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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 산행기/ 경기도 광명시

ilman 2007. 2. 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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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 산행기/ 경기도 광명시
일만성철용  2003-01-03 20:24:21, 조회 : 247, 추천 : 0


  이름만으로 들어오던 낯선 도시를 찾게 될 때 언제나 우리가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나의 발길이 한 번도 닫지 않은 곳에서도 나 없이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나의 존재 이유이다.

그곳이 도시일 경우, 우리가 살아온 서울보다 작거나 큰 서울을 보게 되는 허전함도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산을 오르면 비로소 찾아간 그 고장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광명시로 다시 이사한 갑장(甲長) 친구가 있어 등산도 하고 세밑에 망년회 겸 술 한 잔 하자 함께 찾아간 곳이 그 이름도 멋진 '구름산(雲山) 산행'이 되었다.
  생각한 대로 광명시는 서울과 동일한 문화와 생활권에 속하는 작은 서울로 경기의 남서부중앙. 광주산맥의 맨 끝 부분인 구름산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였다.
옛날에 금천이라 하던 명칭을 버리고 광명시(光明市)라고 하는 것은 글자 뜻 그대로, 이곳은 야산 지대고 평야지대라 다른 곳보다 해와 달이 잘 비치는 살기 좋은 곳이라서인가. 아니면 우리 겨레가 예로부터 숭상하고 지향하여온 사상이 광명(光明)이라서인가.


이 광명시는 예로부터 하나의 군으로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니고 시흥군의 한 면으로서 성장한 시라서 유적도, 역사적 인물도 드물었다. 그래서인가, 이 고장 출신으로 이조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오리 이원익 선생의 유적이, 그분의 고향이기도 한 구름산 산기슭에 많이 남아 있다.
그가 만년에 보낸 정자 관감당이 그러하고, 그의 서원 충현서원지, 그의 묘소와 신도비와 기념관이 경기도나 향토 문화재로 남아 있다.
그분의 호를 따서 그분이 살았다는 곳의 동내 이름이 '오리동'인 것만 보아도 이 고장이 두고두고 얼마나 자랑하던 큰 인물인가를 짐작하게 하여 준다.
오리 선생은 이상적인 관리들의 표상인 청백리(淸白吏)인데다가 문장은 물론, 성품이 원만하여 관직 50년 동안 남인(南人)이면서도 정적(政敵)인 서인(西人)에게까지도 호감을 샀다는 분이시다.
백성들이 '오리정승'을 길에서 만나면 '청렴 대감!', '곧은 대감!', '우리 대감!'으로 부르며 따랐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그 오리 정승이 지었다는 시조 한 수가 다음과 같이 전한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듯, 가는 님(임금)에 대한 충정을 노래한 듯한 시조이다.


녹양(綠楊)이 천만사(千萬絲)인들 가는 춘풍 매어 두며
탐화(耽花) 벌 나비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아무리 근원(根源)이 중한들 지는 님을 어이리


 구름산 오르는 길은 뒷동산 오르는 듯이 완만하고 수월하였다. 누구나 언제나 결심하지 않고도 가족들과 함께 2~3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3.5km 거리의 야산이었다.
이 산은 등산로 초입에 서 있는 입간 판처럼 '구름산 산림욕장'이기도 하였다.

 광명시는 건강에 관심이 있고 건전한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시민을 위해서 90만평 중 20만평정도의 이 운산(雲山)을 자연공원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얼마를 가면 휴식할 의자가 있고, 거기서 더 얼마를 가 쉬어야 할 곳에 운동시설을 조성하여 놓았다.

'산림 3,000평에 45명이 연간 숨쉬는 산소를 방출한다.'고 표지가 이곳이 수림원임을 일깨워 준다.
이 수려한 산세, 울창한 숲 속에는 여섯 곳이나 되는 약수터가 있어. 하루 이용객이 4만 명이 웃도는 시민에게 사랑 받는 삼림욕장이 되었다.
작년 여름 뉴질랜드 수림원에 다녀와서 이런 글을 쓴 일이 있다.

"왜 숲이어야 하는가?
이를 분명히 알고 삼림욕을 삼림욕답게 즐기기 위하여 먼저 파이톤사이드(phytoncide)란 말부터 이해하자.

식물은 그냥 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살기 위하여서도 노력하고 있다. 자기들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으면 동물처럼 도망갈 수 없으므로, 이를 죽이기 위하여 분비하는 물질이 있다. 이것이 바로 파이톤 사이드(phytoncide)이다.

