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백도(白島) 기행

ilman 2013. 7. 14. 13:42

 

바위들의 나라 백도(白島) 기행
   2003-11-14
   
바다에서 솟았는가
파도에 떠있는가
수석(壽石) 같은
섬 섬 섬….
새들의 천국
고기들의 고향
낭만에의 향수

거문도에
벡도에
취한 나그네
끄덕이며 끄덕이며
카메라의 눈을 열었네.

세상에는 섬 같지 않은 섬도 많다. 뭍과 연육교(連陸橋)로 연결되어 있어 버스로 오가는 섬을, 우리가 꿈꾸던 섬이라 할 수 있을까? 다리만 건너면 해안선을 잃고 마는 거대한 섬을-.
강화도가 그렇고 거제도, 완도, 진도, 돌산 거제도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거문도는 섬 어디를 가도 바다가 있다.
그 바다를 향하여 하얀 등대가 있고, 등대 닮은 하얀 갈매기가 날며, 어디서나 움직이는 섬 배를 볼 수 있다.
여수에서 거문도까지는 300리 길이고, 거문도 동쪽으로 70리 밖에 39개 섬이 무리 져 있는 곳이 백도(白島)다.  현주소는 여수시 거문면 백도 산 30-65번지이지만 무인도다.
백도는 거문도와 함께 삼치, 갈치, 고등어, 방어 등으로 유명한 우리 나라 남해의 황금어장이기도 하다. 갯바위 낚시의 천국도 바로 여기가 아니던가.


*.왜 백도(白島)라 하지?
새벽부터 서둘러 우리는 거문도의 자랑이며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백도(白島)를 향하고 있다. 가는 길에 바다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금년 봄  '붉은 바위섬이라 하는 홍도(紅島)에 다녀오다 본 흑산도는 섬 전체가 검푸른 나무라 해서 흑산도(黑山島)라 하더니, 바위들이 하얗다 해서 백도(白島)라 하는 곳을 우리는 가고 있다.

 그보다 더 재미있게 백도(白島)의 어원을 풀이하기도 한다.
간조 때 섬의 봉우리를 세어 보니 99개나 되더란다. 그래서 백(百)에서 하나가 부족하다 해서 백(百)의 한자(漢字)에서 위의 일(一)을 빼서 백(白), 백도(白島)라 한다는 것이다. 99세를 백수(白壽)라 하는 이치다.

*.선상에서의 해맞이
  어제 새벽에 비가 와서 그런가 파도가 일고 있었다.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배의 이물에 앉아 카메라와 캠코더를 저 멀리 동쪽 하늘 수평선에 맞추고 있다. 얼마나 벼르며 기다려 왔던 섬이던가. 어둠이 가시지 않아서인지 바다는 검푸르다.

 삼부도를 지나 전속력으로 배가 달리고 있다.
삼부도에는 멋진 바위 쌍굴이 있어 투석처럼 펑 뚫린 것이 우리를 황홀하게 하련만 밝아오는 일출을 보러 늦을새라 달려 가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들리려나 보다.

 저 멀리 수평선에 희미하게 보이는 섬들이 여명으로 불그스레하던 것이 점점 가까이 분명해지면서 하늘은 더욱 붉어 지더니 해가 뜨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사진을 찍으니 수평선이 사선이 되고, 다시 찍으면 해는 도망가버리고 수평선만 남는데, 그냥이면 해가 너무 작아서 카매라를 클로즈업하여 찍으니 흔들림은 더욱 심하여 바다만 찍게 된다.
그러는 사이 해는 수평선 조금 위 구름 사이로 수줍은 듯이 이마를 살짝 초생달 모습으로 올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반달 모양의 해가 보름달 모양으로 불끈 솟아 버린다.
비디오로 그 모습을 담아야 하고, 디지털카메라로도 찍다 보니 바쁘다는 말보다 더 바빴다.
선장실에서는 백도의 안내 설명이 시작되고 있지만 파도소리, 뱃소리, 바다소리에 아깝게도 소리는 흩어지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백도는 군도(群島)처럼 일직선상으로 흩어져 있는데 중간쯤 해서 사이가 뚝 떨어져서 상백도와 하백도를 구별해 주고 있다.
멀리서 12개쯤 되던 섬이 가까이 보니, 섬 뒤에 또 섬과 섬들이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들어낸다.
우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백도 무인등대(無人燈臺)였다. 이 등대는 해발 160m에서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체 5초 간격으로 지나는 배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다.

*.백도 전설 따라

이 섬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관광객들에 의해 이름이 지어 진 듯한데 그 이름이 재미있게도 예로부터 전해 오는 다음과 같은 옥황상제 전설과 연관되고 있는데 올 봄에 베트남에 갔을 때 하노이 하롱베이에서 듣던 전설과 비슷하다.


