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

입춘(立春)/ 2월 4일(월) 수정

ilman 2019. 1. 31. 07:59

입춘(立春)/ 2월 4일(월) 

 

정월(正月)은 맹춘(孟春)이라 

입춘(立春) 우수(雨水) 절기(節氣)로다.
산중(山中) 간학(澗壑)에 빙설(氷雪)은 남았으니

평교(平郊) 광야(廣野)에 운물(雲物)이 변하도다                  

                        -농가월령가 정월령/ 정학유
 봄을 기다리는 것이 어찌 우리 사람들뿐이겠는가.
겨울 내내 굶주린 금수들은 물론 산천초목들
이 다 함께 기다리고 있는 것이 봄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2월 4일(월)이다. 
1년 중 한 해 24절기의 시작인 입춘(立春)은 대한(大寒, 1. 20)과 우수(雨水, 2. 19) 사이에 있다. 

예년 입춘에 무렵에는 양지바른 우리 집 베란다 화분에 영산홍(映山紅)은 꽃잎을 활짝 열고 있었는데 오늘 살펴보니 꽃은커녕 꽃망울과 소식도 없다. 그 옆 군자란(君子蘭)은 막 ㄱ, 움이 잎 사이를 뚫고 돋아나서 입춘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2020년 설 전후의 겨울 날씨는 유난히 온난한 가을 날씨여서 강원도 화천의 빙어, 송어 축제도 연기되는가 하면  스키장이나 겨울 옷 장수들이 울상들이다. 내가 사는 수도권 일산(一山) 지역에는 겨울 내내 눈이 내리지 않아서 눈 구경을 못하고 입춘을 맞는다.

 

눈 없는 추위라니 겨울이 심심하다.

겨울 축제, 계절 장수 울상인 얼굴들.

지구(地球)도

늙었나 보다
추위 없이 입춘(立春) 오니

 

너무 더워 너무 추워, 죽겠다던 사람들아

가을 같은 겨울 날씨 요즈음은 어떠한가.

사계절

춘하추동(春夏秋冬) 좋은 줄

이제는 알겠는가.

      

내 노래 소리를 하늘도 들었는가. 어김없이 입춘(立春) 추위는 할 모양인지 입춘 추위 한다고 매스컴이 엄포를 내고 있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1971년부터 2000년까지 30년 동안 서울을 기준으로 하여 분석하여 보니 그 평균값으로 보아 가장 추운 날은 입춘(立春) 무렵인 2월 4일로 영하 -7.5도이었다는데. 금년 입춘 무렵의 추위는 최저기온이 4일(입춘); 5/-8, 5알 -3/-12, 6일 1/-13, 7일 3/-10란다.

'입춘(立春) 추위 김장독 깬다.'라는 속담이나  '꽃샘 추위'란 말이 있긴 하지만 나이를 당할 수 없듯이 아무리 무서운 한파의 추위라도 설마 계절을 이길 수야 있으랴.
 절기란 한 해를 스물 넷으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으로, 한 달에 2번 15일∼16일마다 바뀌는 것이 절기(節氣)다.  2월 19일(화)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다. 이 무렵 오는 비는 언 땅을 녹여 적시며 따뜻한 봄을 재촉하는 비로, 겨울 내내 굶주린 동물을 깨우는 계절이 시작되는 비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입춘(立春) 날부터 5일씩마다 동풍(東風)이 언 땅을 녹이면, 동면(冬眠)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물고기는 비로소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절기의 전날을 절분(節分)이라 하는데 입춘(立春) 전날 밤을 '해넘이'라 하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시작인 입춘立春)을 새해처럼 여기고 기다렸던 것 같다.
옛 풍속에 입춘 전날인 '해넘이 날'에는 방이나 문에 콩을 뿌렸다. 콩이 새해 액운(厄運)을 막아 준다고 생각해서였다.
 

 

 입춘 날 복(福)을 비는 풍속 중에 입춘서(立春書)가 있다. 
 대문이나 기둥에 두 줄로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國泰民安 家給人足(국태민안 가급인족),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소지 황금 출 개문 만복래)' 등의 부적을 써서 붙인다. 
 더 적극적으로 복을 비는 풍습도 있었다. 
 '남 몰래 냇가의 징검다리에 돌을 놓아주던가, 헐벗은 이에게 옷가지를 도와주던가, 병자를 돕던가, 부처님께 염불 공덕 하던가' 하는 적선 공덕의 미풍이다. 
이것은남을 돕는 착한 일로 덕을 쌓아 연중 액(厄)을 면하여 복을 받고자 하는, 우리가 계승하였으면 하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입춘 날 비가 내리면 만물을 소생시킨다 하여 반기었고, 그때 받아둔 물을 입춘수(立春水)라 하여 부부가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소중히 여겼다. 
이 물로 술을 담가 먹으면 남정네의 양기가 좋아지고, 그 물로 엿을 고아 먹으면 그해의 백가지 병을 막을 수 있다고도 하였다. 
'아홉 차리' 하면 복이 온다고 하는 풍습도 있었다. 
 입춘을 전후하여 각자가 맡은 일을 아홉 번씩 되풀이하는 세시민속(歲時民俗)이다. 
서당 아이들은 천자문(天字文)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고, 노인들은 아홉 발의 새끼를 꼬고, 계집아이들은 아홉 바구니의 나물을 캐고, 밥도 이 날만큼은 하루 아홉 번을 먹는 것이다. 
옛사람은 홀수를 좋아하였다. 음양이 조화가 되는 수가 홀수였기 때문이다. 그중 9란 숫자는 어떤 경우의 합(合)이라도 음양의 조화가 된다 하여 제일 좋아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듯이 입춘(立春)에는 길흉(吉凶)을 점쳐보는 풍습도 있었다. 
그 중에 보리뿌리를 뽑아보고 풍년을 점치기도 하였다. 
 여인이 목욕재계 소복단장하고 지신(地神)에게 세 번 절한 뒤에 보리뿌리를 뽑아 보는 것이다. 
그래서 뽑은 뿌리가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또, 쌀, 보리, 콩, 조, 기장의 오곡(五穀)의 씨앗을 함께 섞어 솥에 넣고 볶는다. 그중에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의 풍작이라고 믿기도 하였다. 

 금년은 내 아내가 팔순(八旬)을 맞는 해여서 아들 딸들이 정성껏 저금하여 우리 가족 13명 모두가 해외여행을 입춘 후에 떠난다고 계약을 마치고 행복을 꿈꾸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역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여 기대가 걱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역병이 도는 동남아를 가족 전체가 같이 움직인다는 것은 위험 천만의 일이다.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것이 그 증상이라니 해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해약에 막대한 손해가 난다 할지라도 불안한 여행은 삼가야 하는 것이 여행인데 이를 어쩐다?  여행이란 잘 보며, 잘 먹고, 잘 자면 다니는 것이 여행인데-. 한국에 여행온 중국 관광객들처럼 현지민에게도 거부되는 여행객이 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역병(疫病)은 금년이 유난히 춥지 않은 날씨 탓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다가오는 입춘 추위가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계:절이 계절다와야 하듯이 절기(節氣)도 정기 다워야겠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