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

입춘(立春)/ 2월 4일(월)

ilman 2018. 2. 3. 12:31

입춘(立春)/ 2월 4일(월) 

 

 

 

정월(正月)은 맹춘(孟春)이라 입춘(立春) 우수(雨水) 절기(節氣)로다
산중(山中) 간학(澗壑)에 빙설(氷雪)은 남았으니
평교(平郊) 광야(廣野)에 운물(雲物)이 변하도다                   -
                                                         농가월령가 정월령/ 정학유


봄을 기다리는 것이 어찌 우리 사람들뿐이겠는가.
겨울 내내 굶주린 새들과 짐승들, 산천 초목들
이 다 함께 기다리고 있는 것이 봄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2월 4일(월)이다.

 1년 중 한 해 24절기의 시작인 입춘(立春)은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다. 

예년에는 양지바른 우리 집 베란다 화분에 영산홍(映山紅)이 연분홍 꽃잎을 활짝 열고 있었고 그 옆 군자란(君子蘭)의 긴 꽃대가 꽃망울을 달고 목을 키우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양지 바른 한쪽 군자란 하나에서 움이 막 잎 사이를 뚫고 돋아나고 있어 입춘 체면을 세우고 있다.
  기상청이 1971년부터 2000년까지 30년 동안 서울을 기준으로 하여 분석하여 보았더니 그 평균값으로 보아 가장 추운 날은 입춘(立春) 무렵인 2월 4일로 영하 -7.5도이었다. 
'입춘(立春) 추위 김장독 깬다.'라는 속담이나, '꽃샘추위'란 말이 있긴 하지만
나이를 당할 수 없듯이 아무리 무서운 한파의 추위라도 설마 계절을 이길 수야 있으랴.
 절기(節氣)란 한 해를 스물 넷으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으로, 한 달에 2번 15일∼16일마다 바뀐다. 
금년은 입춘 다음 날  2월 5(화)일이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설'이요, 2월 19일(화)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다.

이 무렵 오는 비는 언 땅을 녹여 적시며 따뜻한 봄을 재촉하는 비로, 겨울 내내 굶주린 동물을 깨우는 계절이 시작되는 비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입춘(立春) 날부터 5일씩마다 동풍(東風)이 언 땅을 녹이면, 동면(冬眠)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물고기는 비로소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절기의 전날을 절분(節分)이라 하는데 입춘(立春) 전날 밤을 '해넘이'라 하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시작인 입춘立春)을 새해처럼 기다렸던 것 같다.
입춘 전날인 '해넘이 날'는 방이나 문에 콩을 뿌렸다. 콩이 새해 액운(厄運)을 막아 준다고 생각해서였다.
 

절기(節氣)란 한 해를 스물 넷으로 등분한 철로 24절기의 시작이 입춘(立春)이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한 해의 시작을 계절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으로 보았다.

 

 입춘 날 복(福)을 비는 풍속 중에 입춘서(立春書)가 있다. 
대문이나 기둥에 두 줄로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國泰民安 家給人足(국태민안 가급인족),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소지황금출 개문 만복래)'
등의 부적을 써서 붙인다.
  더 적극적으로 복을 비는 풍습도 있었다. 
'남 몰래 냇가의 징검다리에 돌을 놓아주던가, 헐벗은 이에게 옷가지를 도와주던가, 병자를 돕던가, 부처님께 염불 공덕 하던가' 하는 적선 공덕의 미풍이다. 
이것은남을 돕는 착한 일로 덕을 쌓아 연중 액(厄)을 면하여 복을 받고자 하는, 우리가 계승하였으면 하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입춘 날 비가 내리면 만물을 소생시킨다 하여 반기었고, 그때 받아둔 물을 입춘수(立春水)라 하여 부부가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소중히 여겼다. 
이 물로 술을 담가 먹으면 남정네의 양기가 좋아지고, 그 물로 엿을 고아 먹으면 그해의 백가지 병을 막을 수 있다고도 하였다
. 
'아홉 차리' 하면 복이 온다고 하는 풍습도 있었다. 
  입춘을 전후하여 각자가 맡은 일을 아홉 번씩 되풀이하는 세시민속(歲時民俗)이다. 
서당 아이들은 천자문(天字文)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고, 노인들은 아홉 발의 새끼를 꼬고, 계집아이들은 아홉 바구니의 나물을 캐고, 밥도 이 날만큼은 하루 아홉 번을 먹는 것이다. 
옛사람은 홀수를 좋아하였다. 음양이 조화가 되는 수가 홀수였기 때문이다. 그중 9란 숫자는 어떤 경우의 합(合)이라도 음양의 조화가 된다 하여 제일 좋아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듯이 입춘(立春)에는 길흉(吉凶)을 점쳐보는 풍습도 있었다. 
그 중에 보리뿌리를 뽑아보고 풍년을 점치기도 하였다. 
  여인이 목욕재계 소복단장하고, 지신(地神)에게 세 번 절한 뒤에 보리뿌리를 뽑아 보는 것이다. 
그래서 뽑은 뿌리가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또, 쌀, 보리, 콩, 조, 기장의 오곡(五穀)의 씨앗을 함께 섞어 솥에 넣고 볶는다. 그중에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의 풍작이라고 믿기도 하였다.
 
 
 봄이 오고 있다. 내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봄을 맞을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망구(望九) 나이를 넘어선 고령(高齡) 나이 때문인 것 같다. 

 금년 입춘이 지나 추위가 풀리면 나는 한국의 섬을 향한 나의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인생의 겨울이요, 인생의 밤인 나이에도 식지 않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가올 신체적인 아픔이 오기 전에 서둘러 나의 네번째의 저서 '국립 해양공원(國立海洋公園) 섬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추억이 꿈을 대신하게 될 때 노인이 시작된다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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