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an의 세계여행(1)

동유럽여행(2 )/ 체코1

ilman 2023. 2. 18. 12:10
* 일만의 카페 


  우리가 동유럽 여행 내내 타고 가는 관광버스는 45인승에 28명이 타고 가는데 기사는 50대 초반의 성격이 넉넉한 뚱보 체코인 도베스씨였다. 우리가 돌아볼 6개국 중 물가와 임금이 싼 체코인을 기용한 것 같았다.
  함께 여행하는 이는 주로 50대 내외의 여성들로서, 자식들을 막 고등학교를 졸업시키고 대학에 보낸 학부형들 14명, 친구와 함께 온 60대 내외 두 부부, 77세 희수를 맞는 노부부, 군의관으로 휴가 나온 의사 부부, 나와 같이 아내와 함께 한 두 부부 등으로 이질적인 집단이어서인가 아침마다 관광버스의 자리다툼이 심했다.
좋은 앞자리를 가장 나이 많은 나 같은 노인에게 양보하려는 그런 사람들도 없었고, 일본인들처럼 돌아가면서 좋은 자리를 순서대로 타는 그런 양보도 없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집단이었다.
그보다 오히려 앉았던 앞 자리를 다시 차지하려고 일부러 모자나 우산을 좋은 자리에 전날 두고 내리곤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자리를 두고도 서서 가는 여고생이나, 전철에서 자리에 앉아 그림처럼 그 예쁜 종아리를 옆으로 나란히 세워 놓는 처녀들도 아니고, 8팔자로 다리를 쩍 벌리고 남이 듣던 말든 건너편 의자에 앉은 자기네들끼리 큰소리로 떠들어 대는 그런 추한 나이를 먹은 전형적인 아줌마들로 한 번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라고 마구 대하는 그런류의 부인들이었다.
 그런 그들과 떨어져서 여행 내내 뒷자리나마 두 자리를 혼자 쓸 수 있도록 마련해 주는 아내 덕분에 나는 아침마다 버스에 카페를 차릴 수 있었다. 아내는 이를 'ilman 카페'라 하였다.


동유럽 관광버스에 카페를 차립니다.
디카와 켐코드에 녹음기도 있구요,
차창 밖
산하(山河 )를 안주하여
맥주의 나라를 달립니다.

  물 값과 맥주 값이 같은 나라에 와서 여행 내내 1유로의 맥주를 마시며 행복한 여행의 나날을 이 까페에서 즐겼다.
독일까지 차를 몰고 온 체코 운전기사가 싣고 와서 파는 맥주는 500ml의 큰 깡통 맥주였는데도 물과 같은 1유로(1,450원)에 팔았다. 생각하여 보라. 이국인 체코 기사가 모는 관광 버스를 타고, 그 좋다는 체코 맥주를 저렴한 값으로 마음껏 들면서 이국 산하풍경을 안주 삼아 열심히 켐코더를 촬영하다가  감흥을 끄적이기도 하고, 피곤하면 배낭을 베고 잠들면서  달려가는 일만의 모습을-.

'하늘을 건너서 구름은 가고
들을 건너서 바람은 간다.
들을 건너 가는 길손은 
내 어머니의 유랑의 아들' 

슬리의 애송시를 읊조리면서-.  
그러나 2시간마다 쉬어 가도록 되어 있는동유럽  고속버스 휴게소에서는 매정하게도 서유럽처럼 화장실에서 요금을 받았다.
대개 0.5유로(750원)를 내는데 그 때마다 억울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였다. 게다가 맥주를 마시다 보니 그런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버스가 출발한 한 시간 정도 뒤에 맥주를 마시자. 하였지만 비상시의 대책을 세워 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먹은 맥주 깡통 윗부분을 적당히 잘라 옛날의 요강처럼 소변기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나는 갑자기 맥가이버가 되고 있었다. 외화를 절약하기 위해서. 해우(解憂)를 위해서, 즐거운 음주여행을 위해서-. 이렇게 한 준비는 여행 내내 이용은 못해 봤지만 곁에 두고 생각만 해도 얼마나 든든하던지-. 
 
  체코 국경을 앞두고 독일의 드레스덴(Dresden)을 지난다.
엘베 강 가에 있는 이 도시는 슬라브어로 '숲속의 사람'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아름다워서 '독일의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일컬어지는 작센 주의 주도(州都)이다.
츠빙거 궁전과 왕성(王城)과 루벤스, 렘브란트의 그림을 소장했다고 자랑하는 미술관이 있는 이 예술과 음악의 도시는 7년 전쟁과 나폴레옹 계승 전쟁 때 전쟁터이기도 하였다.
  그보다 드레센시는 1945년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미.영 폭격기 800대가 3차례의 파상적인 폭격을 하여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되는 참화를 입었다.
 이때 죽은 사람만도 4만 명이 넘는 비극의 도시였지만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 옛날 그대로 복원하여 독일 국민의 저력을 보여준 도시가 되었다.

