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落傷)/ 병상일기(病床 일기) (1)
2019년 2월 23일 11시에 나는 우리 아파트 현관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내를 시켜 난생처음 119를 불러야 했다.
자전거를 끌고 아파트 문 엘리베이터 앞에서 중심을 잃고 불안정한 자세로 쓰러져 허리를 다쳐서다.
그 순간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허리 부분에 직선으로 오더니 다시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
건강한 아버지를 만나 건강이 나의 유일한 재산이고 자랑이었는데 그걸 잃은 순간이었다.
병원 응급실에 가서 X레이를 찍어 보니 천만다행으로 뼈에는 이상이 없다 한다. 응급실에 누워서 근육 이완제 1, 진통제 2의 링거 세 개가 허공에서 방울방울 떨구고 있다.
작년에 이석(耳石)이 중풍으로 알고 두려워하며 찾았던 일산백병원(一山白病院) 응급실이었다.
퇴원을 해도 좋다는 말에 응급실 3시간 30분만에 걷는 데는 크게 불편이 없어서 1km 정도를 걸어오다가 점심 겸 저녁으로 뼈다귀탕을 아내와 함께 먹고 왔다.
그런데 의자에서 일어날 때나 잠들어 누웠다가 일어날 때는 무서운 통증이 왔다.
어제는 1시간, 오늘은 2번이나 누웠다 일어나는데 30분 이상이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와중에 무엇보다 소변이 문제였다.
그래서 둘째 날은 소변통을 사러 가는 길에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욕조에 1시간 이상을 좌욕을 하고 왔다, 누웠다 일어날 때의 통증이란. 옆집에 사는 부인이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데 집을 팔아서라도 이 아픔을 면하여야겠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허리가 아프다. 이젠 누워 자야 하는 밤이 두렵다.
셋째날에는 1,2km를 걸어서 왕복으로 개인 자활 의원에 가서 고가의 주사를 맞았으나 아픔은 멈추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만난 노인 중에 왜 그렇게 허리 아픈 환자가 많은지-.
이러다 고질 병이 되면 어쩌지 하면서도 이렇게 걸을 수만도 있는 것도 불행 중 다행이로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겨울 내내 봄이 오기를 기다려 왔다. 날이 풀려 바닷바람이 잔잔해지는 봄이 오면, 작년에 이어 한국의 섬들을 일주하여 내년 1920년에는 '한국 국립공원 섬 여행기'를 책자로 펴 내겠다는 마지막 소원이 이젠 꿈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고 슬프다.
보통 노인처럼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건강을 챙기는 데에서 넘어서 후세들에게 남길 만한 일을 하고 가고 싶었는데 그걸 병으로 절필(絶筆) 해야 한다니-.
허나 그게 내 운명이 된 것 같으니 이를 어쩌랴.
어제는 잘 때 아프지 않게 눕던 순서를 기억했다가 오늘은 아침 그 순서대로 일어나니 5분 내에 덜 아프게 일어날 수 있어서 인생도 기술이로구나 하며 쾌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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