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말씀: 이 사이트가 새로 바뀐 뒤로 옛 같지 않아서 글이 보이지 않네요, 불록을 잡아 읽어 보시기를. 미안 미안합니다.
나의 소원
정년퇴직한 직후에 나는 아침마다 고양시 일산(一山) 수로(水路)에서 낚시로 소일하며 지냈다. 자전거를 타고 가 뽀얀 물안개가 낀 물가에 앉아 낚시 바늘에 먹음직한 둥근 떡밥을 끼워 던져 놓고 있으면 곧 입질이 왔다.
일산 수로는 한강으로 흘러가는 농수로(農水路)이지만 100만 일산 주민의 하수도가 합류되는 오염된 수로여서 잡은 붕어는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잡히는 붕어는 거의 다가 잔챙이여서 잡을 때마다 낚시 바늘에 입이 찢어지거나 눈이 찔려서 재미 삼아 취미로 하는 낚시는 붕어들에게는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로구나 하였다. ‘먹지도 않는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재미로 잡는다니-. 어찌 보면 잔인한 취미 같아서 이를 마음 아파하다가 전처럼 등산(登山)으로 취미를 바꾸어 청산별곡(靑山別曲)을 읊조리며 전국의 산을 누볐다.
살어리 살어이랏다. 靑山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靑山애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그러다가 산행을 다시 섬 여행으로 바꾸게 되었다.
남보다 보행이 느린데다가 나이 70을 넘기고 보니 젊은이들과 함께 등산한다는 것이 내 몸에 버거운 것 같아서도 그랬지만 그보다 그들에게 폐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섬에도 산이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청도별곡(靑島海曲)을 읊조리며 바다와 섬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살어리 살어이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그동안의 낚시에 관한 시와 수필을 모은 나의 처녀 시문집 ‘하루가 아름다워질 때’나, 산행으로 엮은 '韓國 國立公園山行記’와 ‘韓國 道立公園山行記’를 출간하게 된 것이 나에게는 큰 보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가장 쉬운 일이 늙는 길이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름답게 늙는 길이다.’라는 안데르센의 말처럼 나도 아름답게 늙는 길을 가고 싶었다.
아름답게 늙기 위해서 우선해야 할 일이 무엇보다 건강하게 늙는 것이다.
건강하게 늙기 위해서는 나이 들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갖가지 질병(疾病)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면역력(免疫力)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운동(運動)을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도 마음뿐이었지만, 섬을 찾아 나서는 자체가 걷기요, 운동임을 깨닫기도 하였다.
그것을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자 허준(許浚)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좋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났다고-.'
대다수 노인의 소원처럼 자식들에게 큰 부담 안 주고 아프지 않고 살다가 짧게 아프다가 웰 다이빙(well Dying)하는 것은 누구나의 소원일 것이다.
거기서 한 걸은 더 나아가서, 가급적이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거나, 병자나 약자를 몸으로라도 도우며 산다는 것은 더욱 바람직한 삶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자기의 전공(專攻)을 살려 그 분야로 사회에 이바지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여행작가(旅行作家)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한국 국토의 아름다움과 우리 국토에 묻힌 아름다운 전설을 찾아다니며 이를 시(詩)로 노래하고 수필(隨筆)로 해석하고 정리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다. 그것을 책으로 엮어 후세에 남기고 가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다.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출판하다 깨닫게 된 것은 오늘의 시대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로, 디지털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어서, 책을 사서 보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 출판사는 책을 만들어 주는 곳이지 책을 팔게 해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 등이었다.
아내가 물어올 때가 있다. "무엇하려고 글을 쓰는가?" 하고.
그럴 때마다 "안 쓰면 무엇 하지-.“라고 대답하다가 다음과 같이 글 쓰는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새가 나는 것은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함이듯,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잊혀지는 평범한 하루로 떨어지지 않고
아름답게 늙기 위함이다.
나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韓國 海上國立公園 섬 이야기’를 쓰기 위해 90이 점점 가까워지는 나의 마지막 삶에서 내 시간과 여유를 바치며 열심히 살고 있다. 그 책은 전국의 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 등에 배부하고 나머지가 있다면, 처음이고 마지막으로 나의 출판기념회(出版記念會)를 갖고 싶다. 나의 영안실(靈安室)에서 말이다.
이런 나의 소원이 이루어 질 때까지 나의 몸이 허하여 줄까 하는 것이 기우(杞憂)이기를 바라지만 항상 관절 걱정이 태산(泰山) 같다.
- '한국수필' 202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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