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서유럽 여행/ 스위스(Swiss)(5)-- 사진 없어지다.

ilman 2023. 3. 15. 17:52

  '스위스' 여행/  융프라우(Jungfrau 3,571m)

  한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 제1순위는 어느 곳일까.  스위스(Swiss)다.
그 스위스에 와서 그중 가장 아름답다는 융프라우(Jungfrau)에 가려는 관광객에게 베이스 캠프에 해당하는 곳이 인터라켄(Interlaken)이다. 우리들은 빗물이 모여서 되었다는 리렌제르 호수가 보이는 레벤호텔에서 푹 자고, 옷을 두툼히 입고 새벽 어둠을 뚫고 융프라우로 가는 길이다. 어제보다 더 우리를 놀라게 할 스위스의 자연 하나하나가 어둠 속에 묻힌 시간 대에 지나치는 것이 몹시 아쉽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융프라우 가는 길 내내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유럽의 지붕이라는 스위스 알프스(Alps) 산에는 4,000m 이상 높은 산이 38개가 있다.
상상해 보시라. 호수만도 자연 호가 1,484에 인공 호만도 44개나 된다는 그 경치를-. 그 호수에 수림(樹林)이나, 눈 덮인 산이 비치고, 그 옆에 스위스 전통가옥 등이 비쳐 있을 때 그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스위스가 어려웠던 시절 일찍이 스위스의 조상들은 산뿐인 이 나라에서 먹고살기 위해서 유럽 이웃 나라 강대국에 용병(用兵)으로 갔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다.
프랑스 혁명 때 츄이로 궁전에서 루이 16세를 구하기 위해서 스위스 용병 800명이 몸을 던져 보호하려다가 죽었다.
나폴레옹의 용병으로 모스크바로 진격하지 못하고 퇴각할 때 1만 명 용병이 아사(餓死)한 슬픈 역사를 경험한 민족이다.
  그러다가 정밀 기계인 시계(時計)로 스위스의 명성을 세계에 드높였고, 시계 산업이 사양(斜陽) 길에 들어서자 그 기술로 첨단 무기 제조와 수출로서 위기를 극복한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세계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관광에 눈을 돌릴 때 불모지(不毛地) 자연을 초지(草地)로 가꾸고 거기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환상적인 관광 대국(觀光大國)을 이룩한 나라가 스위스였다.
'관광(觀光) 산업'이란 꿩 먹고 알 먹는 산업이다.
오고 가는 교통, 숙박과 음식에다가 토산물 판매까지 하니, 고용 창출과 증대는 물론 이보다 승수(乘數) 효과가 큰 산업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그것도 외화를 직접 벌어들이는 일이요, 국제적인 친선 산업이니 말이다.
그런 노력이 동서로 87리 남북으로 55리밖에 안 되는 작은 산간벽지의 나라를 국민소득 8만 3,716 달러(2019)가 넘는 유럽에서도 가장 잘 사는 나라로 만들었다.
영세중립국(永世中立國)이면서도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위해서 국민 개병제(國民皆兵制)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나는 정년 하고부터 늦깎이로 등단(登壇)하여 수필의 한 분야인 기행문의 세계를 나름대로 열어보고 싶어서, 먼 나라를 중심으로 세계 5 대주를 적지 않게 쏘다녔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토를 가진 나라가 어느 나라가인가를 줄곳 생각해 왔다.
중국의 계림이나 베트남 하노이의 하롱베이를 보고는 '계림이다, 하롱베이다' 하다가, 노르웨이 산하를 보고는 노르웨이라 하였다. 뉴질랜드를 다녀와서는 밀포드사운드라 하며 다녔다. 
지금부터 나는 그 대답을 스위스 융프라우라고 바꾸어 말하고 싶다. 융프라우는(Jungfrau) 스위스의 상징이요, 거기 가는 길만으로도 어느 곳보다 너무나 아름다왔기 때문이었다.

 

물어볼 사람 없소?
아름다운 나라 중
물 좋고, 경치 좋고, 정자 좋은 곳 어디냐고.
거기가
자연과 인공이
어울린 스위스라오.

