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필리핀 배낭 여행(3) /세부 시티(Cebu City)

ilman 2021. 10. 1. 10:40

필리핀 배낭여행(3)/ 세부 시티(Cebu City) 시내 관광

오늘은 세부의 둘째 날.
내가 묵은 모벤픽 리조트는 세브에서도 고급 호텔이라 아침 뷔페는 남쪽나라 과일과 해산물로 가득한 진수성찬(珍羞盛饌)이었다.

그중에서도 세부의 과일의 백미(白眉)는 노랗게 익은 망고였다.
식사 후 해변 비치파라솔 아래에 누워 내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오늘은 어디로 간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을 찾아 호핑 투어(Hopping Tour)를 가서 물안경을 쓰고 스노클링과 낚시를 해볼까?
아니면 카드를 긁어서라도 페러 세일링(Para- Sailing)을 해볼까? 페레 세일링이란 패러글라이딩으로 보트가 이끄는 대로 낙하산을 타고 바다를 누비면서 천국 같은 남국의 바다와 섬의 풍경을 하늘에서 굽어보며 즐기는 것이다. 
제트 스키(Jet Ski)를 몸소 운전하며 태평양을 스릴 만점으로 달려나 볼까?'
조금만 무리를 한다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물가가 저렴한 이 나라에서는 나 같은 서생(書生)의 재력이라도 가능한 일이지만 이는 생략하기로 했다.
그것들은 작년 아내와 함께 남태평양 섬나라 팔라우(Parau)에 갔을 때 체험해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놀이란 함께 하는 사람 속에 묻혀야 신명 나는 일이지. 하얀 백발의 나이로 신혼부부 사이에 혼자가 되어서는 즐거움보다 청승맞은 일이라고 생각되어서였다.

그래서 세부 시티에 가서 이 나라 문화와 역사 탐방을 하기 위해서 어제 예약한 대로 호텔의 무료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로 1시간 거리인 세부 시티를 가려면 세논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했다.

막탄섬에서는 세브 시티를 카페리 호라는 배를 타고 운치 있게 오갈 수도 있는 모양이다.
이 셔틀버스는 세브시의 대형매장인 'Maboro proper'를 왕복하는 것이었다.
세부 시는 크게 다운타운과 업타운 둘로 나뉜다.
내 도착한 곳은 그 세부 시티의    다운타운의 시내 중심가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길가 포장마차를 찾았다.

  필리피노 서민들은 옛날식으로 맨손으로 밥을 먹는다. 어떤 가게에서는 손을 비닐로 싸서 맨손으로 먹고 있다. 그 비닐은 한국처럼 손 모양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 채소를 넣을 때 쓰는 그런 것이었다.
옛날 인도에 갔을 때 밥을 맨손으로 먹는 게 신기해서 물어보았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음식 맛은 손으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것 아닙니까? 당신 나라에서는 우비 입고 샤워를 합니까?”
그들 중에 운전기사가 있어 지도를 펴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이런 유적지를 도는데 얼마면 갈 수 있는가를 물어보았더니 왕복에 200 페소면 안내하겠다 한다.
택시에 탔더니 말이 달라진다. 2,000 페소를 달라는 것이다.
깎고 또 깎아 1,000페소로 흥정하여 가기로 했다.
서너 시간 동안 한국돈 1만 4천 원에 서너 곳을 안내하며 촬영할 시간에도 기다려 준다니 결코 비싼 요금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Korea에서 필리핀의 아름다움을 쓰려온 여행작가라서 베푸는 특별한 인정이려니 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래서 우리는 내내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곳곳을 누볐다.
다음은 내가 그 운전기사와 함께 세부 시티에서 둘러본 명승지 몇 곳이다.

산 페드로 요새(Fort San Pedro)

  산 페드로 요새(Fort San Pedro)는 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와 더불어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요새(要塞)다. 스페인이 1738년 이슬람 해적 등을 막이 위해 건설하였고 한다.
이 요새는 미국 식민지 시절에는 병영(兵營)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필리핀을 점령하였을 때에는 포로수용소로 사용되었다는 곳인데 지금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입구를 들어서자 양 쪽 벽에는 스페인 침략의 역사를 그림으로 그려 놓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공터 옆에 필리핀의 옛 영웅들을 기념하는 간이 전시관이 있다. 2층 성벽에 올라갔더니 거기에는 옛날에 쓰던 녹슨 대포의 포신이 바다를 향하고 있다.

마젤란 십자가(Magellan Crose)

  다음으로 찾아 가 본 것이 마젤란 십자가(Magellan Crose)였다.
마젤란이 1521년 세부에 상륙하여 무력으로 세부의 왕과 왕비 그리고 수많은 백성들을 가톨릭교로 개종시키고 그때 최초의 가톨릭교 세례를 준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았다는 십자가였다.
그것을 1735년에 지금의 위치에 육각 지붕의 원형 건물을 짓고 그 안에 모신 높이 3m의 웅장한 십자가(十字架)다.
예로부터 필리핀(Pillipn)인들은 나무로 된 이 마젤란 십자가를 신비의 영물이라고 믿었다.
그 일부를 깎아 달여 마시면 기적이 오고, 온갖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단단한 나무 덮개를 씌워놓았다가 지금은 아예 복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마젤란 십자가에서 더 볼거리로는 6각 천장의 벽화다. 십자가를 세우는 당시 모습과 부활제(復活祭)를 올리는 광경 등을 그린 것이다.

