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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綠花)

ilman 2013. 1. 16. 08:43

           녹화(綠花)

 

새싹은

하나 하나 삶을 여는 꽃 중 꽃

어둠을 밟고 온 꽃보다     

더 큰 아름다움.

            새 생명(生命)은

태어날 때의 울음 닮은 색깔들.

푸른 풀

푸른 잎

하나님의 색깔로

하늘 향해 돋아나는 봄을 여는 소리들.

꽃들도

            초록(草綠)을 시샘하여 단장(丹粧) 하고 피었다                   

                                                   - ‘99년 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새벽 일찍이 등산길에 올랐다.

아내가 친구들과 봄맞이하러 충남 서산 개심사(開心寺)를 가는데, 마음을 닫고 작은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시민을 볼모 하여 벌이는 지하철 파업(地下鐵 罷業)을 피해 구파발까지 차로 바라다 주고 북한산(北漢山)을 향했던 것.

나도 춘심(春心)을 밝고 싶어서였다.

 계곡(溪谷)에 접어들자 계류(溪流) 소리가 하도 시원하고 오랜만이어서, 한참이나 봄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등산길을 버리고 계곡을 거슬러 오르다가 마주 친 곳이 원효봉과 상운사의 갈림길이었다.

새벽 같은 아침이라서인지 원효봉(元曉峰)은 나 혼자였다. 홀로 우러러 삼각산(三角山)을 감탄하다가 성벽에서 꽃길 따라 상운사(祥雲寺)에 이르니, 방금 움트는 새싹과 꽃이 절을 비잉 두른 것이 방금 구름을 딛고 선경(仙境)에 들어선 듯한데, 개들이 봄 손님을 반가이 맞는다.

 녀석들에게 줄 것이 통조림뿐이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우리는 사찰 경내에서 고기 잔치를 벌이고 말았다.

나이가 든 데다가 정년(停年)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가 예년 같지 않게 느껴지는 봄나들이는 함초롬히 시심(詩心)에 젖게 한다

 온 산에 연록색으로 움트는 새싹을 보니 새삼 이런 생각이 난다.

‘움은 꽃. 푸른 꽃이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 시들지 않는 꽃 그것이 새싹인 것이다.

열매는 푸른 잎. 하나님이 제일 좋아하는 푸른 꽃을 피우는, 꽃 중의 꽃이 이 녹화(綠花)가 아닌가?

새싹은 방금 태어난 아가 같이, 민초(民草) 같이 영원한 꽃인 것이다.‘

며칠 동안 머리 속에서 맴돌던 시심(詩心)이 퇴근길에 한강을 끼고 난지도(蘭芝島)를 지나 일산(一山)의 산과 들을 지나며 새로 피어난 연초록 세상을 보며 드디어 시(詩) 한 수를 얻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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