 

동유럽 여행(2)/ :안녕하세요, 프라하"(Dovre Den Praha2)

  프라하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계절도 계절이려니와 1956년 소련만을 추종하는 '노보트니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와 자유의 봄을 외치다가 바르샤바 동맹군인 소련에게 짓밟혔던 시대는 가고 진정한 자유의 봄이 오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3 시간 넘게 관광객을 괴롭히던 러시아 국경과는 달리, 그래도 유럽의 나라라고 버스에 앉은 체 30분 이내에 가이드가 여권만으로 입국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이 불쌍한 가난한 나라 국경(國境) 지방은 잘 사는 독일의 탕아(蕩兒)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마음껏 색스를 즐기는 러브 산업이 발달한 곳이었다. 가난은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추한 것인가 보다.
  체코는 남한의 섬을 뺀 정도 크기의 작은 나라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카프가, R.M 릴케, 음악가 드보르작과 스메타의 조국이다.
 프라하(Praha) 시 전체를 UNESCO가 세계문화도시로 지정한 것은 중세 이후에서 오늘까지 건축과 예술적 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어, 도시 발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살아있는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체코 관광의 하이라이트라는 프라하(Praha)는 크기가 서울의 1/3정도의 도시에 386만 명이 살고 있는데,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절반 정도를 사는 나라요 도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프라하를 찾는 관광객 수는 1년에 자그마치 1억 명을 넘나 든다.
프라하를 일컬어 로댕은 '북쪽의 로마'라 하였고, '황금의 도시(The Golden City)', '백탑의 도시( The Hundred Spires)', '건축의 박물관', '유럽의 음악학교'라고 세계인이 극찬하고 있다. 이렇게 프라하는 과거에는 유럽의 중심지요, 심장이었던 것이다. 
  프라하의 관광은 구시가의 광장에서부터 시작된다.
구시가 광장
은 프라하 관광의 메카로 구시청사, 틴성모교회 등이 있고 걸어서 10분 내외에 황금소로, 구시가의 출입문이라는 화약탑 같은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대대로 역사적 봉기가 있었던 곳이 이 광장이요, 길 위에 하얀 십자가 27개가 반란군 27명이 처형된 것을 기념하는 곳이라 하는 것을 보면 슬픈 역사가 배어 있는 곳이 이 광장인 모양이다.

 프라하 구시청사 광장에 갔더니 웬일인가 사람들이 모두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 따라가 나도 보니 이 상한 둥근 시계가 시선을 머물게 한다. 저게 무얼까.

15C 카레르대학 수학교수 하누슈가 만들었다는(미클라스라는 설도 있음) '천문시계(Orloj)'였다.
둥근 원이 상하로 둘이 있는데, 위는 시간을, 아래 시계의 가운데는 프라하시 문장이고, 월별을 상징하는 그림과 전통 관습을 그림으로 상징하는 것도 있다. 그 밖 가장자리는 365 매일을 상징하는 성자 이름이 있다.

위 시계의 바탕은 파란색은 하늘을, 갈색은 땅, 검은색은 여명을 상징한다.
매 시 정각이 되면 상단 우측에 있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인형이 줄을 당기며 "죽음의 시간이 다가왔어." 하며 왼손의 모래시계를 거꾸로 놓으며 머리를 끄덕이면 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머지 인형들이 "아냐, 아냐. 그럴 리 없어." 하듯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어 댄다. 이들은 15세기의 삶의 '죄악'들을 상징한다.
그러면 그 위에 있는 두 군데 문이 열리며 예수의 12 사도가 번갈아 가며 지나가고 나면 맨 위에 황금의 새가 '꼬끼요-'하고 울어댄다. 이 시계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명의 시간이 다가오면 허영과 부(富)도 헛된 것이다'라는 것이다
. 위 문자판 옆에 설치한 인형은 왼쪽부터 거울을 가진 청년은 '허영', 돈자루를 가진 자는 '부, 해골은 '죽음', 현악기를 가진 터번을 쓴 터키인은 '색욕'(또는 번뇌)을 상징한다. 아래 있는 인형은 오른쪽부터 철인, 천사, 천문학자, 연대기 편자로 형이상학적인 세계에서 사는 철학적인 사람들이라 정중동(靜中動)으로 묵묵하다.

