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젊어서도 물건을 잃고 항상 찾는 일이 일과였다.
찾다 찾다 보면 ' 지금 내가 지금 무엇을 찾고 있는 거지?' 할 때가 퇴근 시간인 적도 많았다.
그래서 휴대하는 물건들을 옷에 붙들어 매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갑, 핸드폰은 물론 안경 등 줄로 매어달 수 있는 모든 것을 옷에 고정시키곤 했다.
그런데 고희(古稀)를 넘기고 보니 그 건망증 지수가 더욱 높아져서 젊은 시절보다 하루의 몇 분의 1을 찾는 일에 그 아까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서재에서 물건을 가지러 거실로 나갔다가도 찾는 물건이 생각이 안 나서 다시 서재로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당신은 외출할 때 여자보다 더 늦는 남자예요."
아내의 말도 맞다. 외출할 때는 의치는 물론 지갑, 핸드폰, 안경도 꼭 찾아야 하지만 수도권에 살기 때문에 전철에서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서 산 MP3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걸 둔 곳이 일정하지 않아서 이 방 저 방 기웃거려야 한다. 기억으로 찾지 않고 눈으로 찾는 나이라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휴지는 뒷주머니, 지갑은 위 셔스 주머니 핸드폰은 목에 걸고- . 하는 식으로 스스로 약속을 하였지만 그게 잘 지켜 지지 않는다.
몇년 전 봄에 인도 네팔을 다녀왔는데, 10년을 아껴오던 보이스(voice pen) 펜은 네팔 버스에에서, 새로 선물 받은 멋진 등산 모자는 인도 타지마할에서 잃고 왔다. 그래서 물건을 잃지 않고 돌아온 여행은 나에게 성공한 여행이다.
잃는 것이 많으니 사는 것도 많다.
모자는 일 년에 몇 번, 고가의 Mp3도 두 번째 샀다.
잃는 것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이 카드(Card)였지만, 카드를 잃고 큰 일을 당한 경험은 없다. 나의 건망증에 대한 깊은 역사는 잊었다 생각하면 일단 신고부터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주로 애용하는 카드는 현금카드이다. 잃어버려도 일반 카드보다 체크카드가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그 카드를 잃어버리고 찾고 또 찾았다. 은행에 가서 재 발급을 받는 것이 더 편하겠지만 그게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은행원에게 미안한 생각에 주너하기 때문이다.
오늘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려고 반바지를 입으려다가 그 뒷 주머니에서 찾던 카드를 찾았다고 아내에게 아침 밥으로 한 턱 내고 오는 길이다.
옛날과 달리 옷이 너무 많아서 어느 옷을 입고 나갔다 왔는지 몰라서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옷을 찾는 방법을 비로소 터득하게 되었다.
'아아, 혁대가 있는 옷이 외출했던 옷이었구나!'
안경이 눈이 되어 버린 어느 날.
그 눈을 잃고
근자지소행(近者之所行) 으로
침대에게 죄를 물어
칠흑처럼 어두운 침대 밑을 더둠어
술래처럼 꼭꼭 숨어서 저를 찾는 소리를 즐기던
그 눈을 찾기 전
건망증이 고마운 파란 돈도 낚았다.
어느 누가 보고 있었다면 얼마나 재미있어 하랴.
나의 이 초라한 행복을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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