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자산어보(玆山魚譜)"와 "표해시말(漂海始末)"

ilman 2017. 11. 6. 12:02

"자산어보(玆山魚譜)"와 "표해시말(漂海始末)" 

금년 가을 다도해 해상공원(多島海 海上公園)을 보러  가거도(可居島)를 거쳐서 홍도(紅島)에 갔더니, 태풍 탈림'(Tarim)이 온다 하여 자칫하다가는 속절없이 외딴섬 홍도에 묶이게 되는 것이 두려워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한 홍도 해상 유람을 마치는 대로 흑산도(黑山島)에 왔다.  흑산도에서도 목포로 떠나는 배가  당분간 오늘 밖에 없다 하여 부랴부랴 서둘러 관광버스를 타고 섬 일주가 끝나는 대로 목포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흑산도 관광코스로는 크게 3 가지가 있는데 버스로 육로관광, 유람선으로 섬 일주, 택시로 일주하는 것이다.

내가 탄 관광안내원은 버스기사가 겸하고 있었는데 실없는 객담만  늘어놓는다. 흑산도 아가씨 노래탑과 유배문화 공원(流配文化 公園)이 유명하여 들리고 싶었는데 정약전(丁若銓)과 최익현(崔益鉉)의 기념비가 있는 유배마을을 멈추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여행을 망치고 말았다. 
차를 잘못 탄 것이다. 그래도 모럼처럼 찾아온 흑산도를 그냥 가기  아쉬워 배시간에 맞추어 자산문화관(玆山文化館)에 둘러 전시된 사진 재료를 카메라에 담고 거기서 귀중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구입하였다. 그 책을 서재에 곱게 모셔 두게 된 것이 허망한 홍도와 흑산도 섬 여행에서 위로가 되는 보람이었다.

  저자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은 주지하는 대로 다산 정약용(丁若鏞)의 둘째 형으로. 진주 목사 정재원(鄭載遠)과 해남 윤씨(尹氏, 공재 윤두서의 손녀)인 어머니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나서 증광시(增廣試) 문과에 합격하여 병조좌랑(兵曹佐郞)을 지낸 분이다. 윤두서(尹斗緖)는 내가 좋아 암송하는 다음 시조 작가이기도 하다.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다 흙이라 하는 거야

두어라 알 이 있을지니 흙인 듯이 있거라.

                                      -윤두서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 선생은 동생 다산 정약용(丁若鏞)과 함께 서학(西學)이 과학적이고 민주적 학문이라고  생각하고 이벽(李檗 ), 이승훈(李承薰)과 천주 선교에 힘쓰다가  잡혀 아우 다산 정약용과 손암 정약전은 강진(康津)과 흑산도(黑山島)로 각각 유배되어 59세를 일기로 15년 귀양살이 끝에 적소에서 1816년에 병졸(病卒)한 분이다. 

생존 시에는 흑산도 사촌(沙村)에 '사천서원(沙村書院) 복성재를 지어 놓고  학동(學童)을 가르쳤고,  특히 이 고장 선비인 장덕순(張德順)의 도움을 받아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저술하여 허준의 동일보감 같이 '고수산 문헌(古水産文獻)' 중에서는 가장 귀한 저서를 남긴 분이다.

자산어보(玆山魚譜)라 할 때 '자산(玆山)'은 그의 호가 아니라 흑산도(黑山島)를 말하는 것이다.

그 자산어보(玆山魚譜) '머리말'에 이런 말이 있다.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다.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 있어서 '흑산(黑山)'이란 이름이 무서웠다. 집안사람들도 흑산(黑山)을 자산(玆山)으로 쓰고 있었다. '玆(자)'의 뜻이 검을 '자(玆)' 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마을에 장덕순(張德順)이란 믿음직한 사람을 만나 물고기의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후세인들에게 이 책은 이용(利用), 이치(理致)를 따지는 집안에 있어서는 말할 나위 없이 물음에 답하는 자료가 되리라.

 

 자산어보(玆山魚譜)는 우리나라 어류를  1. 비늘 있는 어류(70종), 2. 비늘 없는 어류(42종,)  3. 조개류(69종), 4. 잡류(46종)로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흑산도 근해의 물고기 227종을 채집하여 그 명칭, 형태, 분포 상황을 기록하여 엮은 자산어보는 일종의 어류 백과사전(魚類百科辭典)으로 당시에는 미개척분야였던 어족연구서다. 시대에 앞서 이렇게 과학적 방법으로 분류하고 설명하였다는 것은 누구도 이룰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이었다. 내가 구입한 자산어보(玆山魚譜)는 신안군에서 출간한 것으로 원본인 한문을 번역하고 수산업에 권위자가 해설하고 그릇된 점을 수정 보완하여 어류 사진까지 곁들인 1kg이나 되는 귀한 책이었다. 
ㅍ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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