*. 산토니 교회(Santo Nino Church)

 마젤란 십자가 부근에 1565년에 세웠다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 산토니 교회(Santo Nino Church, 일명 San Augustin Church)가 있다.
'산토니뇨'란 아기 예수란 뜻이다.
이 아기 예수는 16 세기 전쟁 중에 화재로 모든 것이 불타 폐허가 되고 말았지만 불탄 그 자리에 이 '어린 예수상'은 상처 하나 없이 누워 있었다는 일화(逸話)를 가지고 있어 필리핀 사람들에게 숭앙받는 예수상이다.

*.  비버리 힐스(Beveerly Hills)의 도교사원(道敎寺院)

비교적 부유한 계층이 산다는 업타운은 이 세부에서는 가장 높다는 부사 이산 근처에 있다. 그곳이 비벌리 힐스라는 동네다.
비벌리 힐스(Beveerly Hills)는 시내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6km 구릉지의 고급 주택가에 있는데 멀리서 보면 낯익은 동양식 기와 건물이 이색적이다.
그것은 도교 사원(Taoist Temple)이었다.
 동양 유일의 가톨릭 국가라서 이 나라 국민의 83%가 천주교 신자다.
그중 기독교가 9%, 기타가 3%인데 그 기타 중에 이슬람교도와 도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도교(道敎)는 노자(老子)를 교조로 하는 무위 자연설(無爲自然說)에 신선 사상(神仙思想)을 더한 중국의 다신교적(多神敎的) 종교다.
마닐라 다운타운에 차이나타운이 있다더니 그곳의 화교(華僑)가 신자 들일 것이다.
사원(寺院) 입구의 현판 ‘定光寶殿(정광보전)’이나 ‘百年座上見如來(백 년 좌상견 여래)’ 같은 글귀도 그렇지만, 건물 지붕 위를 장식한 꿈틀거리는 용(龍)의 모습은 내가 지금 한국이나 중국의 어느 곳을 여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 도교 사원의 또 다른 멋은 그곳에서 굽어보는 세부 시티(Cebu Sity)의 원경이다.
그러나 거기 있는 탑이나 건물 등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위주로 화려하게 꾸민 것이 도교에서 말하는 자연적이지도 중후하지도 않고, 가볍고 현란하기만 할 뿐이었다.
 인물의 조각 수준도 한국 보통 절의 산신각 속의 신선 등의 수준이었다.
나는 내가 타고 온 차의 기사가 내가 말하는 명승지 이외도 몇 곳 명승지를 더 안내하여 주는 줄 알고 감격하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가 3시간 이상 걸린다고 2,000 패소를 달라고 하던 것이 겨우 1시간 30분 이내에 원점회귀를 한 것이 나를 속인 것 같아 서운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 셔틀버스 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200 페소면 되는 곳을 5배나 더 바가지를 썼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고맙다고 100페소나 팁을 주었으니 더욱 씁쓸하다. 
걱정이 되는 것은 그 기사에게 다음의 초행길의 외국인을 속여 먹는 우행을 계속하게 속아 준 것 같아서 불쾌하다.
그의 적은 수입의 작은 행복이 아름다움을 찾아온 세상 사람들에게 필리핀을 폄하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이 얼마나 큰 수치가 되는 일인가. 필리핀 교통당국도 이는 시정해야 할 일이다.

 점심은 역시 서민들이 자주 가는 곳에 가서 그들과 함께 하였다.
그중 한 늙수그레한 여직원의 친절이 불쾌했던 기분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한다.
순수한 친절은 아름다움이 되어 그의 조국 필리핀을 이렇게 빛내주게 되는 것이다.
음식은 뷔페식으로 차려놓고 그 종류에 따라 접시에 덜어 값을 내고 먹는 셀프 식사였다.
  호텔에 돌아와서는 금년 처음으로 수영을 하였다. 그것도 남태평양 바다에서였다.
나이 탓이었을까. 50m 가기가 힘들다.
젊어서는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 있는 오리 바위를 거뜬히 왕복하던 내가 그 좁은 수영장의 50m를 가는데도 이렇게 힘들다니-. 그래서 야자수 그늘 아래 벤치에 누어 각국에서 온 젊은 미녀들의 비키니의 몸매를 훔쳐보며 하루를 접는다.
해외여행은 하루하루가 새로운 만남이지만 그 만남은 곧 영원한 이별이 도고 마는 것이다.
특별한 인연이 아니면 다시 또 찾아올 수 없는 곳이 해외여행이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 다시 떠나야 하는 것이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호텔은 어디나 오후 2시에 체크 인해서, 다음날 12시에 체크 아웃해야 한다.
마닐라행 비행기는 ‘1820H'로 오후 6시 20분에 있으니 너무 많은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 동안 야자수 아래 누어 오늘 반나절을 보내기로 했다.
그 점심 식사를 위해서 아침 호텔 식사 시간에 아침 뷔페에서는 점심거리를 몰래 준비하는 나는 아름다운 도둑이 되었다. 야자수 밑 파라솔 그늘 아래 벤치에 누워 보니 어제 시장에서 필리핀 사람들의 친절이 갑자기 시흥을 돋게 한다. 아아, 아름다운 사람들. 그 아름다움은 서민들 사이에 있었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운 Korea에서,
  겨울에도 따뜻하고
  여름에도 시원한 우리를 꿈꾸다가    
  찾아온 남쪽나라 세부(Cebu)에는
  그 부러운 천혜(天惠)가 살고 있더라.
  그 절대적인 순수,
  그 황홀한 친절,
  카메라 앞에서 만나는 그 적극적인   환영.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더라.
  그런 나라 찾아와서
  그런 나라 읽고 가노라.

