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勝於父(승어부)

ilman 2021. 12. 28. 12:45

  우리네 같은 늙다리 부모 된 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뭐니 뭐니 해도 한 마디로 '勝於父(승어부)'란 말일 것 같다.
'勝於父(승어부)'란 자식이 부모보다 낫다는 말로,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승어사(勝師)'란 말과 함께 쓰이는 말이다.

여기서 '於'(어)는 어조사(語助辭)로 '보다'라는 말로 한역된다.
부모 된 입장에서는 자식(子息)들이 부모 생전(生前)에 나보다 더 아름답게 살면서, 나보다 더 출세하여, 더 좋은 집에서 걱정 없이 자식들과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는 것임 두 말할 나위 없는 모든 부모 된 이들이 바라는 최고의 꿈일 께다.

오늘은 우리 둘째 딸이 12시에 차를 가지고 우리 집으로 우리 내외를 모시로 온다는 전갈이 왔다.

  둘째 딸 내외가 서울의 서울인 삼청동(三淸洞, 八判洞)에 1년 넘게 정성껏 지은 집이 준공되었다고 집 구경을 시켜 주며, 점심 대접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라! 여기가 우리 딸 내외가 큰맘 먹고 사서 구옥을 헐고 양옥(洋屋)으로 새로 지었다는 딸이 살아갈 동네다.
빙 둘러 선 산은 서울의 내사산(內寺山) 인왕산(仁王山)이요, 인왕산 끝의 안테나가 선 작은 산이 안산(鞍山)이고, 왼쪽의 건물은 경복궁(景福宮) 궁궐의 장엄한 모습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노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다가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 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하던 노래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평생 살고 싶네
로 바뀐 세월도 하나도 섭하지 않고, 하늘을 날듯이 좋기만 하다.

생각이 난다. 그 좋다는 삼섬(三星) 사위를 우리도 얻었다고 아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들려오던 힘든 소식들을- 그걸 드디어 극복하고 옛날에 여덟 판서(八判書)가 살았다 하여 팔판동(八判洞)이라 이름하였다는 삼청동(三淸洞)에 보금자리를 새로 짓는다는 소식이 어제 같았는데-, 그 1년여를 지나서 드디어 준공 검사 직전이란다.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에어컨, 냉장고와 가구 일체를 붙박이로 하여 초 현대식 시설을 갖춘 3층 양옥의 우리 자식들의 집을 가고 있는 것이다.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집이 담보로 쓰이지 않도록, 토지는 딸 이름으로, 건물은 조 사장(趙社長) 이름으로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자식들이 우리 노 부부에게 주는 2021년 세모(歲暮)의 최고의 선물이었다.
쓰다 보니 자식 자랑의 글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좋다. 자식 자랑하다가 병신(病身) 소리 듣는 게 평소 나의 소원이었으니까.

                                                                                                               - 202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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