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詩) ** ☎

건망증(健忘症)

ilman 2017. 6. 30. 00:05
젊어서도 물건을 잃고 항상 찾는 일이 일과였다.
찾다 찾다 보면 ' 지금 내가 지금 무엇을 찾고 있는 거지?' 할 때가 퇴근 시간인 적도 많았다.
그래서 휴대하는 물건들을 옷에 붙들어 매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갑, 핸드폰은 물론 안경 등 줄로 매어달 수 있는 모든 것을 옷에 고정시키곤 했다.
그런데 고희(古稀)를 넘기고 보니 그 건망증 지수가 더욱 높아져서 젊은 시절보다 하루의 몇 분의 1을 더 찾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서재에서 물건을 가지러 거실로 나갔다가도 찾는 물건이 생각이 안 나서 다시 서재로 들어 오는 경우도 하다해 졌다.
 
안경이 눈이 되어 버린 어느 날.
눈을 잃고
근자지소행(近者之所行) 으로
침대에게 죄를 물어
칠흑처럼 어두운 침대 밑을 더둠어
술래처럼 꼭꼭 숨어서 저를 찾는 소리를 즐기던
그 눈을 찾기 전
건망증에 고마운 파란 돈도 낚았다.
어느 누가 보고 있었다면 얼마나 재미있어 하랴.
나의 초라한 이 행복을
                                                                -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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