                                         -스위스.
  우리는 멋진 모습을 볼 때 낭만적이란 말을 자주 쓴다.
낭만(浪漫)이란 이국적, 자연애, 동격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라서 이국적이요, 공간적으로 끝없이 넓고 시간적으로 영원한 것이 자연이라서 자연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고, 우리가 도달하기까지는 꿈꾸는 세계라서 동경적인 것이 낭만적이라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그 낭만을 담는 그릇 같은 자연의 하나가 호수(湖水)다.
그래서 호수는 자기를 비쳐 주는 거울이요, 자기 성찰의 상징이 된다. 인공호수는 그런 낭만을 인간의 힘으로 만든 세계다.
아무리 아름답다는 자연도 자체로 보면 우연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 고운 사람 냄새가 스며들 때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그 아름다움도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아름다움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에서 시작된다.
그 초원에는 풀을 뜯는 방울을 목에 단 소나 양이 있어야 한다. 그 뒤에 초록의 수림(樹林)들, 그 수목이 산으로 오르다 오르다 문득 멈추어선 수림 한계선, 그 위에 빙하, 그 빙하에 깎인 세모진 정상의 봉오리가 만년설을 이고 있을 때 스위스는 오랜 여행에 피곤한 관광객의 눈을 크게 뜨게 하고 탄성을 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들이 차창 밖에 눈을 주기만 하면 스위스 어디에나 곳곳에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자연에다 인공을 더한 것들이다.
이것이 스위스를 찾아본 사람들이 평생을 잊지 못하고 꿈꾸게  하는 자연(自然)인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말할 때, 한 폭의 동양화 같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그 자연의 일부분에는 꼭 산사나 조각배, 어옹 아니면 신선이 탄 나귀를 동자가 끌고 있다.
그 스위스 중에도 알프스의 융프라우가 그 중 최고의 진면목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감격하면서 산을 뚫고 빙하를 뚫거나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은 초원을 조성한 그 인간의 힘에 놀라게 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그런 경지까지도 도달할 수 있는 그 저력 때문이다.
창밖의 집들은 우리네 같이 경사를 깎아 평평하게 하고 지은 집들이 아니다. 경사는 그대 두고 기둥의 길이를 달리하여 지었다. 창이 있는 것은 인가(人家)였고 창이 없는 것은 창고(倉庫)로 쓰면서 스위스의 자연을 아름다움으로 수놓고 있는 것들이다. 고산의 집들은 한여름에만 쓰는 별장(別莊)이지만 겨울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눈을 활홀하게 하는 하나하나가 된다.  알프스란 말은 켈트어 'alp'로 산을 뜻하는 말이요, 라틴어로 'albs'는 희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알프스란 말은 원 뜻이 '희고 높은 산'이란 말이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산은 몽블랑(4,807m)으로 히말라야 산맥 8,848m 에베레스트산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예로부터 알프스의 융프라우는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이라 일컬어왔다.
  알프스에는 3대 관광지가 있다. 마터호른(Matterhorn,4,482m),몽블랑(Mont Blanc, 4,807m), 그리고 융프라우(Jungfrau,3,571m )다.  스위스에 와서 흔히들 혼동하는 것이 있다. 융프라우와 융프라우요흐다.
융프라우는 4,158m의 등산 전문인 아니면 오를 수 없는 보통 관광객들은 바라보는 봉우리를 말하는 것이고, 융프라우요흐는 우리가 등반열차로 오를 수 있는 3,454m의 전망대(展望臺)를 말하는 것이다.
 그 융프라우요흐는 인터라켄 동쪽 오스트(Odt) 역에서 출발한다.
목적지 라운텐 브르넨(796m)까지 기차는 평지를 거쳐 약간의 언덕을 서서히 25분가량 달린다. 목적지는 클라이네샤이덱(2,061m)이다.
  창밖에 반바지를 입은 젊은 산꾼들이 부럽게도 배낭을 지고 산을 오르고 있다.
저들은 걸으면서 장엄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를 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젊음을 구가하리라. 수많은 야생화와 동물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그들도 자연의 하나가 되어 오르리라. 이런 멋진 이들을 위해서도 차가 도중 도중 5 분간씩 정차하나 보다. 그래서 차를 바꿔 탈 때마다 검표를 하니 여기 와서는 더욱 차표 보관을 철저히 알아서 간수할 일이다.
  스위스 당국은 그 정상 가까운 곳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 호텔을 지어 놓았다니 산속의 호텔은 산장일 것이니 유럽인들이 2,000m 이상이라야 말한다는 고산(高山)과 어울려 그 또한 얼마나 아름다울까?
두 번째 차를 바꾸어 탄 라울텐브르넨서부터는 기찻길이 톱니바퀴 식으로 바뀌더니 여기 아니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참모습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무슨 조화인고? 짓궂은 날씨는 우리의 시야를 10m 이상을 허락하지 않고 있으니-. 드디어 열차가 산악 열차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융프라우요흐를 올라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보다 경사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2,061m의 클라이네 샤이데그(Kleine Scheidegg)'에서부터 융프라우역까지 10km 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를 바위 산에 터널을 뚫느라고 1912년서부터 16년이나 걸린 난공사를 벌렸다는 곳이다.
10분가량 달리던 차가 산악터널을 지나가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굴속이라서, 8개 국어로 안내를 하고 있다는데-. 모처럼 이국에서 듣는 한국어 방송이 있다는데-.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해서 환영합니다'로 끝나는 내용이라는데-. 날씨 탓인가 오늘은 먹통이다.
  역에서 구할 수 있는 안내도에도 한글로 표기해 설명해 놓은 것도 있었다. 한국도 이만큼 국력이 자라난 것이다.
터널을 지나는 도중에도 화장실을 보거나 선창 같은 창을 통해 2,865m 아이거 북벽 같은 밖을 보라고 차가 약 5분간 정차하지만 지금부터는 하얀 구름 속인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 대신 본 건 화장실이었다.
이렇게 융프라 역까지 가는데만도 2시간이 걸렸다. 날씨만 좋다면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우리가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스위스를 보려고 벼르며 먼 땅을 달려와서 이렇게 하얀 허무만 보고 가다니-. 110 유러(약 14만 원)나 지불하면서 말이다. '아아! 아까워라.' 전망대 로비는 사방을 조망하라고 유리로 되어 있었지만 날씨 탓으로 우윳빛 유리가 되어 있어서 유리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여기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식당이라는 'Top of Europe'이요, 이곳이 세계인이 오르기를 벼르는 '융프라라우요흐 로비'다.
이 로비에서는 엽서를 사는 것이 운치다.
유럽의 지붕이라는 고산 융프라우에서 한국의 '자기'에게 '자기'가 보내고 고국에 돌아가서 '자기'가 스위스 융푸라우에서 써서 보낸 것을 자기가 받아 본다니 얼마나 재미있고 멋진 일일까.
기념품 파는 상가가 있어 서둘러 모자에 달고 다닐  융프라우라는 글씨가 들어있는 배지를 둘이나 샀다.
하나는 파란 모자에 스위스의 상징인 흰 에델바이스(edelweiss)가 붙어있는 것이고, 또하나는 흰 눈 덮인 융프라우를 오르는 산꾼의 투각의 모습이다.
우리 동네 북한산 백운대(白雲臺)를 2,000 번 나의 여행 중에 오르게 된다는 망년지교(忘年之交)로 사귀고 있는 70대 산꾼이 알프스에 가면 꼭 사다 달라고 부탁했으니 그 2,000회 등반 기념으로 드릴 생각이다. 
하나에 12프랑이라도 아끼지 말자. 여기 아니면 어디서도 살 수 없는 이런 것을 사는 것은 낭비가 아니고 멋진 투자다.
식당에는 반갑게도 한글이 선명한 컵라면을 팔고 있으나 7천 원이나 하였고, 물 한 병 사는데에 4천 원이 넘었다.
스위스에 오면, 세 가지 때문에 놀란다고 한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놀라고, 그 자연 속의 인조물에 놀라고, 그 비싼 물가에 놀란다는 것이다.
 얼음 궁전으로 가는 리프트에 올랐다.
도중에 알레취 빙하를 뚫어 만든 '얼음 궁전(Ice Palace)'은 땅굴을 연상하게 하는 긴 통로였다.
거기에는 곰, 펭귄 가족들, 에스키모인들의 집 이글루(igloo), 얼음 기둥 등 각가지 물형의 조형물이 투명한 얼음으로 조각되어 가득하다. 얼음 속이지만 섭씨 3∼4도로 그리 춥지도 않았고 미끄럽지도 않았다. '자유의 여신 상' 앞에는 동전이 그득하였다. 그 여인의 품 안에다가 동전을 던지면 행운이 온다나!.

