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종주 Photo 에세이 前記
(2007. 2. 13/무주구천동-백련사-향적봉대피소(1박)-정상-중봉-백암봉-삿갓대피소(1박)-남덕유산-영각사/일산 산속세계 산악회 따라/
*. 향적봉, 삿갓봉대피소 예약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원거리 산행을 주로 다니고 있다.
편도만으로도 적어도 4~5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지방의 산들이 지금도 버거로운데, 미루기만 하다가는 영 못가고 말 나이라고 생각 되어서 서둘러 무리해서라도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 산 중에는 처음 가는 산도 있지만 대개는 젊어서 가본 산들이다. 그러나 그때는 산을 추상적으로 사랑한 시절이었고 지금처럼 구체적인 산하사랑을 할 때가 아니어서 그 당시에는 건숭 보고 다녔다.
의사는 한결같이 무릎관절이 1/3은 망가졌으니 등산을 자제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래서 '산악회 따라 가서 그 하산 지점에서 오를 수 있는 곳까지만 가지-' 하고 갔다가도 '언제 다시 또 오랴.' 하는 생각에 무릎보호대를 하고 무리를 하고 있다.
산악회를 따라 나서게 되는 것은, 나홀로 산행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산악회 산행처럼 다양한 코스가 아니고, 또 혼자서는 마음만으로 벼르다 마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 원거리 산 중에 다시 가보고 싶은 산의 하나가 덕유산(德裕山)이었다.
옛날 아내와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과 함께 무주구천동으로 해서 북덕유산에 오른 일이 있다. 그때 본 무주구천동 골짜기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다시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드디어 오는 2월 13일 설산 덕유산에 가기로 산악회'에 예약을 한 것이다. 그 아들이 벌써 36살이 되었으니 26년 전 같다. 요번 고양시 '산속산악회'의 덕유 산행 일정은 '무주리조트곤도라-설천봉-향적봉-중봉-오수자굴-백련사-삼공리 [4~5시간]' 큰 '德'(덕) 넉넉할 '裕'(유) '덕유산(德'裕山)'이란 이름처럼 넉넉한 시간을 잡은 것이다. 노인 나라에 사는 사람이란 시간 부자(富者)들이 아닌가. 천천히 넉넉한 시간을 두고 하는 산행은 무릎이 오히려 좋아질 것 같다. 그래서 나의 덕유산 일정은 다음과 같아질 것이다. 덕유산삼공탐방지원센터- ?-무구천동계곡-?-백련사(920m)-1:40-향적봉대피소-0:20-정상(1,614m)-0:25-중봉(15,94.3m)-0:20-백암봉(1,480m)-0:25-동업령(?m)--3:00-무룡산(m)--삿갓대피소(?m)-0:50-남덕유(1,507m)-1:10-영각사(740m) 지금 나는 '무주 구천33경'을 카메라에 담거나, 향적봉과 삿갓봉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일, 설경을 배경으로 아침 일출을 디카에 담을 생각을 하니 70 고개를 넘어선 이 나이에도 가슴이 뛴다. *.덕유산 종주를 꿈꾸며 지금은 영호남을 가르는 경계선으로서 동쪽이 영남 지방(嶺南地方), 산수갑산 거창군(居昌郡)이요, 서쪽이 호남의 첩첩산중 오지에 해당하는 무주(茂朱)이다. 전북과 경북, 경남 3도와 3군을 아우르면서 지리산 종주, 설악산 종주와 함께 덕유산 종주는 우리 산악인들이 꿈꾸는 우리나라 3대 종주 코스 중의 하나다. 꿈꾸던 '네팔과 인도의 해외여행(海外旅行)이 1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그 나이에 처음하는 덕유산 종주가 가당치나 한 일이냐고,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만류하는 아내 손길을 뿌리치고 엄동에 나 홀로 덕유산을 종주하려 한다. 