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의왕시(義王市)

ilman 2017. 10. 7. 06:25

 

의왕시(義王市)
*. 병문안 가는 길
  의왕시를 가고 있다. 때 늦은 병문안을 위해서다.
작년 '한국수 필작가회' 모임을 마치고 우리들은 명동에서 밤늦도록 술을 함께 하고 귀가하던 길에 술이 약한
우리 작가회 임 전회장이 의왕 전철역 계단에서 굴러서 입원하여 대수술을 받아 이제 회복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작가회 홈페이지에서다.

  -지난 3월 우리 수필모임에 다녀오다가 한쪽 다리가 부실한 관계로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져 오른쪽 대퇴부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다리도 부실하고 몸도 좋지 않은데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권유를 받아 드렸더라도 그런 낭패를 겪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내가 함께 시작한 모임이요. 감사 이사를 거쳐 부회장, 회장까지 지낸 사람이 몸이 부실하다는 핑계로 불참할 수가 없었다. 왜냐 하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다리 대퇴부 대수술을 했는데도 아픈 곳은 무릎이었다. 밤새 진통제로 참아내야 하는 그 아픔! 견딜 수 없는 통증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무릎도 검사하자고 하여, MRI검사 결과 무릎연골이 파괴되어 수술을 또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수술을 한 번 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웠는데 또 수술이라니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수술실을 들어가는 것은 소가 도살장에 가는 것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대수술 열흘 후에 나는 또다시 무릎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임재문의 '욥의 아내'에서

 그 후 항상 지고 지내던 미안함을 풀어주기 위한 그 자리를 윤행원 작가가 주선하여 부르고 있으니 이 얼마나 황공하고 고마운 일인가.
의왕역에 좀 일찍 도착하였더니 임재문 전 회장님이 약속 시간 30분 전인데도 마중 나와 있었다. 
  나는 의왕시를 두 번째 왔다. 첫 번째는 10여 년 전 의왕에 사는 친구의 집들이를 끝내고 백암호 호수 가를 거닐던 것이 전부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의왕시로는 지하철 1호선에 의왕역, 4호선에 인덕원역이 있다는 데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였다. '인덕원(仁德院)은 노인이나 장애자의 복지시설인 것 같은데, '의왕(義王)'은 어느 왕의 이름일까?

*. 의왕시(義王市) 이야기 
  여행기를 쓰며 살다 보니 내 집에는 그동안 모은 적지 않은 여행 자료와 서적이 있다.
다음은 의왕시를 찾아가기 위해서 이들을 통하여 찾아본 문헌을 통해 본 나의 의왕시 이야기다. 

  -의왕(義王)' 이란 인명이 아니라 두 면(面)의 이름의 두음(頭音) 자 하나씩을 딴 것이다.
의왕시가 되기 전 의왕시는 광주군, 수원군, 화성군, 시흥군 등에 속하던 곳으로, 광주군에 속하였을 때 '의곡면'과 '왕륜면'을 하나로 통합하여 '의왕면(義王面)'이라 할 때 생긴 이름이다.
그때는 한자로 '의왕(儀旺)'이라 썼는데 이를 '의왕(義王)'이란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의왕시는 한 반도와 같이 동서가 협소하고 동고서저(東高西低)로 남북이 긴 지형이다.
의왕시는 동으로 성남시(城南市), 서쪽으로 안양(安陽), 군포시(軍浦市), 남쪽으로 수원(水原)과 화성시(華城市), 북으로 과천시(果川市)로 둘러 싸여 있는 도시로 경부철도와 고속도로 등이 의왕시를 관통하고 있는 교통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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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 속에 의왕시의 산들                                                                 
  의왕시에는 크고 작은 산이 많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산이 북쪽의 청계산(淸溪山, 618m)이다.
청계산은 관악산과 함께 서울을 지키는 좌청룡,우백호'(左靑龍右白虎)'에서 푸른 용이 승천한 곳이라 하여 옛날에는 청룡산(淸龍山)이라 불렀는데, 그 수려한 계곡이 2km로 항상 물이 넘친다 하여 오늘의 청계산(淸溪山)이라 부르는 산이다.
그 정상은 망경대(望京臺)로 고려말 충신 조윤이 송악(開城)을 바라보며 슬퍼하였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산이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백운산(白雲山, 567m)은 산봉우리가 항상 구름에 싸여 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이 산은 뒤주 속에서 변사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思悼世子)를 그리워 하는 정조 대왕이 수원의 화성릉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늘 친림하였다는 곳으로 산기슭에 이 고장 명문가인 청풍 김씨 문중의 사당이 있다.
그 청풍 김씨와 관계있는 전설이 오봉산(五鳳山, 205m)에 전하여 온다. 

