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캐나다 말린 호수(Maligne Lake) (4) 최종회

ilman 2023. 2. 19. 22:09

유토피아인가, 무릉도원인가/ 캐나다 말린 호수(Maligne Lake) (4)

 

  호수를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기만 하던 우리는 캐나다에서 가장 크다는 말린 호수(Maligne Lake)에서는 배를 타고 유람선 크루즈 관광을 한다. 안내원은 물론 선장도 젊은 여성이다.

말린 호수(Maligne Lake)는 고산지대의 인적미답의 침엽수 처녀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너머에 있는 3,000m의 만년설의 하얀 산들이 줄줄이 서서 지켜보는 깊숙한 곳으로 전속력으로 30여분 넘게 달려가던 배가 멈추기에 내려가서 보니, 거기에 사진에서만 보아 오던 '요정의 섬(Sprit Island)'이 그 환상적인 얼굴로 우릴 맞고 있다지금까지 우리를 감탄시켜 오던 모두가 멀리 두고 바라본 경치라면 이곳의 경치는 우리를 그 속에 끌어안고 있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그 속에 우리도 하나가 되어서 노닐고 있는 것이다.

푸른 호수 가에 땅이 끊어질 듯 이어져 있는 사람 얼굴 같은 작은 섬 하나에, 나무 20여 그루가, 겹겹이 싸여 있는 만년설의 산을 배경으로 하여 떠서 청록색 물과 원시림과 3,000m의 산들이 두 계절과 함께 어울려서 우릴 보고 '이 비경(秘景)이 어떠하냐고(秘景) 우리들에게 묻고 있는 듯'한데, 저 높은 하늘을 가로질러 비행기 하나 높이 떠서 멋진 비행운(飛行雲)을 만들어 인간의 흔적을 긋고 있다.

 아름다움도 그 진실이 있고 그 실체가 있다면, 아니 무릉도원(武陵桃源)과 유토피아(Utopia)가 이승에도 있다면, 바로 여기가 거기인 것 같다. 그 모습이 이 모습인 것 같다.

  선착장으로 돌아올 무렵 소리치는 사람이 있어 바라보니 호수 가 숲 속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앞에 커다란 검은 움직이는 동물이 보인다. 내리기 무섭게 숨 가삐 달려가 보니 양 손바닥 같은 뿔이 머리 좌우로 나 있는 순록과 비슷한 동물은

 커다란 황소보다도 더 큰 빅혼(big horn)이었다. 또 한놈은 그런 뿔이 없는 걸 보니 암놈이었다. 외국인 틈에 섞여 나도 사진을 열심히 찍고 또 찍었다.

  메디슨 호수를 보러 가다가 길가에서 풀을 뜯고 있는 회색 산양(山羊) 대여섯 마리를 만났다. '눈물의 벽'에서 본 것은 길가에서 염분을 찾아 땅을 핥고 있는 흰 산양이었는데, 풀을 뜯어먹고 있는 이 놈들은 그와 다른 종류인지 산양은 산양인데 그 모양이 전에 본 것과 서로 같지 않았다.

이제는 차를 타고 가다가 야생 동물을 만나도 내려서 호들갑을 떨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 나라에서는 자주 있는 일상적인 일인 것을 깨달아서다


*.
, 3954m의 롭슨산(Robson Mt.) 이여!

  북아메리카의 최고봉 3,954m롭슨 산(Robson Mt.) 정상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본연의 얼굴로 하얀 모습의 장관을 드러내어 우리를 맞고 있다.

아프도록 목을 뒤로 젖혀야 보이는 저 높은 정상의 흰 눈이 바로 빙하(氷河).

1,950m의 한라산 정상도 구름에 싸여 보기가 쉽지가 않거든, 하물며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이 고봉(高峰)이 화창한 날씨를 열어 이렇게 반갑게 우릴 맞아 주다니, 이 얼마나 큰 기쁨이며 축복인가.

 서울을 떠나올 때가 9월 하순인데도 이곳은 영하 20도라 해서 털모자에 털장갑까지 준비하여 왔는데, 여기에 이르기까지 온화한 날씨와 이렇게 청명한 날씨를 주시어 우리를 이렇게 축복하여 주시고 도와주시는 하나님께 비록 신자의 길을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람이지만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밴쿠버에 와서 마지막 시내 관광을 할 때 뿌리기 시작한 비가 밤새 적지 않게 내려 대더니, 귀국을 향한 밴쿠버공항 길에는 씻은 듯이 비가 개었다.  


*. 귀국 길에서캐나디안 로키

 나는 로키 산의 단풍을 보러 왔다가 '캐나디안 로키'의 진면목(眞面目)을 유감없이 보고 간다.

멀고 먼 나라 캐나다 국립공원을 찾아갔지만, 내가 보고 온 것은 한 나라의 공원을 넘어선 '세계의 공원'이었다.

이 경치들은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그 이상의 아름다움인 데다가 경탄과 외경을 더 하고서도 표현이 모자란다.

  중국에서, 이집트에서 본 만리장성과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에서, 나를 놀래게 한 것이 인간이 도저히 이룩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불가사의한 거대한 인간의 힘이었다면, 캐나디안 로키에서 만난 자연은 신의 위대함이 아니면 도저히 만나 볼 수 없는 필설로는 다할 수 없는 경탄과 감격의 세계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 천국을 다녀오는 길 같다.

선경(仙境같은 아름다운 곳에서 사람들이 태고(太古)처럼 동물과 함께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짐승들이 가축처럼 사람을 따르지는 않았으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 사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 자연을 지키려는 이 나라와 국민의 자연에 대한 사랑은 또한 어떠하던가?

