경 직탕폭포가 들렀다 가라고 이정표로 손짓하고 있었다.

여름철 장마나 태풍 무렵에는 부교를 어떻게 하나 물어보니, 그때는 안전하게 거두어 두도록 배려한 모양이지만, 겨울에는 물 위에 얼어붙은 한탄강과 함께 찬란한 트레킹 코스로도 한몫을 하는 모양이다.

허나 부교 통행은 안전을 위하여 09시부터 17시까지만 운영하고 야간에만 안전을 위하여 통행금지된다 한다.

돌아오는 길에 들으니 은하수교는 밤에는 다리 전체에 불을 밝혀 오색으로 매 순간 아름답게 바꾸어 다리의 모양을 찬란하게 빛나게 하고, 은하수 은빛 조명으로 은하수란 이름값을 하게 한다 한다.
여행은 언제나 뒤에 남는 여운이 있어, 다시 한번 더 찾아오는 꿈을 꾸게 하는 매력이 있다더니 은하수교도 그렇구나 하였다.

                                                                            -2020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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