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톤레삽 호숫가에서/캄보디아(2)

ilman 2012. 12. 18. 11:09

 

 

*. 새같이 사는 사람들

프놈펜에서 앙코르 유적지를 가는 방법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배로 톤레삽 호수를 거슬러 올라가거나, 육로로 가거나, 비행기로 가는 것이다. 그 6∼7시간 이상 걸리는 것을 우리는 우리 나라 시외버스처럼 지정 좌석도 없는 비행기를 타고 45분만에 씨엠리엡(Siem Reap)에 도착하였다.
'씨엠(Siem)'이란 단어는 '태국'을 일컫는 말이요, '리엡(Reap)'은 영어로 '획득하다'라는 뜻이고 보면 씨엠리엡(Siem Reap)은 태국이 점령했던 곳이라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늦게 도착하여서  인도차이나 반도 내에서 최고의 유적지라는 앙코르(Angkor)는 내일 보기로 하고 캄보디아의 젖줄이 되는 톤레삽 호수의 일몰을 보러 가고 있다.
호수로 이어지는 씨엠리엡 수로 둑방길 30여분, 배로 10여분을 가는데, 도중 둑 가에 있는 집들은 6.25 때 보던 판잣집 정도도 아니었다. 문패도 번지 수도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도 없어 휑하니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집들은 우기를 대비하기 위해 대부분 둑보다 높이 2m 내외의 말뚝 위에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한 새 집 같은 집을 지어 놓았다.
여기는 열대지방이라 태풍이 생성되는 곳이어서 태풍이나 장마가 없고, 여름 우기(雨期)에도 한국처럼 종일 열심히 오는 비는 경우는 거의 없이 2~3시간 오다 그친다.
게다가 겨울 갈수기(渴水期)에는 아래로 흘러가서 메콩강과 합류한다. 그러다가 여름 우기 (雨期)에 접어들어 메콩강 수위가 높아지면 메콩강 물은 톤레삽호로 역류하여 자동적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면 톤레삽호수는 넓이가 배로 늘어나 유량조절을 하여 주는 천혜의 자연 뎀의 역할을 하여 준다.
그래서 동남아시아에서 6개국을 흘러오는 제일 긴 강인 메콩강의 모든 물고기가 톤레삽호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이 호수에 사는 물고기는 800여 종이나 되어 캄보디아인의 식단에 없어서는 안 될 해산물을 제공하여 주고 있다. 톤레삽의 담수어(淡水魚)는 1㎢ 당 8t로 세계 어느 나라 강보다 많아서 이 나라 경제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새들은 모여 산다. 날개, 부리 하나만으로 물고기를 잡아 먹으러 주로 강가에서 모여 산다. 그 강이 얼면 철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는 캄보디아에서 새들이 모여 사는 열대 부동항 씨엠리입호(湖)이다.
이 호수에 새보다 더 많이 사는 것이 물론 물고기다. 새에게 잡혀 먹히고, 어부에게 잡혀 먹히고, 큰 물고기에게 잡혀 먹히면서도 물고기가 이렇게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끼를 많이 낳는 것이다. 그래서 장어인 경우 새끼를 한번에 20∼30만 마리를 낳는다고 한다.
수상가옥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러하였다.

먼 조상들은 제왕의 무덤인 앙코르 유적을 쌓는데 하루 10만 명씩 동원되어 갔고, 전쟁과 내란에서는 총받이로 싸우다 갔고, 폴폿의 학살 당시에는 불쌍한 물고기 같이 포수 앞의 새였다. 그들이 살아남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도 계속 자식을 낳는 길밖에 더 있겠는가.
  더 이상 가난할 수 없는 사람들의 집들은 새집보다도 더 초라하였다. 타월 같은 것으로 아래만 가리고 사는 사람들이나, 찢어진 옷, 그것도 못 입고 맨발로 뛰놀거나, 흙탕물에서 수영하며 놀고 있는 난민촌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 눈에는 그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연약한 새 새끼 같았다.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강가에 모여든 새들이었다. 부리 하나 날개 하나만 가지고.
천진난만하게 재잘거리며 웃고 있는 것은 새들의 나직한 울음소리, 강가 울안에 갇혀 사는 새와 같았다. 영원히 날 수 없는 새, 내일이 없는 불쌍한 새였다.



