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의 신체 사용 명세서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사고(四苦'라 하는 것을 보면 노(老) 병(病) 사(死) 때문에 사는 것인 생(生)도 고통(苦痛)으로 보는 것이다.
지난 어느 해인가 "사고(四苦) 중에 생노사(生老死) 삼고(三苦)만 사시라."라고 연하장에 연하 덕담(德談)을 하다가 크게 후회한 적이 있다. 인간의 생애에서 병(病)을 빼고 죽으려면 자살(自殺)이나 교통사고(交通事故), 추락사(墜落死), 익사(溺死), 화재사(火災死) 등 사고사(事故死)로 급살을 맞아 즉사(卽死)하시라는 말이 되니 나는 이를 모르고 덕담(德談)인지 알고 해서는 안 될 욕(辱)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인 사고(四苦)를 거쳐야 천명(天命)을 다하고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병은 짧게 앓고, 죽음을 맞으시라고 하려다가 이 또한 큰 욕임을 깨달았다. 병을 짧게 앓고 가시라는 말은 크고 작건 간에 병(病)에 걸리면 서둘러 돌아가시란 말로 오해할 수 있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 40 넘어 시작된 백발은 반백(半白)을 거쳐서 70대 이후에는 완전 백발(白髮)이 되었다.
눈은 노안(老眼)이 되어 돋보기를 쓰는 것은 물론일 터인데 반갑지 않은 난시(亂視)가 겸하여 찾아와서 맞춤 아닌 일반 선글라스를 못쓰게 되었다.
이(齒牙)는 그동안 빠져서 의치를 했더니 입천장 사이에 오물이 끼어 식사 후에 닥지 않으면 냄새가 나서 큰맘 먹고 거금(巨金)을 들여서 임플란트를 10개나 했지만 자연치(自然齒)와 달리 이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치실이나 치간 칫솔 워터픽을 반드시 식후에는 이용해야 했다.
나는 평생에 콧물로 항상 휴지가 있어야 외출이 가능한 사람이더니 어느날 우연히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해 보니 후각을 벌써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성하던 겨드랑이 검은 털도 언젠가부터 다 빠져 버렸고 손가락의 지문(指紋)도 어느새 다 달아 버려서 지문으로 휴대폰 비번(非番)을 인증할 수도 없게도 되었다.
나이 들어 원이나 없게 살겠다고 큰 맘 먹고 이탈리라 명품 스마트폰 시계를 샀다. 삼성 제품이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 해가 바꾸기 무섭게 바뀌는 바람에 그게 덜 느껴지는 외제 스마트폰을 사서 차고 다녔더니 그 보단에 손목 부위가 눌려 상처가 나더니 시계 찬 왼손에 마비가 온 것 같다.
늙음은 체력 감퇴로 근육을 감소하는 것라 하여 7년 전부터 고양시 체육관 헬스장에 가서 근육 운동을 하여 왔다. 그중 팔운동으로 역기로 나이 수만큼의 바벨 원판 30kg의 역기를 5년 동안 들었더니 어깨의 회전 근개가 파열이 되어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된 것도 오로지 나이 탓이어서 늙음도 병이로구나! 병중에도 고질병이 늙음이로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였다.
어렸을 때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것이 새옹지마(塞翁之馬)라 내 건강에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외상 아닌 경우 병원을 다닌 기억이 없을 정도로 약을 먹지 않고 자라서 80고개를 넘도록 소화불량을 모르고 살았다.
소화제 약을 먹은 것이 80 고개를 넘도록 평생 20회를 넘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렸을 적 배탈 나면 소금을 먹는 것이 유일한 처방이었다. 약을 거의 먹지 않고 자라서 혹 가다 감기나 설사 등 속병이 날 경우 조제약은 하루 이틀 이상 먹지 않을 정도로 약효가 빨랐다. 그래서 어려서부터의 생각은 은연중에 나는 장수(長壽)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창 자랄 나이에 집의 가난은 키에도 영향을 주어서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는 항상 반에서 10번 이내로 창피하게 앞에서 첫째 줄 아니면 둘째 줄에 서곤했다.
그러다가 대학생활 4년 동안 부유한 집에서의 가정교사(家庭敎師)로 고학할 때 잘 먹은 영향으로 커서 형보다 큰 키와 체격으로 항상 주먹질당하던 형의 주먹에서 해방되게 되었고, 군대에 가서는 맨 앞줄에 설 정도로 컸으니 내 몸 건강과 내 키는 오로지 우리 집 가난 때문인 것 같다. 그 키도 80넘은 지금은 3cm나 아깝게도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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