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詩) ** ☎

통영 부둣가에서

ilman 2017. 6. 29. 22:59

벽방산 8경처럼 이 아름다운 미항(美港) 통영에도 통영8경이 다음과 같다.
1경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2경 통영 운하 야경. 3경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 4경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석양. 5경 제승당 앞바다. 6경 남망산 공원. 7경 사량도 옥녀봉. 8경 연화도 용머리가 그것들이다.

 이들은 바라보는 경치이지만 그보다 더 운치가 있는 것이 어시장에서 남해의 활어를 사다가 맛보는 일이다. 우리는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욱 호기 있게 부둣가에 한 일자로 신문지를 깔아 식탁으로 삼고 아무렇게나 털벅 주저앉아서 술과 회로 오늘 하루를 노래하고 있다.
어느 흥을 아는 산우(山友)가 소주 한 박스를 기꺼이 희사하여, 우리들은 어시장에서 떠온 광어, 우럭, 개불, 멍게 등을 안주하여 바다를 회()하고 바다를 마시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우리지" 하면서-.

바다보다 넓은 것이 있다.
하늘이다.
하늘보다 푸른 것이 있다.
바다다.

하늘과 바다가 어우른 부둣가에서
우리 모여 축배를 들자.
이 나라
이 겨레
우리로 태어난 것을.

술잔을 높이 들어라 우리여.
하늘에선 그리움을
바다에선 우정을
산에선 천국을 낚자.

바다를 회하며
하늘을 회하며
우리 함께
간(肝)을 회하는 용왕이 되자.
                                -통영 부둣가에서

 

'☎ ** 시(詩)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수(喜壽) 귀빠진 날에  (0) 2017.06.29
산막골  (0) 2017.06.29
아아, 119여  (0) 2017.06.29
san001 서정훈 님 영전에  (0) 2017.06.29
산꾼들이  (0) 201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