물고기 잡아먹고
새처럼 살아가요

날개 하나 부리 하나로
새집 짓고 살듯이.

내일이
있다는 것이
사치와 같은 걸요.

호수에 해가 뜨면
새처럼 눈을 뜨고

톤레샵(Tonle Sap) 노을 보며
새들처럼 잠들지요.

가난이
제일 큰 재산인데
무슨 걱정 또 있겠어요.

 버스에서 내려 톤레삽 호수의 노을 구경하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시엡립 강(Siem Reap River) 양안을 바라보니, 그래도 이곳은 부자 축에 든다는 배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가족들이었다.

해머라는 그물침대는 집집마다 있고, 방속에 TV도 있구나, 할 무렵 우리는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국 땅에서 적어도 2시간 이상이나 그 위험하다는 바다 같은 드넓은 물 위, 5 명정밖에 탈 수 없는 이 작고 좁은 배에서 우리가 의지하고 믿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선장이 아닌가.
여행 중이라 모든 귀중품을 갖고서, 우리들의 목숨을 의탁한 이 배의 선장이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15살 소년이었고, 그를 돕는 장래에 예비 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는 그의 동생인 14살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미리 알았다면 일몰 구경을 포기할 망정, 나는 이렇게 무모한 승객이 되지 않았을 꺼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우리 모두 이렇게 태연자약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로마에 가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폴폿 정권이 지식인을 다 죽였다더니 무능하고 무식한 놈만 남아서 그런가. 캄보디아인이 게으르다더니 그래서 아이들에게 맡기고 잠이나 자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아까 보니 어른들은 아랫도리만 가리고 다니더니 옷이 없어서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주(船主)란 놈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약은 수작의 짓거리이리라 생각하면 불쾌하기 그지없다. 만약 배가 뒤집힌다면 나는 인천 바닷가에서 태어난 짠물 출생이라, 수영에 한 가닥 하지만 이 디지털카메라는 어떻게 한다? 이 캠코더는? 그보다 수영 못할지도 모르는 우리의 동행들은 어떻게 하지?  하는 사이 이 쪼그만 배는 사방이 수평선뿐인 망망 대강(茫茫大江) 속에 닻을 내리려 한다.
해가 지려면 아직 30여분 남아서 마침 수상 주점이 있다기에 들렀더니 고기를 잡아 올린다는 독수리 모양의 가마우지가 대 여섯 마리 묶여 있고, 객을 맞기 위해 키우는 2m 이상의 커다란 비단구렁이를 꺼내어 목에 두르며 사진을 찍으라 한다.

아앙코르비어를 2불씩 내고 먹으면, 여기서 잡히는 새우를 얼마든지 안주로 준다 하니, 여자보다, 섹스보다 술을 좋아하는 나 일만에게는 천국의 복음 같은 소리다.  낙조에 서둘러 배가  떠날까 봐 단숨에 3세 깡이나 마셨다. 그 짭짤한 붉은 새우와 함께.
해가 진다. 바다 같은 수평선 토렌삽호에 붉은 노을이 한창이다. 자연은 이리도 광활하고, 저리도 아름다운데,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도랑보다 개천보다 적은 가난 속에 묶여 있구나. 
  저녁은 캄보디아 무희들의 춤을 보며 뷔페에서 하였다. 무희는 물론 거기서 서빙하는 웨이터들이 이 나라에서는 성공한 사람들로 우러러 보였다.
이 캄캄한 밤에 그 호숫가에서는 새들처럼 어둠 속에 잠들고 있을 수상 가옥 난민촌 사람들이 눈에 아른거리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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