  옛날 중국에 유명한 지관(地官)이 있었다. 자기 나라에서 큰 죄를 짓고 조선 땅 이 고장에 와서 청풍 김씨에게 큰 은혜를 입고 살았다.
청풍 김씨네 노부인이 죽자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 묏자리를 잡아 주며 이렇게 말하고는 귀국하였다.
"장례식 날 시체를 묻는 무덤의 구덩(壙中)에 돌아 나올 것이니 절대로 그 바위를 들어내지 마세요,"
 고국에 돌아간 지관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큰 꾸지람을 들었다.
그 바위 아래에 다섯 옥동자 앞에 서 있는 또 한 명의 옥동자가 다섯 옥동자를 부추겨 역적모의를 하려는 중이어서 그 바위 위에 하관(下棺)하여 묘를 쓰면 역적으로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면치 못하니 은혜를 원수로 갚아서야 되겠냐는 것이었다.
 그 말에 지관은 부랴부랴 조선으로 돌아와서 산소를 이장하고자 하였더니 막내 상제가 말하는 것이었다.
"하관을 위해서 땅을 파고 있는데 바위가 나왔어요. 그 바위가 하관하기에는 너무 얕은 곳이어서 바위를 들어내고 더 파느냐 마느냐 할 때 제가 광중(壙中) 바위 위에 올라서니까요, 바위가 기우뚱거려요. 그래서 그 바위 한 끝을 살짝 들어보았더니, 옥동자 다섯을 두고 한 옥동자가 그 앞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놀라서 바위를 도로 내려놓는 순간 무엇인가 딱하며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위도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더군요. 이를 비밀로 하고 바위 위에 그냥 하관하고 묘를 썼지요."
그 말을 듣고 지관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지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 부러지는 듯하다는 소리는 역적모의를 하던 옥동자의 머리가 부서지는 소리였으니 천우신조입니다.
후에 청풍김씨 가문에는 조상의 음덕으로 다섯 정승이 나올 것입니다."

 
  이 예언이 맞아 청풍 김씨 가문에는 다섯 정승이 나왔다.
그 정승 중에 한 분이 숙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이조 참판을 거쳐서 대제학에 오른 김유(金庾)이다.
그 김유 선생 사당이 백운산 가는 길 다리 넘어 우측에 있다. 
  백운호수 근처에 모락산(386m, 慕洛山)이 있다. 그 기슭에 이 산의 이름과 관계있는 임영대군 사당과 그 묘역이 있다.
임영대군은 시(詩), 서(書), 병서(兵書) 등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나 세종의 총애를 받던 세종대왕의 넷째 왕자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계유정란을 일으킨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사사하고 왕위에 오르자 양영대군은 이에 크게 실망하고 낙향하여 산에 올라 옛 중국의 수도인 낙양(洛陽)을 사모하며 소일했다 해서 사모할 慕(모), 낙양 洛(락) '慕洛山'(모락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산이다.

*. 호수(湖水)의 도시 의왕시
  의왕시는 춘천과 같이 호수 도시로도 유명하다. '왕송호수'와 '백운호수'가 그것이다.
가장 큰 왕송호수는 640m의 제방 길을 거니는 것도 운치 있지만 수도권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한 29만 평의 왕송호수(旺松湖水)가 그 운치를 더한다. 
청둥오리, 원앙, 딱따구리, 박새 같은 겨울 철새는 물론 여름철새로는 해오라기, 뻐꾸기, 두견이, 꾀꼬리 등 130여 종의 새들이 왕정호수를 찾는다.
물론 새들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가 많기 때문이다. 
왕송호수는 수원군 '일왕면'(현 의왕시)의 '왕(旺)'과 '매송면'의 '송(松)' 자를 따서 '왕송호수(旺松湖水)'라 한 것이다. 
  11만 평의 백운호수(白雲湖水)는 원래는 안양과 평촌 지역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였으나 지금은 의왕시가 자랑하는 시민 휴식의 아름다운 호수가 되었다.

 
 

 

 

 

 

 

 

 

 

 

 

 

 

 

 


  전설(傳說)이란 그 고장에 오래전부터 전하여 오는 이야기다.
전설이 있다는 것은 그 고장이 그만큼 오랜 역사적인 고장임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유서 깊은 산과 호수의 고장에 와서 아름다운 자연은 제쳐두고 윤행원 작가가 준비하여 온 양주에, 의왕 음식에 취해서, 그 왕송호수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옛골 음식점'에 모여 정과 술과 맛에 취하여 떠들다 돌아왔다. 
  다시 한번 의왕에 가고 싶다. 가서 백운산도 올라보고 백운 호숫가를 거닐고 싶다.
그리고 병풍바위라는 오봉산의 암벽 등산은 못할지라도 그 다섯 봉우리와 의왕시청 앞 경수산업도로 건너편에 있다는 그 역적모의하던 전설 속의 또 다른 봉 하나를 확인하러 가봐야겠다.
가서 이 글에 지워져 버린 나의 사진을 되찾아 완성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