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홍어(洪魚) 이야기

ilman 2017. 6. 11. 14:39

홍어(洪魚) 이야기  


*. 홍어(洪魚)의 어원
  

-사진출처:한국수산관리공단정소희

  홍어를 한자로 ‘洪魚’또는 '紅魚'라고 쓴 한다. 몸이 매우 넓은(洪) 고기(魚)라 해서 '洪魚(홍어)'라 하고, 몸빛이깔이 붉다 하여 '홍어(紅魚)'라고 하는 것이다.

물 속에서의 홍어의 움직이는 모양이 흡사 바람에 너울대는 연잎을 닮았다 하여 '하어(荷魚)', 가오리 같다 하여 '분어(?魚,?魚'), '공어(?魚)'라 하고, 수놈이 너무 음탕한 고기라 하여 '해음어(海淫魚)'라고도 한다.

홍어는 가오리과에 속하며 몸 모양이 마름모꼴로 머리는 작고 주둥이는 뾰죽히 돌출되어 있고 눈은 작은데 비해 물을 위로 뽑아 올려 가며 호흡하는 분수공(噴水孔)은 눈보다 크다. 몸빛은 등이 갈색이고 배 쪽은 백색이거나 회색이다.

 다른 고기와 달리 부레가 없어서 부력(浮歷)이 약해 바닷 속 20~80m 깊은 곳에서 주로 살며 오징어, 새우, 게류 등을 먹고  산다. 홍어는 큰놈이 1.5m 정도나 되는데 남 일본, 동 중국 해에서도 잡힌다. 그중 우리나라 흑산도(黑山島) 홍어가 제일 유명하다.

  가을이 오면 황해에서 내려온 홍어(洪魚)는 청정해역인 흑산도(黑山島) 근해에서 겨울을 보낸다.

이 무렵이 홍어의 산란기로서 알이 꽉 차서 살이 찌고 육질도 부드럽고 찰지고 껍질도 얇아서 흑산도 홍어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꼽힌다. 그래서 홍어맛은 겨울철이 별미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홍어 생각, 따뜻하면 굴비 생각'이라 하였다.

  막걸리를 유난히 좋아하던 나는 젊었을 때 목포(木浦)에 갔다가 목포 명물에 홍탁(洪濁)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띄어 홍탁을 먹으러 갔다가 난생 처음 맛보는 삭힌 홍에의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톡 쏘는 암모니아 냄새에 기겁을 하고 그 아까운 상을 물린 일이 있었다.

홍어를 삭혀 먹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온다.

 

  흑산도(黑山島)는 뭍에서 약 90km나 떨어져 있는 섬으로 신안군 바다 일대에서는 대형어선의 정박지가 되는 해상교통의 중심지였다. 5시간이나 걸려 돛단배가 오가던 옛 시절이었다. 그 무렵 기상 상태가 약화되면 어부들이 잡은 고기를 목포 등의 육지의 어시장(魚市場)까지 가기도 전에 고기가 상해 버리기 일쑤였다. 냉장설비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생선 중에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 생선이 있었다. 그 고기가 바로 홍어였다. 그 후로 전라도 해안가 사람들은 홍어를 별미로 삭혀 먹게 되어 오늘날에는 전라도 특유의 전통음식이 되었다.

 

  동물은 몸의 노폐물인 요소를  오줌으로 내보내는데 홍어는 피부로 내보낸다고 한다. 그 피부의 요소가 암모니아로 발효를 하여 내뿜는 고약한 냄새(?)가 홍어 냄새다.

이 홍어의 암모니아 발효는 인간 몸에 유해(有害)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에 무익(無益)한 잡균을 죽여 준다.

그뿐인가. 삭힌 홍어는 강 알칼리성(alkali性) 식품이라서 산성체질을 알칼리성 체질로 바꿔주고, 골다공증 예방, 산후 조리, 피부 미용에도 좋은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홍어 냄새에 질겁을 하던 사람도 이 삭힌 홍어에 한번 맛들이게 되면 잊지 못랄 추억의 식품이 되어 홍어 맛에 중독이 되고 만다. 이 사람도 그랬다. 

이렇게 삭힌 홍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하여 온다.

 

 홍어는 회, 구이, 국, 포에 모두 적합하다. 나주(羅州, 지금의 목포)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즐겨 삭힌 홍어를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嗜好)가 다르다. 배에 복결병(腹結病)이 있는 사람은 삭힌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된다. 이 국은 주기(酒氣)를 없애주는 데도 매우 효과가 있다. 또 뱀은 홍어를 기피하기 때문에 홍어를 씻은 물을 버린 곳에는 뱀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뱀에 물린 데엔 홍어껍질을 붙이면 잘 낫는다.

                                                                                   -‘자산어보’(정약전 저)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들은 나주 영산포에서는 고가(高價)에 팔렸다. 나주 홍어가 유명해진 까닭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 홍탁삼합(洪濁三合)

  홍탁(洪濁)이란 막걸리 안주에 홍어를 곁들이는 것을 말한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어울려 궁합(宮合)을 이룬 음식이 홍탁삼합(洪濁三合)이라 한다.

술이 산성(酸性)이라면 홍어는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홍탁삼합(洪濁三合)이란 묵은 김치를 펴놓은 그 위에 홍어를 소금에 살짝 찍어서 올려놓고 그 홍어 위에 알맞게 삶은 비곗살이 붙은 돼지고기 수육(獸肉)을 얹은 다음 새우젓을 놓고 ‘아-’ 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입 가득 먹는 것이다.
거기에 입가심하듯 막걸리 한 잔을 주욱- 들이켜 보자. 막걸리에는 단백질 1.9%, 유기산 0.8%가 들어 있어, 암모니아의 톡 쏘는 맛을 중화시켜 준다 하니-.

