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Galaxy Note 9’ 구입 이야기
오늘은 마지막 날인 12월 31로, 내일이면 나는 83세의 고령자(高齡者)로 2019년 1월 1일 신정(新正)을 맞게 된다.
기해년(己亥年) 1월 1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기해년(己亥年)은 간지(干支)로 음력설인 2019년 2월 5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상에서는 태양력(太陽曆)을 사용하지만 절기(節氣)로는 태음력(太陰曆)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생일도 양력(陽曆)으로 지내거나 음력(陰曆)으로 챙기는 사람 두 가지로 나누듯이, 설도 신정(新正)과 구정(舊正)을 쇠는 사람으로 나뉘어 오다가 설이 민속명절(民俗名節)로 연휴(連休)가 길어지고 신정은 1일 공휴일이 되자 구정(舊正)이 설로 정착된 것이다.
그러나 신년 하례식(賀禮式)이나 시무식(始務式) 등 법적으로는 신정이 주(主)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세모(歲暮)라는 말이 원래는 음력으로 쓰이는 말일 터인데 그렇다면 한 달도 더 남은 설을 두고 12월 끝 무렵을 세모(歲暮)라고 하는 게 맞는지 헷갈린다.
어떻든 나이 들어 세모(歲暮)를 맞고 보니 뒤돌아보는 감회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죽을 나이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그냥보내기가 아쉽고, 새해에는 어떤 병마(病魔)가 신체 어디서 또 나타날까 두려워진다.
금년에는 예전에 비하여 나의 문학작품 활동이 아주 빈약하였다.
섬(島)에 관한 책을 출간한다고 일 년 내내 섬 여행을 벼르다가 풍랑(風浪)과 날씨에 몰리기도 했지만, 무릎으로 하는 정형외과 의사의 협박 때문에 망설이다 보니 다녀온 섬이 장봉도(長峯島), 백령도(白翎島), 대청도(大靑島), 덕적도(德積島), 굴업도(堀業島) 다섯 섬이 고작이었고, 따라서 여행작가라 자칭하는 내 기행문 작품도 등단(登壇) 후 최저로 기록되는 해가 되고 말아 1년에 90여 편이 이상이나 수필을 창작하던 시절이 신기하고 그립기만 하다.
금년에 내가 깨닫게 된 것이 늙는다는 것도 병(病)이리라는 것이다. 늙음은 병중에도 중병(重病)이요 그 중에서도 모든 것에 관심을 잃고 귀찮아하는 병은 늙다리에게는 한결같은 고질병(痼疾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을 치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쇼핑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한 한 해가 금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쇼핑 이야기가 시정잡배들의 물건 자랑으로 치부될까 걱정이 되어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쓴다.
한 달 전인가 고장 난 Sony 캠코더를 수리하려고 용산(龍山)에 갔다가 완전한 수리를 못 받고 돌아오는 길에 성능이 더 고급인 중고 캠코더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용산 중고 핸드폰 가게를 기웃거리다가 중고 Galaxy Note 9를 만나게 되었다.
작년에 상혼(商魂)에 속아 ‘Galaxy Note 8’이 출시되기 한 달 전인 줄 모르고 산 ‘Galaxy Note 5’를 쓰면서 ‘Galaxy Note 11’이나 나오면 내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휴대폰을 제일 먼저 달려가서 사리라고 분을 삼키며 벼르던 나였다.
그런데 80대 나이를 몇 년 살다보니 무심히 길을 가다가 내 걸음걸이가 자촘걸음이 되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도 놀라 종종 바로 잡아 걷는 늙다리가 되었다. 언덕길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힘들면 나도 늙었구나 하는 힌틴이 절로 났다. 작년과 다르게 침대에 누워 자다가 숨쉬기가 답답해서 심호흡을 하는 버릇도 생겼다.
그래서 '더 늙고 병 들기 전에 가고 싶은 곳에 서둘러 가고, 사고 싶은 물건을 돈 아끼지 말고 사서 즐기자.' 생각하던 중이라서 Galaxy Note 9를 거금을 주고 선뜻 구입해 가지고, 장난감을 품에 품고 집을 향하는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 집에 돌아와서 온밤을 꼬빡 뜬 눈으로 지샐 때 나는 젊은 시절처럼 나이를 잊고 행복하였다.
중고 Galaxy Note 9 중에 시장에서 팔고 있는 것은 박스를 뜯지 않은(?) 그대로의 것이었다. 혹시 도둑물건이 아닌가 했더니 요즈음 휴대폰은 원격조정으로 분실자가 분실한 카메라의 정보나 성능을 아주 못 쓰게 만들 수 있어서 장물(贓物)은 있을 수 없다는 상인의 말에 안심하기도 했다. 궁금한 그 출처 중에는 서글픈 전 주인의 사연도 있었다.
휴대폰을 월부로 샀지만 급전(急錢)을 구할 길이 없는 젊은이가 박스 체 팔고 월부는 자기가 다달이 낸다는 것이다. 내가 사려고 본 신형 휴대폰들은 케이스를 뜯지 않은 것처럼 멀쩡한 신품들로 시중 가격이 120만원이 넘는데 4~50만원이나 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으로 나는 현금 박치기로 ‘Galaxy Note 9’을 78만원에 살 수 있었다. 요즈음 휴대폰 카메라의 기능은 렌즈 교환식인 웬만한 수백만원대의 DLS Camera보다 성능이 앞선다. 똑딱이 카메라가 그래서 없어진 것 같다.
‘Galaxy Note 9’도 그랬다. 노트 펜에다가 카메라 셔터 기능을 더하여 원격 촬영을 할 수 있게 하였고, 부속품 충전기는 고속충전기로 바뀌어 충전 시간을 1/2로 단축시켰고, 그보다 더 편리한 것이 'AI 비스비 기능'이다. 궁금한 것은 무엇이나 물어보면 어여쁜 여인이 알려주는 기능이다.
나는 앞으로는 캠코더보다 Galaxy Note 9 로 동화상을 대신하고 싶어서 동화상에 필요한 간편 휴대용 최신형 고급 핸드폰 삼발이도 구입하였다.
고가의 휴대폰은 분실하지 말고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최상이라서 메고 다니는 간편 가방을 사서 그 속에 핸프폰, 지갑, 새로 구한 접이식 휴대폰 자판기, 이어폰 등을 줄로 메놓고 다니면서 금년에 못다한 새해의 섬 여행을 꿈꾸는 행복한 늙다리로 새해를 맞는다.
늙다리가 고급 명품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명품(名品)이란 말은 사치품(奢侈品)이라는 말 대신에 쓰이고 있다. 그래 그런가. 명품(名品)은 명품(名品) 값을 한다는 말까지 있다.
내가 쓰던 소중하게 여기고 쓰던 물품은 내가 죽으면 거의 대부분 종량제로 버리거나, 불태워질 것이지만, 고가를 주고 산 명품(名品)은 유산(遺産)과 같아 손때 묻은 어버이의 유물(遺物)로 자식에게 선택되어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유물을 남기고 가고 싶다는 것이 늙다리의 과욕일까? 과욕이 아니라면 새해에도 명품 가게라도 기웃거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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