  부디, 찾아오기 두려운 나라에서
  다시 찾아오고 싶은 나라 필리핀이 되기를-.
                                        이는 라푸 라프(Lapulapu)가 지키고 싶은 나라,
                                       호세 리잘(Jose Rizal)이 사랑하며 꿈꾸는 나라이려니
                                        Good By! Cebu! 
                                        Palam! Cebu!
                                                                                 -세부에서

  나는 필리핀의 영웅 라푸 라프(Lapulapu)가 필리핀을 지키던 세부를 떠나 필리핀의 영원한 우상 리잘(Rizal)이 그 목숨을 바치며 사랑하던 마닐라를 만나러 공항을 향한다.
배낭을 지고 택시를 타려고 호텔을 막 나오려는데 지프니(Jeepney)가 지나가길래 손을 들었더니 공항 쪽으로 가는 지프니다. 옳다 됐다. 나도 필리핀의 명물 지프니를 타게 되었구나.

지하철이 없는 필리핀의 도시에는 각종 차 종류가 많다.
그중 필리핀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이 지프니(Jeepney)다.
필리핀 도시 곳곳을 누비며 24시간 쉬지 않고 다니는 가장 많은 차가 지푸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군수산업기지였던 필리핀에 미군은 수 만대의 군용 차량을 버리고 갔다. 필리피노들은 50년 대 초 이를 15명이 탈 수 있는 합승 버스로 개조하여 교통수단으로 이용했으나 잔 고장으로 멈춰 설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조랑말 2~3 마리가 차를 끌고 다녔다 해서 'Jeep(지프) + Pony(조랑말)'의 준말로  'Jeepney(지프니)'란 말이 생겼다.
열대지방이라 모든 창문은 바람이 들어오도록 시원하게 그냥 뚫려 있고, 출입구는 문짝 없는 뒷문이라서 뒤로 타고 뒤로 내린다.
겉은 주인의 개성 따라 호화롭고 요란스럽게 꾸며서 겉으로만 보면 참으로 멋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앞모습은 지프요, 옆모습은 버스, 차 내부는 승합차인데 행선지 표시는 차체의 앞 유리창이나 옆에 있다.
일정한 정류장이 아니어도 어디서나 타고 내릴 수 있는 이 지프니는 편리한 마닐라 일원의 명물 교통수단이다.
승객이 운전자 옆에 앉을 경우에는 '바야드(계산)!'라고 하면서 직접 운전기사에게 요금을 건네지만, 그렇지 않으면 운전기사 쪽으로 승객의 손과 손을 거쳐 릴레이식으로 차비를 건네고 잔돈도 그렇게 받는다.
내리고 싶은 곳에서는 천장을 두드리거나 " 파라(정지)! 하고 외치면 세워 준다.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요금은 7.5페소로 아주 저렴하다.
나는 이 지프니를 이용한 덕분에 올 때 호텔까지 200페소나 주고 왔던 곳을 그 1/26이나 싸게 공항에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내린 곳은 공항 이 아니라 공항 근처였다.
말이 통했으면 택시라도 타고 갈 일이지만 가까운 줄 어리 짐작하고 가다 보니 이곳 사람들도 쉰다는 30도의 한낮 폭염 속을. 차도밖에 없는 거리를 기진맥진 물어 물어 30분 간이나 걸어야 했다.
이럴 때마다 '고국에 가서는 영어 회화를 좀 배워야지- 하다가도 이 나이에 그건 배워 무엇하냐?' 하면서-.
그렇게 가다가 만난 바나나 장수가 한국과 달리 바나나를 차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팔고 있다.
머리를 갸웃둥거리며 손으로 매달리는 시늉을 하며  보디랭귀지로 그 이유를 물어보니 웃으며 그가 대답하는 것이 대충 이런 것 같다.
" 바나나를 걸어 두면요, 요놈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줄 착각하고 오랫동안 싱싱하답니다."

 

             -다음 '마닐라 최대 재래 장 바클란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