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도루묵 이야기

ilman 2017. 7. 30. 15:14

도루묵

 옛날 11월쯤이었던 것 같다. 답십리시장에 갔다가 주막에 들렀더니 도루묵을 구워 먹는 사람이 있었다.

하도 맛있게 먹길래 먹어 봤더니 비늘이 없는 생선이라서인가 비린내도 없고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고소하고 담백한 것이 일품이다.
다른 생선과 다른 도루묵의 매력은 무엇보다 둥글고 연홍색 나는 알이 약간은 딱딱하며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알 맛이 일품이다.
그때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나도 도루묵 애호가가 되었다. 

  일인들도 좋아는 생선이어서 일본에 수출하는 바람에 한동안 나 같은 서민의 차지까지 오지 않더니 이제는 전어(錢魚)와 함께 가을 제철의 고급 생선이 되어 우리 아파트 장터에서도 10마리에 1만 원에 팔리고 있다.  도루묵은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생선이다. 도루묵에는 음식물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다는 EPADHA가 함유 되어 있어 콜레스테롤 저하, 뇌기능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한다. 그래서 어린이 성장기의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식품인 모양이다.

 

 도루묵은 평상시에는 100~400m 내외의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지만 11월 전후인 산란기에는 1m 내외의 물이 얕고 해조류가 많은 곳으로 모여든다.

  도루묵의 방언으로는 '도로묵', '도루무기', '돌목어'라고 하며 한자로는 '목어(木魚)', '은어(銀魚)', '도로목어(道路木魚)', 환목어(還木魚), 환맥어(還麥魚)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국어사전에는 "목어(木魚)= 도로묵"이라 나온다.

도루묵에는 목어(木魚)와 은어(銀魚)에 얽힌 '은환위목(銀還爲木)'이란 고사성어에 얽힌 전설이 있어 도루묵을 재미로도 기억하게도 한다. 

 
피난 시절 왕이 처음 목어(木魚)를 먹고 그 맛이 별미라서 은어(銀魚)라 했다가, 궁중에 돌아온 왕이 그 목어(木魚)를 맛보고 그때 그 맛이 아니라 하여  다시 목어(木魚)로 부르게 하였다는 전설이다. 우리는 그때 그 왕을 조선조 임진왜란 때 선조로 알고 있지만 문헌마다 다르다. 은어를 좋아하던 고려왕으로,
이괄(李适)의 난으로 공주에 피신하였던 인조 때의 일이라고도 문헌에 기록되어 전하니 말이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은 그래서 생겨난 속담 같다. '도로목'이 '도루묵'으로 변한 것은 국어학적으로 말하면 음운회피 현상이다. 동일음의 반복을 회피하려고 양성모음인 'ㅗ'의 반복을 피하기 위한 음성모음 'ㅜ'로 변한' 이화작용(異化作用)' 현상 같다. 

도루묵'을 '은어(銀魚)'라고 하는 것은 "배가 희게 빛나 운모가루를 붙여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함경도 본토박이들이 은어(銀魚)라 불렀다. 운모(雲母)란 돌비눌을 말하는 것이다. 

어디서 도루묵을 팔고 있을까 오늘 점심은 도루묵이 구이에 막걸리 한 잔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