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시장에 가면 꼭 순댓국집 뚱뚱이 아줌마를 찾곤 했다.
너무 가난해서 둘째 아들을 자기보다 잘 사는 집 양자(養子)로 주고 싶다던 50대 초반 아줌마다. 그 아줌마에게 시 한 수를 건네준 일이 있다.
어렸을 적처럼
바다가 먹고 싶어
영등포시장에 게장 사러 갔다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세밑 인파를 뚫고
밝은 웃음 보려고
젊은 가난을 보려고
영등포시장 꼭 닮은, 뚱뚱이 단골 아줌마를 찾아갔다가,
세상살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가
묵은해에 막걸리 한 잔 대접하고 싶다는 고운 말에
게장을 들고 올 힘을 잃고 그 바다를 놓고 왔다.
‘떡볶이 드세요. 순대 드세요. 소주 반 병도 팔아요.
홍합은 그냥 드려요.‘
건강한 생활의 소리를 뒤로 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영등포 재래시장에 게장 사러 갔다가.
-영등포 시장에 게장 사러 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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