   그림의 아름다움 중의 하나는 그 속에 이야기가 숨어 있을 때다.
선물이 우리를 감격시켜 주는 것은 그 값어치에서가 아니고 거기 얽힌 숱한 서로의 관계를 머금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이-. 이 시계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것이다.

이 시계가 처음 만들어지자 세계 각국에서 주문이 쇄도해 오자, 시청 공무원들은 이 아름다운 시계를 자기들 시에만 갖고 싶었다.

그래서 제작자의 눈을 멀게 하여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하였다. 하우즈는 그 앙갚음으로 시계 속에 자신의 몸을 던져 숨져버렸다. 그 이후로 1세기 동안 시계는 움직이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하여 오고 있다.

  시민들에게 시민권을 허가하기 위해서 지었다는 그 시계가 있는 구시청사 맞은편에 있는 작은 탑들을 거느리고 서있는 바로크 양식의 80cm 높이의 쌍둥이 탑으로 유명한 건물이 틴성모교회다.

 두 탑 사이에 금빛 영롱한 성모마리아상은 그 교회에 있던 황금 성배(聖盃)를 녹여 만든 것이다. 그래서 '성모마리아교회'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서 내부 구경을 생략하고 그 앞에서 사진 한 장으로 서운함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부활절 주간이라 고등학생들이 푸른 제복을 입고 축제를 하며 춤을 추고 있는 곳을 지나니 중앙광장에 얀 후스 동상 우뚝 서서 낯선 이 이방인을 반겨준다.
마루틴루터보다 100년이나 앞서서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다가 화형에 처해진 종교개혁가요 카를대학 총장이었던 분으로 순교자로 추앙받고 있는 분이다.

 

동유럽 여행(2)/ 프라하 1번지 카를교 3

  프라하를 남북으로 흐르는 블타바 강에는 13개 다리가 놓여 있다. 그중에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카를 교(Karluv Most)이다.
 9C부터 목조로, 석조로 놓은 다리가 홍수에 떠내려 가자, 1357년 카를 4세 때 푸라하성 내의 성비투스 대성당을 지은 20세의 천재 건축가 페테르파를 로르시 지휘로 만든 다리다.
  석조로 양쪽 입구에 고딕 탑을 짓고 그 사이에 길이 516m, 폭 9.5m로 46년에 걸쳐 다시 만든 카를교가 프라하 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다리는 중앙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12개의 교각이 둥근 아치로 된 이 다리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리 양쪽에 15개씩 총 30개의 성서에 나오는 인물과 역사적으로 체코를 빛낸 분들의 조각상 때문이다. 이 조각상들은 17C부터 19세기까지 246년간에 걸쳐 대를 이어 하나씩 유명한 조각가가 함께 이룩한 걸작품으로 다리 자체가 야외 박물관 같다.
이 '카를교는 프라하 관광의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구시가 광장에서 500m 되는 카를교를 향하는 카렐거리 등은 패키지여행으로 왔기 때문에 서둘러야 하는 일정을 탓할 만큼 우리들을 잡아 끄는 멋이 있다.
  이 다리를 건너다 만나게 되는 거리의  화가, 음악가, 상점들을 보면 프라하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는 듯하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음악이나 그림은 모두 프라하 시가 인정하는 예술가들이고 그 작품들이다.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염려할 필요도 없다. 프라하 시가 철저히 이를 감독하여 주기 때문이다. 대신에 값이 생각처럼 싸지 않았다.

 

30개의 조각 작품 중에 제1호로 가장 유명한 것은 중간쯤에 있는 얀 네포무츠키 신부의 동상이다

거기에는 왕과 네포 신부 사이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어느 왕 때인가 부정을 저지른 왕비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였다. 측근에게 이를 전해 들은 왕은 당시의 대주교 네포 신부를 불러 사실을 확인하려 하였다.
그러나 모진 고문을 받고도 입을 열지 아니하자 혀를 뽑아 죽여 카를교 다리밑에 던져 버렸다. 그 순교한 위치에 세운 조각물이 '성 요한 네 포 무키 조각상'이다.
그 이후부터 사람들은 누구나 이 성상을 만지면서 눈을 감고 한 가지의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그 청동은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관광객의 손길로 하여 언제나 빛나고 있다.
나도 여기서 소리 내어 빌고 빌었다.
'저를 영웅이 되게 도와주소서, 서민의 영웅 되게-. 서민들에게 활빈당(活貧黨) 성 길동이 되게 저를 쓰소서. 그러기 위해서 제발 로또를-.'  동유럽에도 로또 열풍이 불고 있었다.
그러나 카를 교에 있는 조각들은 원형이 아니다. 원형은 국보급에 해당하는 것들이어서 프라하 국립박물관의 보호 하에 있고 이곳 조각은 복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