  로비에서 초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이 108미터를 더 올라 3,571m의 '스피닉스 전망대'에 섰지만 테라스도 눈이 가득 쌓이고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거기도 한 발자국 나설 수가 없었다.
 날씨만 좋다면 테라스에서 내려갈 수 있는 데까지 가서 총각을 상징한다는 남성적인 4,099m 묀히봉도 보고 돌아서 뒤에 있다는 처녀를 상징한다는 4,158m 융프라우를 볼 수 있는 건데-.
여덟 마리 개가 끄는 개썰매는 타지 못한다 하더라도 구경쯤은 할 수 있는 건데-. 우리는 그런 복이 없었던 것이다.
국내에서 내가 오른 산 중에 제일 높은 산이 '한번(1)만 구(9) 경 오십(50) 시오.'라는 1,950m 한라산이었으니 오늘 나는 한라산 높이에다가 1,621m를 더 보탠 높이를 오른 것이다.
몇 년 전 캐나다 로키 산 투어 갔을 때 산 밑에서 고개가 아프도록 목을 뒤로 젖히고 감격하며 바라보던 북아메리카의 최고봉이 3,954m의 롭스산(Robson Mt.)이 아니던가.
이런 높은 산에 올라와 보는 것은 내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은 고산(高山)에 올라와서도 어지러움을 잊게 하였다. 일찌기 공자가 태산에 올라 이런 말을 했다.

登東山而小魯國(등동산이소노국) /동산에 올라보니 노나라가 작게 보이더니
登泰山而小天下(등태산이소천하) /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도 작게 보이는구나

공자가 감격한 태산의 높이가 겨우 1,450m이니 태산보다 2,121m나 더 오른 나는 우주가 작게 보인다고나 할까 보다.
그보다 74세에 돌아가신 분이시니 나는 지금부터 술좀 작작 먹고 몸조심하여 100 살 이상 넘어 더 오래오래 살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