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隨筆)☎

나의 신상 명세서

ilman 2021. 10. 24. 15:55

  모처럼만에 친구가 불러 전철에 내려 부지런히 걷다 보니 활기차게 걷는 젊은 처녀가 나를 앞서 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 나도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따라잡을 수 없이 휭- 달아나고 만다. 갑자기 눈시울이 젖어온다. 나도 저런 황금보다 더 좋은 청춘 시절이 있었더니 이젠 이렇게 늙어 버렸구나!
 금년 들어 85세의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가 한 달 정도 남긴 나이를 실감한 것이다.
'머지 않이 202? 년 어느 달, 어느 날에 나도 죽겠지-'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난다. 나의 친구들도 나와 한 또래인 유유상종(類類相從)의 나이라서 보내오는 유튜브 하나하나가 거의 모두 서글픈 탄로(嘆.老) 타령이다.

 고등학교 동기동창생(同期同窓生)들의 부음(訃音)이 해마다 늘어 나는 것을 보면 나의 죽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요즈음 유투브를 통하여 '죽음학'을 열심히 애청하고 있다.

  나는 몇 살을 더 살다가 가게 될까?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인이 80까지 살 확률이 30%요, 85세까지 15%, 90세까지 0.5%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는 큰 병 없이 오늘까지 살아왔으니 장수(長壽)한 편이라,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건강한 몸을 물려주셔서다.  그래서 지금 죽는다 해도 한(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하며 산다.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숙명(宿命)으로 태어난 인간이 누구나 꿈꾸는 것이 무병장수(無病長壽)다. 
거기에다 노인들은 누구나  99세까지 병없이 살다가 자식들 앞에서 한 사흘 아프다가 죽는다는 '9988234'를 꿈꾼다지만 이는 현대의학으로는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료계에선 입을 모으고 있는 모양이다.

현대의학은 죽음을 어느 정도 연장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9988234'는 사고사(事故死)나 자살(自殺)이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라 한다.

 어느 누구는 자기 부모님은 주무시다가 편안히 가셨다고  '9988234'을 말하지만 자세히 따져 보면 고인(故人)이 주무시다가 자식들의 임종(臨終) 없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오복(五福)의 하나인 고종명(考終命)이 아닌 사고사(事故死)라 할 수 있겠다. 고종명(考終命)이란 제 명대로 살다가 자식들의 병간호흘 받으면서 편안히 죽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80대 들어서 보니 머리는 백발이요, 멀쩡하던 눈은 원시(遠視)에다 난시(亂視)까지 생겨 안경을 안 쓰면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콧물은 항상 흘러 주위에 민망할 정도가 되더니 어느 틈엔가 후각(嗅覺)도 완전히 잃어 옆 사람이 방귀를 뀌어도 그 냄새를 못 맡는 서글픈 신세로 전락하여 버렸다. 겨드랑이의 검은 털도 신기하게도 없어진 지 오래된 것을 알게 되었다. TV를 보다가 겉늙은 처남(妻男)에게 '왜 이렇게 TV 소리를 크게 듣느냐?'는 억울한 핀잔을 듣는 신세도 되었다.

  몇 년 전에는 오랫동안 쓰던 의치(義齒)를 버리고 거금을 내어 임플란트를 10개나 하고 좋아했더니, 그 이 사이에 음식물이 너무나 많이 끼어, 제 이로 걱정 없이 씹어 먹던 시절이 그리워하기도 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늙음은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위에서 아래를 향하여 순서로 내려오는 것 같다.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는 춥지 않고, 

계절이 그 순서를 잊고 뒤바뀌면,
얼마나 두려울까?
늙은이 늙지 않고, 죽어야 할 나이 
죽지 않고
재수 없이 장수하는 세상은

얼마나 무서울까?

무병장수(無病長壽), 불로 장생(不老長生)

없는 이 세상이 신의 은총 같다.

 

*. 죽음의  3 단계

그 김형라 교수는 죽음의 3단계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 단계 외출을 못하게 되는 단계(사회적 사망 단계)

2. 단계 와상(臥牀) 단계(생물학적 사망 단계)
3 .단계 곡기(穀氣)를 끊는 단계

*. 섬망(譫妄) 단계: 흔히 사망 직전에 생기는 일시적인 정신 장애로  착각(錯覺), 환상을 일으키고,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하고, 불안과 흥분에 빠지는 정신 질환이다. 고열, 독혈증(毒血症),  상해 때문에 생기는 정신 질환이다. 
 
 외출을 못하는 1 단계란 남에게 부축해야 외출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하는 것이고, 2 단계 와상(臥牀) 단계란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단계로, 여기서 더 깊어지면 대소변을 타인에 의해 받아내게 되는 중증 단계를 포함하는 단계가 된다. 이때 가장 상처 받는 사람이 환자 자신이란다.
3 단계에서 곡기(穀氣)란 낟알기로 쌀 죽 미음 같은 곡식 성분으로 된 음식의 적은 분량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식도나 위를 통하여 인위적으로 낟알기 등을 투입하여 영양 공급으로 연명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이 '죽음의 3단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자식들을 걱정해서 환자가 몸소 가입한 사후 연명서(死後延命書)에서처럼 환자 자신이 결정할 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 연명 치료(延命 治療)란?

 연명 치료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현대의학의 치료로도 효과가 없는데, 단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해 주기 위해 행하는 치료행위를 말한다. 이런 면에서 죽음과 관련하여 현대 의학의 공로는 환자가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거보다 생존 기간의 연장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죽음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것이다.


*. 한국인이 임종(臨終)을 원하는 장소 

옛날 우리 부모님 세대에 한국인들은 각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죽음이 일상에 포함되는 일이었다.
그때에는 가족 전체의 보살 핌과 애도 속에서 임종하시고, 사시던 집의 방에서 입관하고 제사를 모시었지만 오늘날은 어떠한가.
현대인은 가정에서 상을 당하였다 하더라도 즉시 병원 영안실을 예약하고, 거기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자기가 평생을 고생하여 어렵게 구입한 집에서 죽고 싶다는 소원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병이 깊으면 양로원(養老院)에 보내지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사망의 단계 무렵에 응급실을 통해 영안실로 가는 게 현재 노인들의 운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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