스스로도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지리산과 설산 설악산을 단독 종주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서파(西坡)에서 북파(北坡까지 백두산을 종주하지 않았던가.' 이런 경험에다가 완벽한 장비와 준비를 더하느라고 나는 요즈음 바쁘다. 이는 해가 갈수록 나쁘게만 달라지는 나의 몸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은 오기라 생각하자. 덕(德)이란 사람의 품성을 말할 때 쓰이는 말이다. 밝고 크고 옳고 빛나고 착하고 아름답고 부드럽고 따스하여 바른 길을 행하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말이다. 그것을 산을 두고 말하면서 거기다가 넉넉할 '裕 '(유) 자까지를 더하여 이 산 이름을 덕유산(德裕山)이라 하였다. 덕유산은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산 이름으로 가진 것 같이, 산으로서 덕유산은 주능선 17.5km에 1,200m가 넘는 봉우리를 20개 이상이나 거느리고 있는 중후한 산이다. 봄에는 해가 철쭉꽃밭에서 떠서 철쭉꽃밭으로 진다는 철쭉의 산이 되다가, 여름에는 원추리꽃이 만발하는 녹음 속에 '무주구천동(茂州九千洞)으로 몸과 마음의 더위를 식혀주는 산이 된다. 가을이 오면 단풍이 손짓하여 우리를 부르는 산 중에도 명산(名山)이 덕유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겨울산 덕유산은 주목(朱木)과 구상나무 가지에 만발하는 설화(雪花)를 배경으로 내륙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산이 된다. 향적봉에 오르면 정상 동쪽으로 펼쳐지는 산파(山波)의 파노라마의 풍경이 구천동 33경 중에서도 으뜸을 자랑하고 있다. 몰려오는 파도 같은 산들이 중첩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어느 산도 감히 따를 수 없어서 덕유산은 '사진작가들의 산'이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산이다. 향적대피소의 투숙객의 80%가 사진작가란 말이 이를 입증하는 말이다. 나도 가끔 사진작가라고 호기를 부릴 때가 있다. 누구의 추천을 받았냐고 묻는 이 있으면 ilman 선생의 추천을 받았다고 오기를 부리면서-. 1960년대 중반 결혼할 때 약혼 선물로 카메라를 선물 받은 이래, 40년 넘게 사력(寫歷)을 키워왔으니 말이다. 캠코더를 들고 스승을 찾아 다니기도 하였고, 캠코더, 디카만도 몇 번이나 바꾸었던가. ilman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들 카메라 맨으로 나를 기억하고 있다. 요번 덕유산 종주를 위해서 플래시카드 2GA와 카메라 보호를 위해서 비,눈 가리개를 새로 구입하였다. 요번엔 무겁지만 카메라 다리를 가져가야겠다. 향적봉의 일출과 산들의 몰려오는 소리를 파노라마로 잡기 위해서. *. 무주구천동 전설 무주구천동(茂州九千洞)은 덕유산에서 시작된 물이 나제통문(羅濟通門)까지 70 리를 흐르며 계곡을 깎고 바위를 갈아 만든 계곡이다. 이 물은 금강 상류의 지류인 원당천(元唐川)까지 흘러 간다. 그 계곡 따라 '한국의 10경'의 하나라는 '구천동33경'이 전개고 있다. 그 33경도 다시 보고 싶지만 '무주구천동(茂朱九千洞)'이란 말이 자못 시적(詩的)이라서 '그 어원에 대한 전설이 없는가?' 찾고 또 찾다가 드디어 '암행어사 박문수 전설' 을 만나 보고 무릎을 쳤다. -초라한 차림의 박문수 어사가 덕유산 계곡에서 밤이 깊어 인가를 찾아 헤메다가 불이 반짝이는 외딴집 한 채를 발견하고 하룻밤을 유하려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주인인 듯한 한 노인이 젊은이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지 않는가. 질겁을 한 박 어사는 주인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저는 구재서라는 훈장입니다. 그런데 아랫마을에 사는 천석두라는 부자(父子)의 흉계에 빠져서, 내일 오후에는 아내와 며느리를 뺏기게 되었습니다. 그 천가 놈에게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네 식구가 함께 죽자고 하던 참이었지요."
