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추분(秋分)
오늘은 밤낮이 꼭 같다는 추분(秋分) 날이다.
기상 예보가 24C˚/15c인 것을 보면 이젠 가을이 깊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살듯이, 무더운 여름에는 가을을 기다리며 살던 우리에게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부는 찬바람에 서늘한 날씨는 어느새 반소매 샤스가 긴 팔 소매로 바뀌어 버렸다. 매미 소리가 그친 지는 벌써 한참이나 되었고 요즈음은 쓰르라미가 가을을 울고 있다.
새파란 하늘에는 하운기봉(夏雲奇峯)이란 말처럼 여름철의 뭉게구름(積雲)이나 소나기구름(積亂雲) 대신에 새하얀 새털구름(卷雲)이나 양떼구름(高積雲) 같은 가을 구름이 여정(旅情)을 유혹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하얀 이슬이 내리는 '백로(白露: 9월 8일)'와 추석(秋夕, 9월 13일)은 이미 지났고 낮과 밤이 같다는 오늘의 추분(秋分, 9월23일 경)을 거쳐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한로(寒露, 10월8일,화)로 절기는 구보(驅步)하여 가고 있다.
그 가을은 언제부터를 말하는 것일까?
9월 국화, 10월 단풍, 11월 오동을 가을철이 하여
흔히 화투에서처럼 가을을 말하지만 북반구와는 달리 남반구의 가을은 3월, 4월, 5월이 가을이다.
더 유식하게 말하면 가을은 3가지로 구분 된다.
1년을 24 절기(節氣)로 나눈어 본 가을은 입추(立秋)에서 동지(冬至)까지요, 천문학적(天文學的)으로 본 가을은 추분(秋分: 9월 23일 경)에서 동지(冬至:12월 22일 경)까지를 말하고, 기온 변화에 따른 기상학적(氣象學的)인 가을은 평균 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 9일간 유지될 때, 그 첫 번째 날을 가을의 시작일로 정의 한다.
가을을 다시 세분해 보자.
초가을: 일최고기온이 25℃ 이하
가을: 일평균기온이 10℃∼15℃이고 일최저기온이 5℃ 이상
늦가을: 일평균기온이 5℃∼10℃이고 일최저기온이 0℃∼5℃
그러나 계절은 기다림처럼 와서 그리움처럼 언제인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와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가을의 명칭으로는 추절(秋節), 추계(秋季), 추일(秋日), 천고마비(天高馬肥), 추고마비(秋高馬肥),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의 계절이라 한다.
어찌 그뿐이랴.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이요, 여행, 결혼, 독서의 계절이요 조락(凋落)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80고개를 넘어서면서부터 계절이나 명절을 맞을 때마다 '이런 계절이나 명절을 내 평생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맞을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앞선다.
단풍과 낙엽과 이지러지는 보름달과 계절 중 가장 맑고 소슬한 바람이 청량감을 주어서 그런 것 같다.
'가을 더위와 노인의 건강'이란 말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던가.
젊음은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을 회상하며 산다는 그런 노인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몇년 전부터 써오던 산(山)대한 출판에 이어 한국의 섬 여행 정리의 책으로 나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노후를 마치고 싶다고 시작하여 금년 기해년에는 어느 정도 매듭을 지으려고 벼르다가, 2월에 큰 낙상사고로 일체를 중지한체 가을로 접어 들었는데 아직도 보행에 지장이 있을 만큼 완쾌되지 못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래도 금년 가을에는 빼앗긴 봄 대신에 무리를 해서라도 한국의 섬을 찾아 떠나야겠다고 병상에서 내내 별러 왔는데 태풍 링링호가 강풍을 몰아오며 훼방하더니, 이어 태풍 티타호가 바다 뱃길을 묶고 있어서 더욱 처량한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내 마음 속에는 다도해의 섬들이 보이는데, 한려수도의 섬섬섬들로 가득한데-.
-2019년 추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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