이렇게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과 탁주의 텁텁한 맛이 어울려 나 같은 막걸리를 즐기는 술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홍탁삼합(洪濁三合)이다. 게다가 홍어는 광어(廣魚)보다 살이 많은 고기가 아닌가. 

 얼마 전에 노량진 시장에 가서 1만 원에 제법 묵직한 홍어 애를 구할 수 있었다.

‘애’란 보통 창자를 말하지만 ‘홍어애’란 홍어 내장 중 담황색을 띈 세 덩어리의 간(肝)을 말한다.

홍어 애는 삶아 먹는 것보다 참기름에 찍어 회(膾)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입에 들어가면 아이스크림 녹듯 사르르 녹는 고소하고 쌉싸름한 감칠맛을 한번 경험하면 평생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단골 홍어집에 가면 서비스로 나오는 것이 홍어애다. 탕으로 만들어 먹으면 숙취 해소에 아주 좋다하여 애주가(愛酒家)들에 인기 있어 찾는 요리가 '홍어애탕'이다. 홍어는 바다에 사는 심해어(深海漁)여서 상어간유(스쿠알렌)와 동일한 성분이라는 것이 바로 홍어 애이기 때문이다.

 

*. 홍어와 가오리  

   며칠 전 일산 오일장(一山 五日場)에 갔다가 꾸득꾸득 말린 삭힌 홍어를 사왔다. 홍어 장사는 칠레산 홍어라고 하지만 냄새가 톡 쏘지 않는 것을 보니 가오리 같다.

모든 물고기는 알을 1만에서 10만 개 이상을 낳지만 홍어는 알을 두서넛만 난다. 그래서 홍어는 많이 잡히는 고기가 아니다. 그래서‘흑산도 홍어는 굴비처럼 귀한 몸이라 어찌 나 같은 서민 찾이가 되랴.’ 하여서 ‘꿩 대신 닭이라’ 홍어란 이름으로 삭혀 파는 가오리를 사온 것이다.

홍어 살에는 결이 있어 섬유질 같이 죽죽 줄줄이 국수처럼 찢어 먹는 홍어찜을   막걸리 안주로 며칠 째 먹고 있다. 그 홍어 장수가 말하더라.

"찔 때는 갈색 홍어 껍질을 벗기세요. 더 화하게 톡 쏘는 삭힌 홍어를 맛보고 싶으시면 비닐봉지에 공기가 통하지 않게 잘 밀봉하여 15˚C에 2~3일 삭히세요. 드시다가 남거든 5˚C 내외의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물기가 생기면 자주 닦아 주시구요."

홍어는 가오리과에 속하지만 홍어와 가오리는 다르다.

홍어는 마름모꼴이요 가오리는 원형에 가까운 오각형 모양이다.

주둥이가 뾰족한 것이 홍어요, 그렇지 않고 전체적으로 몸이 둥그스름한 것이 가오리다.

비린내도 안 나고 삭힐수록 진하고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나고, 오독오독 씹히는 물렁뼈는 뼈째 먹을 수 있고, 오래 삭혀도 안 썩는 것이 홍어요, 비린내도 조금 나고, 뼈째 먹기가 어렵고 오래 두면 썩어버리는 것이 가오리다. 홍어 중에서도 흑산도 홍어를 '참홍어'라 한다.
흑산도 홍어와 똑 같은 홍어가 칠레에서도 잡혀서 요즈음 홍어는 흑산도 홍어가 드물다. 참홍어의 반값 밖에 안되는 것이 칠레산 홍어이기 때문이다. 2013년 경찰의 불량식품 단속에서 국산홍어로 표기되어 팔리고 있는 흑산도 홍어라는 27건을 수거하여 국과수(國科搜)가 감정해 보았더니 2개만 참홍어였고, 나머지는 대서양에서 서식하는 노란홍어와 가오리가 각각 14: 7이었다.  


*
.‘만만한 게 홍어 X.’

 홍어 중에는 꼬리 좌우로 어른 손가락만 한 ‘거시기’가 2개가 달린 홍어가 있다. 거시기란 홍어 수놈의 생식기(生殖器)다.

 

홍어의 거시기를 놓고 ‘만만한 게 홍어 x’ 또는 '내가 홍어의 x인 줄 아느냐?‘ 하는 말이 생겨났다. 사람을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흑산도 홍어를 실은 배가 영산포구에 닿아 어부가 어시장에서 팔 때 ‘홍어 생식기가 달려 있어도 그 값, 떼어내도 그 값’이었다. 숫 홍어보다 암 홍어가 더 맛있고 상품가치가 있는데 수놈은 암 홍어보다 작고 상품 가치가 떨어져서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수놈 거시기는 어부들의 몫이 되어 어부들이 팔기 전에 떼어먹었다 해서 생긴 말들이다.
홍어를 '해음어(海淫魚)'라 하는 것도 홍어 수놈 때문에 생긴 말이다. 어부들은 홍어 암놈을 잡으면 산 채로 밧줄에 메어 바다에 던져 놓는다. 그러면 수놈이 좋아라 암놈과 뭐을 하러 대드는데 매미나 개처럼 홍어도 한 번 거시기하면 한동안은 빠지지 않아서 어부들은 암놈과 함께 수놈을 잡아 올렸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올 가을에는 추자도 가는 길에 홍어회를 먹으러 하룻밤 목포에서 머물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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