옥황상제 아들이 죄의 벌로 바다로 내려와서
용왕의 딸을 사랑하며 풍류 속에 살았다지.
옥황은 아들이 보고 싶어 신하 시켜 불렀데

99 명이나 보낸 신하도 돌아오지 않더라지
옥황상제 화가 나서 ''돌로 변하라' 하였데
돌이 된 그 아들 신하들이 백도 군도가 된 거래

옛날에는 상백도에 배를 대고 섬에 오르면 갈매기처럼 국토 최남단의 이 절해 고도의 환상적인 기암괴석이 신비의 녹색 바다에 떠있는 것을 섬 위에서 새처럼 내려다 보며 감상할 수 있었다 하나, 백도 일원은 명승지 제7호로 지정된 곳이라,  자연 생태계보호를 위하여 상륙을 금하였다 하니 유람선으로 섬을 일주할 수밖에-.
백도(白島)란 말 그대로 바위들의 나라요, 하얀 바위들의 세상이다. 나무가 바위 사이에 듬성 듬성 조금씩 있을 뿐이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한 바위벽이 골골이 세로로 파인 신비한 모습들이 안내인의 말대로 수중 금강산(金剛山)을 보는 듯한데, 섬과 봉우리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전설 따라 서 있다.
상백도(上白島) 가장 북쪽에 병풍을 두른 듯이 서있는 '병풍바위' 앞에 바다에서 불쑥 솟은 세 봉우리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상삼봉', '중삼봉', '하삼봉'인 ,삼선봉(三仙峰),이다.
 그 근처에서 물 개 두 마리가 헤엄치는 모이 '물개바위'다.
이 섬인가, 바위인가 하는 것은 보는 이의 시선과 위치에 따라 그 모양을 갖가지 모습으로 바꾸어 주고 있다.
이 바다가 너무 좋아 옥황상제의 명을 거스르고 오르지 않았다는 신하 중 형제가 있어 돌이 되었다는 '형제여'를 지나는데 바위 모습이 아무리 봐도 형제 같지가 않다. 그렇다, 지금이 밀물 때라 그렇구나. 썰물 때는 바닷물 위에 드러나고, 밀물 때에는 바다에 잠기는 바위를 뜻하는 말이 '여'가 아니던가.
백도에서 '여'가 붙은 곳으로는 신하들이 쓰고 내려왔다는 '탕건여(宕巾여)', 신하가 가지고 내려왔다는 '도끼여'가 더 있다.
신하들이 옥황상제와 연락했다는 '나루 섬'이 저기라는데 저기가 어딘가. 방송하는 이는 선장실에 있고 나는 뱃전에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3시 방향 12시 방향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옥황상제 아들과 그 신하들이 노닐 때 한 신하가 새를 잡으려고 하다가 그만 돌이 되었다는 '매바위'는 그 날카로운 부리가 너무 매섭게 보였다.
유람선 백도호는 상백도를 비잉 앞뒤로 돌아 하백도로 가고 있다.
백도의 절경 중에 절경이 바로 저 '서방바위'다. 백도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저 바위인 것이다. 옥황상제의 아들이 장가들어 용왕의 딸의 서방이 되었다는 게 저 바위인가 보다.

전설에 의하면 예로부터 자식을 못 낫는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소원을 빌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이 바로 저 '서방 바위'다.
저기 높이 길다랗게 기둥 같이 서 있는 것이 '남근바위' 같은데, 그래서 그런 전설이 생긴 것인가.
용왕의 딸이 바위로 변하였다는 '각시 바위'는 바위 사이에 여성처럼 작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고 예쁜 모습으로 바다 가운데 서 있다. 이들이 살았다는 바위가 저 산
봉우리로 동화 속에 나오는 대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궁전 바위'였다. 
적지 않은 곳을 국내는 물론 해외를 누비며 다녔지만 동화 속에나  나오던 산꼭대기에의 저런 바위의 모습은 처음이다.
바위들은 수직의 기기묘묘한 절벽을 이루어 선경 같이 우리들의 접근을 금하고 있다.
우리가 탄 배는 큰배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상백도와 하백도를 돌고 있는데, 바위 가까이서 작은 낚시 배를 띄우고 고기를 낚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더하여 준다.
고기 잡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리 좋은데, 팔뚝만한 고기를 잡는 낚시꾼은 얼마나 행복할까. 고기 잡는 꿈만 꾸어도 우리는 행운의 복권을 사러 가지 않았던가.
어제 긴 바다낚시 가방을 지고 가는 젊은이에게 물으니 갯바위 낚시터까지 실어다 주는데 2∼3만원이라 하니 언제 나도 낚시가방 메고 올까보다.
백도의 수중 온도는 연평균 16,3도인데 청정해역이라서 그 맑기가 유리와 같다.
가까이 가서보면 큰붉은 산호, 꽃산호, 해면 등 170여종 해중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다. 이곳이 우리 나라 스킨스쿠버의 천국이라니, 나도 배워 그 장비를 메고 다시 올까.

이 섬에 사는 새로는 천연기념물 제215호인 흑비둘기와 휘파람새, 팔색조와 낚시의 천재라는  가마우지 등 뭍에서는 볼 수 없는 30여종의 날짐승이 있다고-.

백도는 연평균 14도의 아열대성 기후라서 풍란, 석란, 동백나무등 120여 가지가 자생하고 있는 자연의 보고이다.
옛날 일본 중국의 무역선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풍란의 그윽한 향기를 맡고 방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올 정도로 풍란은 거문도인의 자랑이다.
백도는 거문도와 함께 국토 최남단의 국립다도해 해상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2002년 10월 15~16일

'☎ 수필* (隨筆)☎' 카테고리의 다른 글

ilman 둘째 누님 가시는 날  (0) 2013.08.06
장마( long rain)  (0) 2013.07.27
한 많은 미아리 고개  (0) 2013.05.30
역동 우탁(易東 禹倬) 이야기  (0) 2013.05.22
세모(歲暮)에/ 행복했던 ilman의 2010년  (0)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