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이야기
*. 언제 국수 먹게 해줄래?
국수를 먹는다는 말은 결혼 잔치에 초대 된다는 뜻인데 왜 결혼에 하필 싼 국수 타령을 하는 것일까?
한반도 지역은 쌀농사에는 적합한 기후조건이지만 밀 재배로는 부적합한 기후여서 밀 음식은 중국처럼 상용 음식화 되지 못하여 밀은 옛날에 신라 무렵에는 중국에서 수입하여다가 먹는 밀은 귀한 식재료였다.
-고려에는 밀이 귀하기 때문에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高麗圖經)이라는 기록을 보면 당시에는 상류층 사람들만이 밀가루 국수를 즐겨 먹었던 것 같다.
가난한 백성들은 제사, 잔치 등의 특별한 날이나 돼야 국수를 먹을 수가 있었다.
이렇듯 혼인 잔치에 국수를 내는 관습은 고려시대의 잔치 음식에서 비롯되다가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야 국수는 대중적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전통이 지금까지 부지불식간에 이어 내려와 결혼식을 올린다는 의미로 ‘국수 먹는다’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1900년대에는 국수틀이 개발되어 지금처럼 건조 밀국수가 보급되고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수입 밀가루가 많아지면서 오늘날처럼 밀국수요리가 일반화된 것이다.
게다가 국수의 기다란 면발이 생일에는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결혼에는 부부의 결연(結緣)이 길게 되기를 바라는 뜻의 별식으로 잔치에 쓰이게 되어 '잔치국수'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네 국수 언제 먹게 줄래?” 하는 것은 언제 결혼할거냐는 뜻이 된 것이다.
*. 국수의 유래
중국, 아랍과 이탈리아에서는 서로 자기 나라가 국수의 원조(元祖)라고 주장하다가 2005년 10월 중국 황하 강 유역의 라자 지방에서 4,0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가 나왔는데 그 부장물에서 국수의 흔적이 발견된 후 국수의 원조를 중국이라고 하게 되었다.
그때 국수는 손으로 빚었다. 볍씨는 쉽게 벗겨 져서 쌀이 되고 밥이 되지만, 밀은 돌을 가지고 일일이 갈아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 수작업에다가 기계 아닌 손가락이나 손바닥으로 길게 늘여 말아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공정으로 해서 밥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국수가 들어 온 것은 언제부터일까? 다음은 문헌상 국수에 대한 기록이다.
-10여 종종의 음식 중 국수 맛이 으뜸이다. 食味十餘品而?食爲先(식미10여품이면식위선)
< 고려도경(高麗圖經), 고려 시대 송(宋)의 사신 서긍(徐兢)>
-제례(祭禮)에는 면(麵)을 쓰고 사원(寺院)에서도 면(麵)을 만들어 판다.
< 고려사>
이상에서 보면 신라 때 들어온 국수가 고려 때에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면(麵)은 상거래도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 국수의 종류
국수에 대한 말은 나라마다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국수라는 것은 한자로는 '면(麵)'으로 밀가루[麵麥末也]란 뜻이었다.
그 면(麵)을 일본은 '멘(麵)', 중국에서는 '맨탸오(麵條)', 영어로는 'Noodle(누들)', 이탈리아에서는 가느다란 실(String)이란 어원을 가진 'Spaghetti(스파게티)'로 불린다.
국어사전에는 국수의 한자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한한사전(漢韓辭典)'에는 '?水(국수)'란 말이 나온다. 그 뜻이 ‘손으로 움켜 뜬 물’이니 국물[-水] 속에서 면발을 움켜[?]낸다는 뜻으로 ?水(국수)는 면을 바로 뽑아내어 물에 담갔다가 손으로 건져서 국물에 담궈서 먹는다고 생각하면 '?水(국수)'라고 한자어로 쓸 수 있겠다는 어느 학자의 설에 나도 공감한다.
이 면(麵)이라는 밀가루는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하여 동쪽으로 중국ㆍ한국ㆍ일본으로 전파 되어 국수로, 서쪽 유럽에서는 빵으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국수는 본디 밀가루로 만드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만든다. <고사십이집(攷事十2集)>
이로 보아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보다는 메밀가루를 국수의 재료로 주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그 메밀은 반도 북쪽 지방에서 많이 재배 되므로, 우리나라 북쪽 지방에서는 밀을 이용한 국수나 냉면이 발달하였고, 남쪽에서는 주로 밀가루를 이용한 칼국수가 발달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수의 종류를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가락국수: 발을 길게 뽑은 국수의 한 가지. 또는 그것을 삶아서 맑은 장국으로 요리한 음식
냉면: 냉국이나 무김치 국물 같은 것에 말아서 먹는 국수, 제육, 편육, 배추김치, 무김치, 쪽 같은 것과 오이나 무의 생채 따위를 얹고 잣, 고춧가루를 뿌리고 겨자의 초를 쳐 먹는 국수
막국수: 껍질만 벗겨낸 거친 메밀가루로 굵게 만든 좀 거무스름하고 맛이 구수한 국수
비빔국수 : 국물 없이 고기나 나물 같은 것을 넣고 양념하여 비빈 국수
잔치국수: 잔치국수는 밀가루나 멸치나 쇠고기, 다시마로 국물을 내어 만들어 주로 잔치 때 먹는 국수
쫄면: 밀가루와 감자녹말을 섞어서 만든 쫄깃한 국수
칼국수: 밀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방망이로 얇게 밀어 칼로 가늘데 썬 국수
국슈에 대한 속담도 몇 보인다.
국수 먹은 배 먹은; 음식이 쉬 꺼지는 것을 이르는 말,
국수 잘하는 솜씨가 수제비 못하랴: 어려운 일을 능히 잘하는 사람이 쉬운 일을 못할 리가 없다는 뜻
*,선주후면(先酒後麵)
일산(一山) 우리 동내에 국수집이 있는데 ‘先酒後麵’(선주후면)이란 쪽지가 있어 유심히 보았더니 이는 북한의 평양 등 관서지방의 고유의 속담을 한역(漢譯)한 것이다.
- 옛날 평양사람들은 귀한 손님을 맞거나 경사가 나든가 하면 도수가 높은 감홍로(甘紅露)를 마시면서 즐겼으며 술을 마신 다음에는 소고기 또는 닭고기 등을 올려 놓은 메밀국수를 대접하였다.
남도 사람들이 도수(度數)가 낮은 술과 떡으로 대접하던 것과 대조된다.
평양 주변의 농촌들에서는 가을에 거두어들인 햅쌀로는 독한 술을 담그고, 햇 메밀로는 국수를 눌러 귀한 손님을 청해다가 술과 국수를 먹는 ‘선주후면(先酒後麵)’으로 온갖 시름을 풀었다”는 것이다.
나 같은 술꾼이 보면 귀가 번쩍 뜨일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