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鷹峰山) 야경
3호선을 타고 압구정역을 지나서 한강을 넘어 옥수역을 지나다 보면 차창에, 작으마한 산 위에서 멋진 한강을 굽어보고 있는 그림 같은 8각 정자 하나를 만나게 된다.
그 옥수동(玉水洞)이라는 이름은 옛날 이곳을 ‘옥정 숫골’이라 하다가 ‘옥수정’이라고 부르게 된 마을이다.
'옥수정'은 옛날 이 마을에 ‘옥정수’라는 유명한 우물이 있기 때문이다. ‘玉水(옥수)’란 썩 맑은 물이나, 아주 귀중한 물이란 뜻으로 가뭄에 내리는 ‘비’를 뜻하는 말에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자의 생식기를 ‘옥문(玉門= 陰門)’이라 하듯이 여자의 오줌을 옥수(玉水)라고도 한다 하여 남녀공학인 ‘옥수중학교(玉水中學校)’가 그 이름 때문에 ‘옥정중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한다.
오늘은 그 응봉산으로 사진영상 클럽인 KCCA 동호인들과 함께 야간 촬영을 간다.
응봉산 가는 전철은 옥수역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2분 거리에 응봉역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마을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3호선 타고 가다가 옥수역에서 내리니 '01'번 마을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버스가 한강을 건너자마자 U턴하여 응봉산으로 가다 보니 정자 위로 오르는 나무 층계가 멋지게 나 있다.
막 산행이 시작하려는 곳에 ‘무쇠막’ 이란 비석이 있는데 비석 위에 조각한 쇠망치가 있다 무얼까?
- 무쇠막: 무쇠막은 조선시대 때 주철(鑄鐵)을 녹여 무쇠 솥, 농구 등을 주조해서 국가에 바치거나 시장에 내다 파는 야장(冶匠: 대장장이)들과 대장간이 많은 지역이다.
이곳을 무수막, 무쇠막, 무시막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래서 왕년에는 ‘왕십리 배추장수’와 더불어 ‘물쇠골 솥장수’라고 일컬어 왔다. 이웃마을 '금호동' 어원은 순우리말로 ‘무수막’이라 하던 것을 한자어로 바뀌면서 ‘금’은 쇠 '金(금)' 인용하고, ‘호’는 ‘무(水)에서 인용하여 ‘금호동’이란 이름이 생겼다.
응봉산(鷹峰山)이라 한 것은 산의 모습이 매(鷹) 같이 생겼다 해서였다지만 매봉산이라 하지 않는 것은 부근에 매봉산이 있기 때문에 차별화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매는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된 우리나라에서 사는 새로, 황조롱이나 송골매(海東靑) 같은 새다.
응봉산은 해발 81m의 야산이지만 한강과 거의 같은 산록에서 오르는 산이어서 20여분 산행 길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다.
층계를 통하여 중간에 약간의 체육시설이 있는 간이(簡易) 4각 정자를 지나니 20여분만에 8각 정자가 머리를 들어내는 곳이 응봉산의 정상이다.
정자의 4각과 8각 에는 무슨 뜻이 있을까?
옛 사람들은 세상을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하여 하늘은 둥글고(圓) 땅은 네모지다고(方) 생각하였다.
그 네모진 땅을 상징하는 것이 4각 정자고, 그 4각의 모퉁이 4개를 칼로 자르면 하늘을 상징하는 원과 가까운 8각이 된다.
이곳에 있는 4각정은 땅인 ‘지방(地方)’을, 정상에서 만난 8각 ‘응봉산정(鷹峰山亭)’은 하늘인 ‘천원(天圓)’을 상징한 것이다.
응봉산 정상은 야산(野山)답지 않게 널찍한 원형광장으로 한강 너머 저 멀리 남산, 관악산, 우면산, 청계산이 보이는데 그중 가까운 남산에서 막 노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야경이 시작되는 한강과 그 강을 끼고 도는 동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와 한강을 건너는 영동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를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이 점점 붉어질 무렵이 되니 20여명의 카메라맨의 샷터 소리가 자동차의 소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여기 와서 처음 알게 된 것은 성동구가 2006년에 만들었다는
‘서울 숲에서 남산까지 도심 등산(都心登山)’ 총 8km/ 3시간 코스가 눈길을 끈다.
가능하다면 이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서울 숲-1.6km-응봉산-0.7km- 대연산-1.1km- 배수지공원-1.1km- 금호산-2.0km- 매봉산 팔각정-1.3km- 국립극장-1.2km- 남산 N타워
사람이 사는 동네에 산(山)이 있다는 것은 주민들의 축복이다. 그 주위에 강(江)이 있다는 것은 축복을 뛰어 넘는 주민의 행복이다. 응봉산을 밤에 올라 수 많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의 눈을 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응봉동 주민이 부러워진다. 그런 마음이 이 노인의 마음을 시흥(詩興)에 젖게 한다.
응봉동 (鷹峰洞) 주민들에게
山을 우러르면
山은 地上의 天國이러니
頂上에서 굽어보는 世上은
펼쳐놓은 天堂입니다.
굽어보는 江을 넘는 다리가
몸 丹裝을 하고 文明의 밤을 만나
찬란한 빛과 멋으로
都市 한가운데서 鷹峰山 夜景을 열고 있네요.
- 웅봉산에서
2011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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