자고(自古)로 우리가 피로나 감기 등 웬만한 병이 들 때, 숲 속에 머물러 있기만 하여도 자연이 치료된다고 하였는데, '자연이'가 아니라 이 파이톤사이드(phytoncide) 때문인 것이다.
숲 속에 들어가서 느끼는 삼림의 시원한 향기가 바로 수목이 성장에 방해가 되는 미생물을 죽이려는 이 휘발성물질이라는 파이톤사이드(phytoncide)인 것이다.
파이톤사이드는 나무에 불필요한 미생물을 죽이지만, 사람 몸에는 부작용 없이 흡수되어, 병자가 가장 무서운 2차 감염을 막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이 노벨상 수상 작가인 미 세균학자 왁스만(Waksman) 교수의 이론이다.
 숲 속에 들어가면 톡 쏘는 향기도 있다. 이것은 나무를 활성화시켜 준다는 테르펜(terpene) 때문이다. 테르펜(terpene)은 유익한 곤충을 유인하거나, 무익한 곤충을 억제하고, 자기와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등의 복합적인 작용을 한다.
이 테르펜도 인체에 흡수되면, 우리의 몸을 활성화시키고 안정시켜 주며 살균 살충작용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남쪽 나라 뉴질랜드처럼 거창한 나무는 아니었으나 길을 가로막는 쭉쭉 뻗은 소나무가 하늘을 가린 사이에 약수터와 휴식 터와 아정표 등은 물론 그 거리까지 배려하여서 이 산을 처음 찾아온 나그네의 마음을 즐겁고 흐뭇하게 하고 있다.
 경사지역에다가는 둥근 계단 목으로 층계를 정성껏 만들었고, 산을 멀리 살던 사람도 누구나 오라고 곳곳에 밧줄을 묶어 놓아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있는 것 또한 그러하였다.


  구름산을 오르다보면 3개의 봉을 만나게 된다.
보이는 산봉우리를 따라 첫째 봉을 올라가면 바위 지대인 두 번 째 봉이 어서 오라 부르는 듯이 서 있고, 운동시설과 체육시설이 어울린 널찍한 안부 가리대광장에 가서 컬컬하면, 약수터가 아니면 노파가 차와 곡차를 팔고 있어 운치를 더하여 준다.
거기서 다시 산길 따라 오르면 세 번째 봉에는 망루 같은 것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산불 감시 탑'이다.
금년 겨울은 가을이 가기도 전에 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지금은 한 겨울인데 쌓인 눈 하나 없이 날씨도 봄 같았다.

  겨울산은 설화 사이 잎을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전망인데, 눈은 없지만 나뭇가지 사이 숨은 듯이 보이는 광명시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이 산을 관통하는 광명터널을 지나 제2경인고속도로를 따라 인천 쪽으로 성냥갑 같은 차가 달려가고 달려오고 있다. 등산의 매력은 정상인가? 하고 애써 올라간 산봉우리에서 더 높은 정상이 바라보일 때 게서 멈출 수 없는 오기에서 온다.

 3봉에서 산등성을 타고 10여분을 갔을까. 단청만 보아도 지은 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삼원색의 멋진 정자가 넓은 공터에 우뚝 서있다. 마음껏 쉬라고 의자가 있고, 구름산에 얽힌 유래가 안내 판에 있다.


운산정(雲山亭). 이곳 운산(雲山)은 소하동과 노온사동의 경계에 솟아 있는 높이 237m로 광명시에서 제일 높은 주산이며, 일명 '아방산'이라고도 한다. 원래 아방리에 소재한 산이라 해서 아방봉이라 불렀는데 조선 후기에 구름 속까지 산이 솟아 있다고 해서 구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산의 서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영회원'은 조선조 16대 인조대왕의 장자 소현세자의 빈 강씨의 묘소이다. 산세는 남쪽 능 고개를 지나 가학산, 서독산으로 뻗어있고 북쪽으로는 도덕산까지 이어져 있다.

 운산정(雲山亭)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시야를 가리던 나무도 사라진 탁- 트인 전망이어서 시흥시, 안양시, 관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명시는 소백산맥을 거쳐 뻗어온 남쪽의 서독산(180m)이 구름산(237m), 도덕산(183m)으로 북으로 이어지다가 안양천과 목감천의 합류지점에 있는 곳이 시흥(新興)도시로구나.
정자 난간에는 두 노인이 장기를 두고 있는데 그걸 물끄러미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사진을 찍는 내가 있다. 12월 30일 월요일 12시경이었다. 바쁨에서 물러나 늙음의 귀퉁이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옛날에 끄적이던 시 한 수가 생각나는구나.


세상이 장기판이라면, 어느 말이 내 말일까
마상(馬象)일까 사졸(士卒)일까, 장(將)은 분명 아닐 테고
제자리
지키고 있는
차포(車包) 정도나 되었으면
                                     -장기(將棋)


 나이 들어 등산을 하다보면 비감해 질 때가 있다. 언제 다시 올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금수강산의 명산에 혹하여서 사는 나그네에게 이런 야산에서 느끼는 마음은 더욱 그러하였다.
이런 마음이 군부대 철조망 따라 내려오는 길에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이름마저
그리움을 정직히 머금고도
하늘을 그리며 사는
운산(雲山)이 되었답니다
구름이
되고 싶은 이
오시듯이 가시라구요
                         -구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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