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미국 가 있으니 며늘아이는 아들딸 데리고 친정에 주로 가 있는 모양이다.
젊은 나이에 처자를 두고 외국에 가 있으니 서로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 아들한테 크리스마스에 카드가 오더니 오늘은 새해라고 안부 전화가 왔다.
갑자기 아들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인가 몇 년 전 아들이 예비 며느리를 데리고 집에 온 때 생각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양주 ‘Blue 조니워커’를 가지고-.
그때 쓴 글을 찾아 아들이 보내온 카드에 답을 하고 싶어졌다.
아들의 사랑
아들이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아들이 사랑을 찾았다는 소식으로
아들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즐겁다.
아들이 사랑 받는 모습을 바라보면 부럽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갈 때에 함께 가고 싶다.
아들이 연인(戀人)과 다투고 올 때는 우습다.
아들의 서투른 사랑을 바라볼 때는 안타깝다.
아들의 사랑 이야기를 자주 전해 주지 않는 아내가 섭하다.
똑같은 모양의 핸드폰을 목에 걸고 와
자기 연인(戀人)을 소개하며
열적은 웃음을 흘리던 다 큰 양 같은 아들이 귀엽다.
낯선 여인이 나를 아버님이라고 부를 때,
낯선 여인이 우리 마누라를 어머님이라고 부를 때.
내 옆에서 주름살로 하얗게 웃는 아내를 바라볼 때.
아내는 드라마의 시어머니가 되고
나는 드라마의 시아버지가 된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다.
그 속에서 엑스트라가 되어도 불평하지 않겠다.
사랑은 홀로 서는 것.
제 날개와 제 부리로 먹이를 찾아
천적(天敵)들로부터 자기(自己)를 시작하는 새들의 구애(求愛)와 같은 것.
사랑에도 수 없는 고개가 있고, 그 고개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비바람과 눈보라나 큰 폭풍을 꿋꿋하게 넘어야 한다는 것,
사랑할 때의 굳은 언약(言約은 운명(運命)이 되어
이별할 수도 없는 올가미가 된다는 것.
아이들이 한 번에 크지 않는 것처럼
노인(老人)은 한 번에 죽지 않고 세상을 내려가는 층계가 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으면 싶다.
아들의 건강한 사랑은
우리 집에 파아란 먼 미래(未來)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아들의 사랑/공무원 연금지에 게재
2007년 새 아침 i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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