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단양 8경 사인암(舍人巖) 기행

ilman 2018. 5. 26. 04:40

 
단양 8경 사인암(舍人巖) 기행
단양이 자랑하는 자연 경관에 단양8경이 있다. 그 중의 4경인 사인암(舍人巖)을 민속학 교수 이기태 교수와 함께 소석 김영덕 시인의 안내를 받아 찾아갔다. 사인(舍人)이란 고려시대 정4품에 해당하는 벼슬 이름으로 사인 벼슬을 지낸 역동 우탁(易東 禹倬) 선생을 기려 조선 성종 때 임제광 단양 군수가 이름 한 바위다.
우씨(禹氏)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단양 우씨 시조 전설'이 전해온다.

소백산 두 남매가 짝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산에서 멧돌 굴려 떨어지지 않으면
부부가
되기로 하다가
단양우씨 시조 되었다네

  단양에서 진사 천규(天珪)의 아들로 태어나서 성균관 제주(祭酒: 정3품 벼슬)를 지낸 우탁은 해외로 반출을 금한 주역(周易)을 외워서 우리나라에 전파했다 해서 호를 역동(易東)이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하여 온다.
원나라를 통하여 정주학(程朱學)이 들어 왔으나 이를 해독할 사람이 없자 역동 선생은 한 달만에 이를 깨우쳐 후진을 가르쳤다는 대학자이다.
 그러나 그를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 지게 한 것은 그의 2 수의 시조 때문이다. 그의 '백발가'(白髮歌)와 탄노가(歎老歌)는 우리 나라 최초의 시조로서 그래서 우리나라 시조(時調)의 비조(鼻祖)로도 역동 우탁은 일컫고 있다. 인생보다 예술이 길다고 하지 않던가.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 듯 불고 간 데 없다.
적은 덧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자
귀 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역동 禹倬



 우탁 선생이 치사(致辭)하고 고향인 단양에 돌아와서 노닐었다는 이 일대는, 그 앞에 옥 같은 맑은 물이 굽이굽이 감돌아 흐르고 있어 선경(仙境)을 찾은 감회를 새롭게 한다.
단양읍에서 남쪽으로 8km 떨어진 대강면, 황정리, 사암리에 걸쳐 흐르는 운계천(雲溪川 따라 펼쳐지는 경관이 운선9곡(雲仙九谷)이고 소백산에서 시작한 그 계곡 물이 합수한다는 곳이 바로 운선7곡이라는 남조천 일대이다.
 옛날 서애 유성룡이 나라님으로부터 하사 받은 호피(虎皮) 한 장을 팔아서 이 일대를 사서 주자(朱子)의 무이구곡(武夷9谷)을 본떠 운선구곡(雲仙九谷)이라고 하며 노닐었다는 곳이다.
이 사인암을 읊은 한시가 친필로 사인암 바위에 각자(刻字) 되어 있어 시조로 의역하여 보았다.


卓爾不群(탁이불군)
確乎不拔(확호불발)
獨立不懼(독립불구)
遯世無憫(돈세무민)
-역동 우탁

많다고 뛰어나랴
의연한 저 모습이여
홀로 서도 은거해도
근심 걱정 전혀 없이
사인암
단양에 서서
세월을 낚고 있다
                     -ilman 시조역
  그러나 위 시를 꼼꼼히 살펴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중국의 고사 성어를 그냥 늘어놓은 시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이 중국 고사를 인용하여 시를 읊조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더라도 너무하다. 위 시는 역동 선생의 이름을 훼손하고 있다 할 정도로 너무 짜맞춘 한시(漢詩)다. 거의 모두가 고사성어를 인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문을 한다는 사람조차 그 해석울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사전에 나오는 다음 예를 보자.
*卓爾不群(탁이불군): 높이 뛰어나서 일반사람과 다름(논어), *確乎不拔(확호불발):매우 단단하고 굳세어서 흔들리지 않음(논어), 遯世(둔세):세상을 피해 살음
여기서 더 가 설치재를 넘으면 하선암(下仙巖), 중선암(中仙巖), 상선암(上仙巖)으로 이어지는 단양8경이 거의 모여 있다는 그 유명한 삼선구곡담(三仙九曲潭)이 시작되는 곳이다. 꽃밭에 꽃들이 모여 살듯이 경치도 서로 곳을 알아서 모여 사나 보다.

그 냇가 한 가운데에 사암리 동네 유지들이 77년에 세웠다는 역동 우탁선생기적비(易東禹倬先生紀蹟碑)’가 있고 거기 서있는 200년 묵은 노송이 그 운치를 한껏 더하여 주고 있다.

 경치가 빼어난 한국의 산에는 어디에나 절이 있다지만 이곳은 계곡인데도 사인암 바로 아래 공민왕 때 서왕가(西往歌)라는 가사를 지은 나옹화상이 창건했다는 청령암(靑蓮岩)이 승경을 탐하여 여기에 자리 잡고 있다.
사인암(舍人巖)은 70m나 되는 수직의 절벽이 깎은 듯이 솟아 있는 바위다. 풍우에 시달리며 상하좌우로 바둑판 같은 금을 억겁의 세월을 두고 그어 놓은 것이 층층이 쌓인 바위 같기도 한데 그 바위에 굵직하게 음각으로 새긴 옛 선인들의 이름이 이를 더 고풍스럽게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너럭바위 위에는 바둑판과 장기판을 운치 있게 암각해 놓아 선인들의 장난기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예 놀던 선비 모셔다
우리 둘 다 신선되어
선비는 옛날 걸고
나는 오늘 걸고
사인암
보는 앞에서
바둑 한 판 두고 싶다.
    -ilman

단양군에서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위하여 구름다리를 놓고 조명등을 설치하였더니 밤의 사인암은 미륵불로 보이고 그 옆에는 동자승이 지팡이를 집고 서 있는 모습이어서 밤에도 이곳을 찾는명승지가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