박 어사는 구재서를 안심시킨 다음 그 길로 무주현으로 내려가서 네 광대에게 황,청,흑,백 네 가지 색깔의 옷을 입혀 가지고 이 골짜기로 들어왔다. 다음날 구재서의 집으로 가서 천가 놈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에 사모관대를 한 천석두 부자가 나타나자 누런 털 달린 도끼와 귀신을 그린 깃발을 든 한 괴물이 들이닥치며 초례상을 타악- 치며 저승사자 넷을 불러내더니 "내가 옥황상제의 명을 받들어 너희를 잡으러 왔으니 저승사자는 저 천석두 두 부자를 잡아가지고 돌아가라."
하니 저승사자가 천가 부자에게 달려 들어 결박 지어 가지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후 박 어사는 천석두 부자를 귀양 보내고 구재서에게 부인과 며느리를 돌려 보내 주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무주(茂朱)에서 구(九)씨와 천(千)씨가 살던 마을(洞)이라 하여 무주구천동(茂朱九千洞)이라 부르게 되었다.
위 이야기는 좀 황당한 얘기 같아서, 또 없나 찾아보았더니 백련사(白蓮寺)와 연관된 전설로도 전하여 온다.
사찰 측에서는 신라 흥덕왕 5년에 무염(無染)국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하지만 다음 전설에서는 그 연대가 조금 차이가 난다. -신라 신문왕때 백련선사(白蓮禪師)가 이곳에 은거하고 있을 때였다. 연못에 자기의 이름과 같은 하얀 연꽃(白蓮)이 솟아 나왔다.하여 그곳에 절을 짓고, '백련암(白蓮庵)'이라 하였다. 불교 전성기 때에는 14개의 암자가 있을 정도로 사세가 융성하여서 9,000 여명의 승려들이 도를 닦던 곳이어서 '구천동'이라하였다. 그래서 백련사의 이름을 한 때는 '구천동사(九千洞寺)'라 하였다 한다. *. 무주구천동 33경
덕유산에서 나제통문(羅濟通門)에 이르기까지 약 28km에 걸친 무주구천동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이 빚어 놓은 수림과 기암이 어울린 곳을 이 고장 사람들은 '구천동33경'으로 지정하여 놓고 자랑하고 있다.
무주구천동은 13개의 대(臺)와 10개의 소(沼)에다가 폭포와 계곡을 더하여 아름다움이 이루어지지만 이는 다시 둘로 나뉜다.
마음 먹지 않고는 그냥 지나치게 되는 '삼공탐방 주차장'에 이르기까지에 있는 1경 나제통문~ 14경 수경대(水鏡臺)까지를 '외구천동(外九千洞)'이라 하고, 그 주차장 위 15경 월하탄(월하탄)~ 33경 향적봉(香積峰)까지를 '내구천동(內九千洞)' 이라 한다.
우리는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고 산악회 차를 따라 가는 것이니 어찌 외구천동까지 언감생심(言敢生心) 욕심을 내겠는가.
글자 그대로 신라와 백제의 국경관문으로서 설천면과 무풍면을 가로막은 암벽을 인공적으로 뚫어 만든 동문이라는 나제통문(羅濟通門)으로부터 시작되는 외구천동은 그냥 지나칠 것이니, 내구천동이나마 놓치지 말고 디카에 담아와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일행과 떨어져서 산행은 혼자해야겠다. 이런 궁리를 하게 된 것은 산악회 따라서 이곳저곳 뒤지며 다니다 보니 너무 속도가 느려서 많은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렇게 해도 '외구천동(外九千洞)'은 볼 수가 없을 것이니 아쉬운 대로 '무주군 홈피'에서 소개하는 그림이나 보면서 한자는 뜻글자라, 그곳 이름을 한자로 바꾸어 그 모습을 어리짐작으로나마 그 아름다움을 대신하여 말할 수밖에 없구나.
거기에 어떤 전설이 숨어있느냐 하는 것은 가서 찾아보기로 하고.
1경羅濟通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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