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캐나다 로키 여행(2)/세계 10대 명승지

ilman 2021. 8. 16. 10:17

세계 10대 명승지 루이스 호수(Lake Rouise) / 캐나다 로키 여행(2)

*. 술꾼의 지옥 캐나다

곤돌라 타는 곳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점심을 하면서 캔 맥주 둘을 시켰더니, 병을 따 주려 하여 하나는 그냥 달랬더니, 이 이국의 처녀가 섭섭하게도 머리를 젓는다. 캐나다에서는 누구든지 하늘이 보이는 어느 곳에서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금주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란다.

캐나다에서는 지정된 리키어 샵(liquer shop)에서만 술을 판다. 그것도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이고, 평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영업시간이었다. 혹 가다 만나게 되는 슈퍼마켓에서도 맥주 이외에는 팔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는 표시가 되어 있는 허가된 음식점이나 라운지 이외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열차나 버스나 심지어 음식점에서도 개봉된 술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마시는 것은 위법이어서 적발되면 범칙금을 많이 물어야 한다.

술의 천국인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것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것을 캐나다에 와서야 깨닫겠다.

술 한 잔 마시는 것에도 비싼 세금을 따로 내야 했고 그것도 지정된 곳에서만 마셔야 하는 캐나다는 분명 우리네 같은 술꾼들에게는 지옥이었다.

*. 세계 10대 명승지 루이스 호수

드디어 세계 10대 명승이라는 루이스 호수에 도착하였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루이스 호수(Lake Louise)는 길이가 2.4km이고 폭이 800m, 수심이 70m나 되는 빙하 호수다.

아주 먼 옛날에 저 멀리 보이는 해발 3.624m 빅토리아 산과 그 주위의 산에서 흘러 내려온 빙하의 침식으로 패어진 웅덩이에 그 표면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생긴 호수인데 그때 빙하 밑 지표에서 깎아 낸 미세한 돌 부스러기와 진흙이 호수에 녹아 저와 같은 신비로운 호수와 그린(Green)의 색깔을 만들어 내었다 한다. 이 색깔은 신비하게도 시간마다, 계절마다 그 찬란한 색을 카멜레온처럼 바꿔 준다고-.

여기서는 손으로 젓는 보트 이외에는 기름을 쓰는 어떠한 배도 띄울 수가 없다. 이 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하고 있다.

나그네들 중에 복이 있는 사람들은 저 산에 쌓인 눈이 어느 날 갑자기 천둥소리 같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리는 그 소리와 그 모습을 보고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 10대 절경 가운데 하나인 이 빙하 루이스 호수 앞에서 갑자기 나는 그 감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저 멋진 자연의 장관을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애지중지 준비하여 가지고 다니던 망원경을 찾으려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없다. 웬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전에 점심과 맥주를 먹고 온 설퍼 산 통나무집 의자에다가 망원경이 든 잠바를 걸어 놓고 그냥 온 것이다.

맞추어 눈이 무너져 내리며 내었다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천둥소리도, 그 앞에 서 있으면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법이다.

여기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캐나다의 대표적 절승인, 저 신비한 에메랄드 그린의 환상적인 짙은 청록의 호수 물빛을 바라보면서도 아까운 망원경 생각뿐이었다.

‘내가 준비 해간 캠코더로 이렇게 열심히 찍어 온 것도 이런 경우를 위한 준비였구나.' 하며-. 거기서 얼마쯤 가다가

만난 탠픽스 산(M .Ten Peaks)에서 무너져 내린 돌들이 쌓여 천연 제방이 되어 그 이름(moraine堆積)이 되었다는 '모레인 호수(Moraine Lake)'의 절경도 시큰 둥 바라보고 있었다.

루이스 호수가 올려다보는 경치라면, 모레인 호수는 내려다보는 경치로 그 물 빛과 모습의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보러 왔으면서도-.

 

고맙다, 곰아

일행에게 미안하게도 온 길을 되짚어 가서 그 옷을 찾아 버스로 돌아올 때에는 의자 밑에 숨어 버리고 싶도록 부끄러운 마음뿐이었는데, 뜻밖에도 나의 이 건망증이 오히려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될 줄이야.

미안한 승객이 되어 버스를 타고 한 10분쯤 되었을까 했을 때 갑자기 '곰이다'하는 소리가 났다. 지나 칠 정도로 과묵한 한국 기사 아저씨에게서 그 짧지 않은 여행하는 동안 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외마디 소리였다.

‘곰이다, 곰.’ 오늘 아침 영원의 호수를 보고 돌아오는 우리를 한참이나 막고 길을 건너서 오줌을 싸 자기 경계를 표시해 놓고는 유유히 다시 건너던 앨코 사슴만 한 곰이다. 귀에 달린 노란 표지가 선명하게 눈에 뜨이는 것으로 보면 이 나라의 보호를 받고 있는 놈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길가에서 빨간 열매 팥배를 따먹으며 사라지는 곰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을 때의 기쁨이란.

그냥 막 달려가서 끌어안고 싶었다. 물건을 잃고 찾아다니는 어리석은 바보의 체면을 돌려준 곰에게.

인생을 연극이라더니 오늘 일은 호사가가 일부러 꾸며낸 한 편의 드라마요, 거짓말 같은 한 편의 수필이 아닌가. 길을 가다 도중에 이유 없이 차들이 서 있으면, 거기에는 반드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앞에는 영락없이 관광객들이 보고 싶어 열망하는 야생 동물이 있다.

우리가 이 여행 중에 만난 야생 동물로는 흰 산양, 잿빛 산양, 숲 속에서 우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뿔이 달팽이처럼 말려 올라간 산양, 앨코 사슴, 빅혼에다가 나그네에게 손을 벌리는 오소리에다가 요번에는 행복하게도 곰을 더하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는 까마귀와 갈매기가 사람들의 1m 앞까지 날아와 먹이를 주워 먹고 있었다. 동물이나 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법으로 금하고 있는 것은 자연적으로 모든 것이 순환되도록 하는 이 나라 위정자들의 배려였다. 캐나다는 나무의 나라요, 호수의 나라이더니 이제 보니 야생 동물의 천국이요, 그들과 사람이 함께 사는 에덴동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