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 대게, 과메기,홍탁, 갈치/음식 따라 어원 따라음식 따라 어원 따라/송어, 대게, 과메기,홍탁, 갈치
* 송어(松魚)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송어(松魚)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송어는 성(性)이 평(平)이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맛이 대단히 좋고 살이 많으며 붉은 색이 뚜렷이 드러난다. 소나무 마디의 색과 비슷한 까닭에 송어(松魚)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연어와 같이 회귀성이 있어서 부화되면 암놈은 바다로 나갔다가 2~3년 후면 성어가 되어 태어난 계류에 돌아와서 멋진새깔로 맞는 수놈을 만나 소나무 뿌리에 근처 자갈에 몸을 비비어 알을 낳고 죽는다. 이때 바다에 가지 않고 남아있던 송어를 산천어(山川魚)라고 보통 부른다.
*대게 대게라는 이름은 큰 게라 해서 생긴 말이 아니라 몸통에 달린 8개의 긴 다리가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다 하여 생긴 말이다. 그래서 한자어로 죽해(竹蟹)라 한다. 영덕대게가 그중 유명한데 그 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 하여 '박달게'라고도 불린다. 주로 바다 밑으로 내려오는 죽은 생선 등을 먹고 사는데 동족을 잡아먹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기 다리까지 잘라 먹는 우직한 놈이기도 하다. 통발에 게가 좋아하는 먹이를 넣고 바닥에 내려놓아 들어오도록 유혹하여 잡기도 하고, 그물을 내려 뜨려 놓고 그물 타고 기어 올라오는 놈을 잡기도 하지만, 저인망을 트롤(trawl)하여 잡는 것이 보통이다. 대게를 고를 때에는 다리가 몸에 비하여 가늘고 긴 것, 그 중에도 묵직한 것이 상품이다. 게를 쪄 먹을 때에는 그냥 삶아먹는 것이 아니고 수증기로 쪄 먹는 것이어서 방앗간을 이용하기도 한다. 아파트 입구의 자동차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먹음직한 게는 대게가 아니라 껍질이 두껍고 육질이 쫄깃하지도 않은 맛과 값이 떨어지는 홍게이니 대게라 생각하지 말도록.
*과메기 포항 명물에는 향토음식 가재미물회도 있지만 과메기가 하나 더 있다. 꽁치를 통째로 새끼에 묶어 겨울바닷바람에 얼게 말린다. 자연적으로 동결(凍結) 융해(融解) 과정을 되풀이 하다보면 핵산(核酸)물질이 늘어난다고 한다. 핵산(核酸)은 세포 증식과 발육에 중요한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기물로, 노화 과정에서 체력 저하, 뼈의 약화, 뇌의 쇠퇴 피부 노화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되는 요소다. 과메기는 소주 한잔 '카-' 들이키고는 겨울 해풍에 잘 말려 익은 검붉은 과메기의 속살을 미역에다가 예쁘게 돌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살아있는 기쁨이 느껴진다. 행복 중에 먹고 싶은 음식을 대할 때 얼마나 행복하던가. 과메기란 말은 관목(貫目)에서 나온 말이다. 관목(貫目)이란 말린 건청어를 뜻하는 말이었다. 옛날에는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어 먹던 것을 청어가 귀해 지니까 꽁치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 어원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하여 온다. 과메기란 뚫을 '貫(관)', 나무 '木(목)', 고기 '魚(어)'에서 나온 말로 냉장고가 없던 시절 여러 마리의 청어의 눈을 나무로 꿰어 말린 고기란 뜻이 오늘날 과메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상하지 않게 연기를 쐬어 말렸다고도 한다.
*홍탁 목포에 가면 홍탁이란 향토음식이 있다. 삭힌 홍어회('洪')를 안주하여 막걸리 즉 탁주('濁')를 마시는 것이다. 불그스름하게 잘 삭혀진 홍어회를 겨자에 찍어 입에 넣으면 혀끝이 아릴 정도로 톡 쏘는 강한 맛이 눈물을 핑 돌게 할 정도여서 목포 부둣가에서 홍탁을 처음 먹던 그리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먹던 최상급이라는 흑산도 홍어는 지금은 우리네 같은 서민의 차지가 아닐 정도로 귀한 것이어서 가재미로 만든 홍탁을 먹고 있지만, 요즈음은 칠레산 홍어회가 흑산도 홍어맛과 가깝다고 우리의 구미를 유혹하고 있다.
*갈치 갈치는 잡자마자 죽어 버리는 밴뎅이 같이 성질이 아주 급한 고기다. 갈치를 한자로는 도어(刀魚)라 하듯이 '칼('갈')같이 생긴 고기(-'치')란 뜻이다. 갈'은 옛말로 '칼'을 뜻하는 말이다. 임진왜란 이전의 우리 말에는 칼을 '갈'로, 코를 '고'로, 팔을 '발'로 썼다. 격음 'ㅋ'을 쓰지 않고 평음'ㄱ'을 썼다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갈치를 '帶魚'(대어)라 한다. 고기가 띠('帶') 같이 생겼다 해서 이르는 말이다. 영어로는 hairtai라고 하는 것은, 꼬리가 머리카락 같이 가늘다고 그렇게 부른다. 일본에서는 갈치를 '立魚'(입어)라고 한다. 물살이 완만한 데에서는 입을 위로 하여 꼿꼿이 서 있는 갈치의 습성 가르키는 말이다. 회로 먹을 수 있는 '은갈치'는 낚시로 한 마리씩 잡는다. 그러나 그물로 잡으면 그물에 걸려 바둥대다가 은색을 잃어버리고 말아 '먹갈치'가 되고 만다. 횟감 아닌 가장 상질의 갈치는 무엇인가. 살아있는 놈을 그대로 즉석 냉동시킨 '생은갈치'가 그것이다. 먹갈치보다 더 싼 것이 있다. 장시간 냉동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입 갈치'다. 그러니까 좋은 갈치를 순서대로 늘어놓는다면, 은갈치, 생은갈치, 먹갈치, 수입갈치 순이니 갈치를 고를 때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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