로키에서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 아무것도 가져오지도 말라 하는 말을 캐나다 국민들은 법보다 잘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었다곳곳에 서 있는 입간 판에 쓰인 잠자는 짐승들을 깨우지 말자’는 것을 실천하는 국민들이 사는 나라였다.

산속의 특정 구역을 제외하고는 이 나라에서는 1세기 전부터 수렵을 금하여 왔고, 자연과 어울리지 않거나 그 조화를 깨뜨리는 어떠한 구조물도 짓지 못하게 하였다.

고속도로에서는 길가에 철조망을 쳐서 도로에 뛰어드는 짐승과 사람을 보호하고 있었다.

이 나라의 국기가 단풍잎으로 그 잎이 여럿인 것처럼,  다민족으로 구성된 이 나라에서는 다 민족의 문화를 서로가 존중하고 도와주는 나라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캐나다의 모든 차들은 낮이나 밤이나 불을 켜고 다닌다. 차의 시동을 켜면 불이 들어오고 시동을 꺼야 불이 꺼지게 되었다. 그것이 법제화된 나라였다. 이는 너무나 거대한 나라로 북극에 가까워서 낮과 밤의 시간이 우리네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여 30%로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인명 존중 사상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였다.

이만큼 나라는 우리나라와 달리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은 위정자(爲政者)를 믿고 사는 나라다그래서 캐나다는 옛날부터 ‘21세기의 국가로 불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 어느 분에게 '어느 나라가 그중 살고 싶은 나라이던가' 하고 물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캐나다를 들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은 거의가 노인들이었다백발이 성성한 부부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밝은 표정으로 몇 주일씩 세계를 여행하면서, 어디서나 웃는 얼굴로 나이와 관계없이 먼저 양보하며, 조용히 노년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캐나다는 노인의 나라요, 노인이 와서 살고 싶은 노인의 천국'이기도 하였다.

  그동안 내가 캐나다에서 다니던 곳이나 내가 본 것은 주마간산(走馬看山)이요 창해일속(滄海一粟)일 수밖에 없겠지만, 캐나다를 통하여 정작 내가 보고 온 것은 실상은 우리나라 우리 국민의 모습을 돌아보고 온 것이다.

*. 돌아온 Korea 

 조금 있으면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국에 도착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산은 높지 않고, 그 산기슭 어느 곳에나 인가(人家)가 있다.

꼬불꼬불 구절양장(九折羊腸)의 길이 강을 따라 옆으로 흐르고, 거기에 너무 덥고, 너무 추운 계절처럼 바글바글 거리며 사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

 캐나다의 45분의 1 밖에 안 되는 나라를, 그 절반을 갈라 살면서도 다시 또 동서(東西)로 나누면서 서로 으르렁대는 나라로 나는 다시 돌아온 것이다. '국민들보다 나라가 부자인 나라'를 다녀서, '국민이 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 Korea에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큰 나라가 자연을 저렇게 아끼며 보호하며 사는데, 좁디좁은 이 땅을 생각 없이 오늘만을 위해 마구 훼손하며 사는 나라에 돌아온 것이다.

아무 데나 거리낌 없이 오물을 버리고, 그것을 줍지도 않으면서도 버리는 남을 저주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양보를 뒷전으로 밀어 두고 제멋대로 살아도 되는 나라에 돌아온 것이다.

나이를 벼슬과 칼처럼 휘두르며 사는 나라, 합리적인 논리적 목소리 보다, 큰 목소리가 승패를 좌우하는 사회로 돌아온 것이다캐나다에서 8일 동안 단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캐나다 경찰을, 부릅뜬 눈의 경찰을 지천으로 만날 수 있는 나라로 돌아온 것이다.

  캐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런 두려운 생각을 했었다.

들으니 캐나다는 세상에서 국토가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이면서 3,000만 인구뿐인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던데, 다녀와서 엉뚱하게 남의 나라를 예찬이나 하면서 다니거나, 우리를 비하(卑下)하고 다니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송충이와 소나무의 이야기까지 가지 않아도, 강고기는 강에서 살아야 한다. 바다 고기는 바다에서 살아야 하듯이.

 그러므로 우리는 못살아도, 잘못 살지 않으면 되고, 서로 사랑하며 살면 될 것이고, 그곳의 하늘로 향하여 쭉쭉 뻗은 그 수많은 나무들처럼 많은 우리나라 인구 하나하나가, 아무렴 그 나무만 못할까 하며 살면 될 것이고.

 세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무질서와 잃어버린 공중도덕은, 옛날의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으로 돌아가도록 나부터 노력하면 그만큼은 나아지게 될 터이고, 우리의 금수강산(金水江山, 물이 좋은 나라)보다 몇 배 이상 아름답게 본 그 산, 그 호수는, 철없이 늘 보던 내 강토를 다시 찾아가 새로운 마음으로 보면 될 것이고,

그 속에 사람 가까이 뛰놀며 사는 짐승들은, '다음에 다시 가서 보면 되지-' 하면 될 것이고.

  여행도 지나고 나면 잊히는 사랑 같아서, 줄곧 기록하고, 촬영하고, 녹음하면서 캐나다의 일부를 갖고 무사히 돌아오는 길의 생각이었다.

돌아오면서 내가 나에게 속삭여 주었다. '나는 9일간 캐나다에 단풍 보러 갔다가, 단풍보다 더 진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젊은이들보다 더 많이 보고 듣고 간직하여 왔노라고.                              

                    -ilman의 최초의 해외여행기 '캐나다에 단풍 보러 갔다가

                                  새천년 새 가을 1010 

                  수정하면서 소감 아아 이 글을 쓴 지가 23년 전 내 나이 64세 때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